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급 뇌병변 장애도 이겨낸 ‘예쁜 결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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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급 뇌병변 장애도 이겨낸 ‘예쁜 결혼식’
  • 이현주 기자
  • 승인 2013.03.04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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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기획- 위기에서 희망으로, 교회가 이웃이다

현남일 군과 김복순 양 닮복지재단 도움으로 ‘사랑의 결실’ 맺어

지난 1일 경기도 효촌교회에서 1급 뇌병변 장애를 딛고 결혼식을 올린 김복순 양과 현남일 군.
연휴의 시작을 알린 지난 3월 1일. 경기도 양주시 광적면에 위치한 효촌교회에서 웨딩마치가 울려 퍼졌다. 반주에 맞춰 들어오는 신랑과 신부는 자신의 몸을 전동휠체어에 의존하고 있었다. 두 대의 휠체어가 마치 손을 잡은 듯 같은 걸음을 내디뎠다.

“사랑해요? 잘 살 거예요?” 주례의 물음에 신랑과 신부는 큰 소리로 “네”라고 외쳤다. 그렇게 제 한 몸을 가누기조차 힘든 1급 장애인 두 사람이 부부의 연을 맺었다.

이날 결혼식의 주인공은 현남일 군과 김복순 양이다. 사랑의 찐빵으로 잘 알려진 곽광희 목사가 닮복지재단이라는 이름으로 종합복지사역을 시작한지 1년 만에 자신이 돌보던 1급 장애인 청년에게 새 삶을 선물했다. 신랑 현남일 군은 닮복지재단 장애인 체험홈에서 생활하던 29살 청년이다.

남일 군과 복순 양은 경기도 포천의 한 장애인 시설에서 만났다. 서로 알고 지낸지 8년. 그렇게 사랑이 싹튼 두 사람은 결혼을 원했다. 이유는 “사랑” 단 하나뿐이었다.

하지만 곽 목사는 두 사람의 결혼을 선뜻 허락할 수 없었다. 두 사람 모두 뇌병변 1급 장애를 앓고 있으며, 스스로 걷는 것도 씻는 것도 용변을 보는 것도 불가능했다. 장애인들에게 결혼은 ‘자립’을 뜻한다. ‘과연 이 두 사람이 독립적인 생활을 할 수 있을까’ 곽 목사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왜 결혼하고 싶으냐고 물어봤어요. 그랬더니 사랑한대요. 둘이 너무 사랑한대요. 말릴 수가 없었죠.”

“타..랑..해..요”라고 힘겹게 말한 복순 양의 대답을 곽 목사는 잊을 수가 없었다.

‘사랑’은 장애인에게도 찾아온다. 몸이 불편하고 지능이 조금 낮다고 해서 그들에겐 사랑이 불가능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 곽 목사는 자신의 내면에 깔려있던 편견과 교만을 떨쳐냈다. 사랑을 이뤄주는 것이 우선이었다.

사회적 편견을 딛고 두 장애우를 결혼으로 맺어준 닮복지재단 이사장 곽광희 목사.
그날부터 곽 목사는 웨딩드레스를 만들고 손수 부케를 제작하며 결혼식을 준비했다. 그들에게 가장 간절한 것을 주는 것이 ‘사랑’이고 ‘나눔’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1일 열린 결혼예배에는 곽 목사가 섬기는 효촌교회 성도들과 닮재단 체험홈, 현 군과 함께 살던 친구들, 그리고 신부 복순 양이 머물던 생수의집 가족이 함께 했다. 휠체어에 앉아 결혼식을 기다리던 복순 양의 얼굴이 발그레 상기되어 있다. 그 옆에서 함박웃음을 짓는 신랑의 얼굴엔 행복이 가득했다.

곽광희 목사는 “가장 귀한 사랑을 뼈저리게 느끼고 그 사랑을 깨닫게 하신 하나님께 감사드린다”며 “또한 이들과 함께 걸어갈 우리들을 만들어 주셔서 감사하다”고 기도했다.

그리고 “우리들에게 사랑을 가르쳐준 두 천사들에게 박수를 보내달라”고 말했다. 서로를 향해 “사랑합니다”를 외친 신랑신부는 하객들의 축하 속에서 부부가 됐다. 하객들은 두 사람을 향해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을 부르며 앞길을 축복했다.

깊은 대화를 나누기도, 함께 마음 편히 데이트에 나설 수도 없는 1급 장애인 부부. 그러나 그 두 사람이 마음에 품은 사랑만큼은 이 세상 누구보다도 크고 아름다웠다. 사랑 앞에 장애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두 사람만으로 힘겹다면 누군가 그들을 향해 도움을 손을 내밀면 그 뿐이다. 함께 살아가는 세상에선 누구나 행복할 권리가 있다.

힘겨운 앞날이 예상되는 순간에도 모두 눈물로 축복할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의 사랑과 선택이 가장 아름답고 용감했기 때문이다. 이날의 결혼식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결혼식’으로 기억됐다. 모두들 ‘함께’ 살아줄 것을 약속한 언약의 결혼식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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