“큰 교회 작은 교회, 수평적 관계라는 개념 정립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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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교회 작은 교회, 수평적 관계라는 개념 정립돼야”
  • 김동근 기자
  • 승인 2013.03.05 17: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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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기획 - '상생과 동반성장' 교회에는 요원한 일인가 (중)

대형교회와 소형교회 예상 최대 1000배 이상 차이 나
상생원칙에 입각, 대형교회 '동반성장기금' 만들어야

함께 살아간다는 것. 예수 그리스도를 닮아가려는 이들에게는 더없이 중요한 덕목 중 하나다. 나 혼자만 잘사는 것이 아니라, 나의 것을 나누며 두루 잘살 수 있도록 돕는 것. 교회에서는 상생과 동방성장을 이야기하며 흔히 ‘포도원 주인의 비유’를 든다. 이익을 얻기 위해 사람을 고용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살아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고용하는 것. 성경에서 함께 살아가는 모습을 볼 수 있는 예 중 하나기 때문이다.

실제 한국 교회의 양극화의 정도는 어떨까.

소위 메가처치로 불리는 대형교회들의 1년 예산은 백억 원 단위를 넘어선다. 통상적인 단위다. 이에 비해 미자립교회의 1년 예산은 2,500~4,000만원선. 2013년 4인 가족의 한 달 최저생계비가 1,546,399원, 1년 약 1850여 만원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실질적으로 미자립교회 목회자의 가정은 생활이 불가능한 지경이다. 심각한 경우 4인 가족 최저 생계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금액이 교회 예산으로 책정돼 목회자는 목회보다 가족의 생계를 걱정할 상황에 놓이게 된다. 교회 간 양극화가 극에 치달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작은교회세우기연합측은 “미자립교회 목회자들의 경우 생계를 위해 대리운전에 나서거나, 사모들의 경우 요양보호사 등의 직업을 갖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미자립교회들을 품으려는 노력이 안팎으로 없었던 것은 아니다. 교단에서 혹은 대형교회에서 구체적인 방법을 통해 미자립교회의 재정자립을 돕기 위해 실제적 방안을 내놓기도 했었다.

감리교의 경우 2009년 자녀 2인을 둔 목회자 가정에 100만원의 생활비를 제공하는 등 생계비를 지원했지만, 지금은 총회 차원에서는 미자립교회 지원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연회 차원에서는 관련 세미나와 프로그램들로 도움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지만, 4년째 이어지고 있는 교단 감독회장 문제로 미자립교회에 대한 지원은 잊혀진지 오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목회자최저생계비’라는 개념이 다시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는 것. 섬김의교회 오세영 목사는 ‘목회자최저생계비’보장 관련 글을 총회 본부 인터넷 게시판에 올려 눈길을 끌었다. 그는 “국내 사역중인 목회자에게 매달 1인 50만원, 2인 90만원, 3일 120만원, 4인 150만원을 지급해줘야 한다”며 “목회자로 부름 받은 이들의 최저생계는 보장돼야 한다”고 주장하며 미자립교회 살리기에 불을 지폈다.

기성의 경우 생계비 지원 방안은 물론 미자립교회를 위한 교회성장세미나도 열렸지만 현재 총회는 창구의 단일화 역할밖에 하지 못하고 있다. 각 교회들이 미자립교회를 선정, 지원금을 전달 과정에 총회가 나섰다는 것이 달라진 점. 총회를 통해 지원을 받는 교회는 70여개 교회뿐이다.

다른 교단과 달리 기장의 경우는 점차 지원이 늘어가고 있다. 총회 차원에서 미자립교회 목회자를 위한 ‘생활보장제’를 실시해 최대 월 30만원까지 지원금을 전달하고 있다. 개척교회 목회자의 경우 1년간 월 20만원씩 추가 지원한다. 비전2015부 부장 최윤태 목사는 “중대형교회와 미자립교회의 결연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며 “매년 총회차원에서만 50여 교회가 결연을 맺고 있고 노회, 개교회 차원에서는 더 많은 교회가 나서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생활보장제’의 기금은 기장에서 목사안수를 받은 모든 목회자들이 매달 드리는 20분의 1 헌금으로 만들어지고, 이 헌금을 납부하지 않을 경우 각 노회원의 자격을 박탈당해 총회 차원에서 상생을 ‘의무’로 만든 이유도 있었다.

각 교단들이 미자립교회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왜 미자립교회와 그 목회자들의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 것일까.

사실 그리스도의 사랑, 봉사는 ‘복지’의 다른 이름이다. 그만큼 교회는 사회의 복지정책보다 더 높은 수준의 복지를 지향해야한다. 이에 대해 합신 교단의 민은식 목사는 “먼저 두 가지를 해결해야 각 교회들이 함께 살아갈 해답을 찾을 수 있다”며 “교단 중심으로 생겨나 뭉치기 힘든 한국 교회의 구조적 문제와 개교회 이기주의에서 벗어날 때 교회에서도 동반성장과 상생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교회의 양극화는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먼저 대형교회들의 인식 변화가 중요한 요소로 지적됐다. 작은교회세우기연합 이창호 목사는 “대형교회가 ‘전도 집회’, ‘새신자 축제’라는 이름으로 유명 연예인을 초청하는 행사에는 믿지 않는 사람들보다 오히려 믿는 사람들이 호기심을 가지고 가는 경우가 많다”며 “이것이 바로 성도들이 그대로 옮겨가는 ‘수평이동’이며 작은 교회에 큰 타격을 주는 행위”라고 꼬집었다.

그는 또 “큰 교회들은 주머니를 열고, 작은 교회들은 마음을 열어야 한다”며 “자신의 교회가 부흥하지 못해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절망이나 패배주의에서 벗어나야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정도를 넘어선 대형교회의 전도활동에 대해 민은식 목사는 “교회의 모든 활동이나 행사는 ‘기독교 윤리’를 토대로 해야 한다”며 “기독교 윤리라는 것 자체가 바로 ‘그리스도 중심’이며 사도행전에서 말씀하신 약자를 돕는 것은 바로 미자립교회를 섬기라는 말씀과도 같다.

대형 교회가 미자립교회를 섬기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또한 “교회와 교회사이 관계는 서로 긴밀한 형제 같아야 한다”며 “큰 교회든 작은 교회든 수평적인 관계에서 섬김이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동반성장기금을 조성해야한다는 구체적 대안도 제시됐다.

한신대학교 기독교윤리학 강원돈 교수는 “대형교회들이 나서 ‘동반성장기금’을 만들어야 한다”며 “이것으로 미자립교회를 도와야 한다. 또한 대형교회들은 성장만을 추구할 것이 아니라 분립을 통해 작은 규모의 교회를 지향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상대적으로 헌금이 많이 모이는 대형교회들이 일정 금액을 미자립교회가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데 써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성경에서도 십일조는 레위인, 생계수단이 마련되지 않은 사제, 과부, 고아, 떠돌이 등을 섬기는데 사용됐다”며 “연대의 원칙에 입각해 소명을 받은 이들의 기쁨은 물론 고통과 슬픔도 함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동반성장을 위해 힘을 쏟는 교회들 또한 물론 존재한다.

거룩한빛광성교회(정성진 목사)는 2010년부터 전도행사를 진행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아예 복음을 전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주변 미자립교회들의 전도를 돕고 그들의 교회가 부흥될 수 있도록 지원하기 때문이다. 또한 매주 미자립교회로 예배드릴 인원을 보내 함께 예배드릴 수 있도록 돕기도 한다. 조금 이상하게 보일지는 모르지만 이유는 하나다. 함께 살자는 것.

안산 꿈의교회는 미자립교회로 선교사를 파송한다. 교인이 없는 교회에 정상적 목회가 가능하도록 돕는다는 취지다. 선교사로 파송된 이들은 수년간 해당교회에서 신앙생활을 하며 교회 부흥을 위해 노력한다. 이 또한 함께 살자는 의미가 담겼다.

정성진 목사는 “많은 교회들이 동반성장을 생각하지 않고 개교회 이기주의에 빠져 있는다면, 느리게 죽을 뿐 모두 함께 죽게 될 것”이라며 “목회자들에서 시작해 옆 교회는 적이 아닌 형제라는 개념이 머릿속에서 자연스럽게 자리잡아야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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