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한의 윤리도 없는 교회들 '양극화 외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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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한의 윤리도 없는 교회들 '양극화 외면'
  • 이현주 기자
  • 승인 2013.02.28 10:5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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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기획 - ‘상생과 동반성장’ 교회에는 요원한 일인가

동반성장, “함께 잘 살아야 한국 사회 건재할 수 있다” 책임의식 반영
수평이동 묵인하며 작은 교회 외면...작은교회 보듬는 상생의 대안 시급

동반성장위원회가 지난달 대형마트와 제과업점 등 프랜차이즈 중소기업 적합업종에 대해 출점제한을 권고했다. 대기업의 문어발식 확장을 지양하고 중소기업과 동네상권이 살아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한 것이다. 이른바 ‘상생과 동반성장’으로 불리는 경제정책은 ‘양극화’에 처한 대한민국을 살릴 새로운 방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러한 권고에 따라 P제과점은 “상생과 동반성장이라는 대승적 차원에서 동반성장위원회의 권고를 적극 수용하겠다”며 “제과업계에 공정한 경쟁의 룰과 상생문화가 확립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더불어 사는 사회’에 대한 중요성이 나날이 커지고 있다. 그런데 이 시점에서 과연 교회는 ‘상생’하고 있는가 궁금했다. 서울시내 밤하늘을 밝히는 붉은 십자가 조명이 빼곡하지만 과연 저 가운데 1~2년을 생존하는 교회들이 몇이나 될까. 매년 수백개의 교회가 생겨나고 문닫기를 반복한다. 교회는 소위 황금어장이라 불리는 신도시에 밀집되는 기현상도 생긴다. 그러나 성도들을 차지하는 것은 대부분 몇몇 대형교회다. 상생과 동반성장이 교회에서 실현될 수는 없을까. 사회가 던진 물음에 대한 ‘교회’의 답을 찾아보았다.

<편집자 주>

동반성장이 2013년 화두로 떠오르고 있지만 교회만큼은 양극화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사진은 동반성위원회 회의 전경. 동반성장위 홈페이지 갈무리.
‘동반성장’은 2013년을 시작한 화두다. 함께 사는 사회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절체절명의 위기가 바탕에 깔려 있다. 이러한 위기는 어디서 시작됐을까. 지난 22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2년 가계동향’에 따르면 상위 20%의 가계소득은 하위 20%보다 2003년 5.3배에서 지난해에는 5.7배로 늘어 소득 양극화가 더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 양극화는 소비 위축으로 이어져 지난해 3,4분기동안 소비지출 증가율이 1%대에 그치고 있다.

동반성장연구소 정운찬 이사장은 “동반성장이란 더불어 함께 잘 살자는 것이며 경제성장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파이를 키우되 분배를 공정하게 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동반성장이 대기업과 중소기업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남녀간 불평등, 도농간 격차,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 등 모든 것을 포함한다고 밝혔다. 불평등과 차이가 존재하는 모든 곳에 동반성장의 책임이 뒤따른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교회는 과연 평등한 관계들을 유지하고 있을까. ‘상생’이라는 사회적 요구에 교회는 발맞추어 가고 있기는 한 것일까. 공공성 회복운동을 벌이고 있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김영주 총무는 “교회야말로 최소한의 상도덕도 없는 곳”이라고 강하게 지적했다. 점포간 거리제한을 두는 상황에서 한 상가에 두 교회, 한 도시에 수천교회씩 몰려 있는 밀집현상이야말로 가장 시급한 해결과제라는 것. 여기에 대형교회를 중심으로 일어나는 교인 싹쓸이 현장도 개혁과제라고 언급했다.

문제는 일반 사회에서조차 위기로 인식하는 ‘양극화’에 대해 유독 교회는 둔감하다는 점이다. 심지어 성장이 정체된 상황에서 ‘수평이동’으로 교회의 몸집을 불리는 현상이 나타난지 오래지만 작은 교회들의 힘겨운 외침에는 모두 귀를 막고 있다. 교회의 크고 작음도 모두 ‘성령’의 개입이며 하나님이 목자에게 준 은총으로 치부하고 있다. 또한 교회 안에서는 ‘대형교회’만의 순기능이 있다며 교회 대형화를 비판적으로 보아선 안 된다는 이기적인 논리가 지배하고 있다. 그러나 교회의 대형화가 지역 작은 교회들의 선교를 막고, 대형교회 목회자들의 제왕적 권력과 교회 사유화, 그리고 세습 등이 논란이 되면서 더 이상의 교회성장은 무의미하다는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거룩한빛광성교회 정성진 목사는 “교회가 대형화 되면 영향력이 커지고 그 안에서 문제가 생시면 사회적 지탄을 받게 되는 것이 당연한 일이기 때문에 교회는 작아져야 하고, 작은 교회들의 어려움을 돌보는 것이 같은 교회들의 책무”라고 강조했다. 내 교회만 커지는 것이 하나님의 선교를 완성하는 일이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수평이동을 통해 이뤄지는 교회성장은 심각한 후유증을 낳는다. 교회성장연구소가 지난 2003년 발표한 ‘교회 수평이동 교인행동 조사’ 연구에 따르면 한국 교회 성도 중 76.5%가 수평이동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이나 이사 등 외적 요인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교회를 옮기는 경우도 있지만 교회 내 갈등과 편의적인 환경을 따라가는 내적 요인도 큰 것으로 조사됐다. 또 수평이동을 경험한 교인들은 대부분 작은 교회가 아니라 대형교회를 선택했다는 결과도 나왔다.

흔히 목회자들은 ‘양’을 찾아 나선다고 하지만 한국 교회 안에서 ‘성도=돈’이라는 왜곡된 공식이 성립된지 오래다. 수십년 목회하던 지역을 버리고 신도시를 향해 자리를 옮긴 교회들 가운데 상당수는 ‘성장’이라는 목표를 품었다. 지난 2007년 한 매체의 조사에 따르면 2000년 이후 경기도 신도시 지역에 교회가 3천여 곳 이상 늘어난 것이 확인됐다. 대형교회의 지성전으로 세워졌거나 아예 교회를 지어서 옮긴 경우 목회는 훨씬 수월하다. 헌금의 부담감으로 자립교회를 찾는 성도들도 늘어나면서 작은 교회들은 한마디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침례교 국내선교회 김원진 목사는 “한국 교회에 언제부턴가 성장주의 개념이 자리잡기 시작했다”며 목회자들의 관심이 영혼구원보다 교회 성장에 머무른 모습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물론 교단마다 일정 거리 기준을 두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침례교의 경우 각 지방회마다 거리제한을 두고 있다. 그러나 아파트 한 단지에 150~200가구가 생활하는 상황에서 거리 규제가 무의미하다는 여론이 형성됐고, 같은 지역에 각기 다른 교단들이 교회를 세울 경우 거리 규제는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그렇다면 작은 교회들의 위기감은 어느 정도일까. 한 대형교회가 위치한 강동구 지역에서는 최근 인근의 한 교회가 사라졌다. 교회는 사라졌지만 그 건물은 대형교회 교육관으로 사용된다. 지역 사회에서 장사라도 하기 위해서는 이 교회에 다니지 않으면 안 된다는 말까지 들린다.

경기도 인근에서 개척목회를 시작한 한 목사는 “가족과 함께 5명이서 교회를 개척했지만 애써 전도해도 남루한 시설을 보고 성도들이 교회를 떠난다”고 말했다. 안락하고 편안한 교회를 찾아 대형교회로 가버리고 만다는 것. 익명성을 중요시하는 현대인의 성향도 대형교회를 키우는데 한 몫 한다.

작은 교회를 바라보고 있는 대형교회에서 전도축제를 여는 것도 양극화를 부추기는 행태 중 하나다. 미자립 개척교회에 출석할 경우 숱한 봉사와 헌금의 부담을 갖게 되지만 대형교회는 시설과 시스템, 프로그램 면에서 성도들을 불러들이기 최적의 환경을 구성하고 있다. 그런 교회에서 ‘호객’에 나선다면 유혹을 뿌리칠 성도는 많지 않아 보인다.

작은 교회 없이 대형교회만으로 한국 교회가 유지될 수는 없다. ‘샛강이 살아나야 큰 강을 이룰 수 있다’는 말은 작은교회 살리기 운동에 나선 목사들이 외치는 구호이기도 하다. 그만큼 작은 교회를 살리고 그들과 공존하고 상생하는 것은 중요한 과제다.

작은 교회를 살리기 위한 노력은 교단차원에서 혹은 지역회 차원에서 간헐적으로 진행되어져 왔다. 구성기독교연합회의 경우 지난 2010년 ‘수평이동 반대’ 비전선언문을 발표한 바 있다. 지역 내 90여 교회가 연합하며 지역사회를 섬기는 한편, 작은 교회를 견인하여 동반성장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수평이동 교인의 등록을 거부하겠다는 결단을 내놓았다.

기성과 합동, 감리교 등 교단에서도 큰 교회가 작은 교회를 책임지는 일대일 결연 등 상생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함께’라는 개념이 희박한 상황에서 추진되는 제도는 큰 결실을 맺지 못하고 있다. 안타깝게도 한국 교회는 아직 ‘양극화’의 위기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 교회의 양극화가 하나님 나라의 분열을 불러올 수 있다는 사실을 애써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이현주, 김동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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솜사탕 2013-03-05 17:02:00
하나님의 말씀 안에는 생명이 있으며(요 1:1-4), 생명의 말씀을 받은 자에게는 생기가 있으므로 시들고 죽었던 영이 살아나게 된다(요 5:24-29). 교회가 해야 할 일은 죄로 인해 죽게 된 인생을 하나님의 생기의 말씀으로 살리는 일을 하는 것과 이웃을 돌아보는 것이 하나님의 사랑을 실천하는 것이다. 1년도 못되어 문을 닫는 교회가 있는데도 돌아보지 않고 권세와 돈을 위해 세력만 키워간다면 교회의 양극화는 점점 더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