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가 가해자 되지 않는 길은 ‘하나님에 대한 신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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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가 가해자 되지 않는 길은 ‘하나님에 대한 신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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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3.02.06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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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직 교수의 십계명에서 찾아낸 그리스도인의 삶 (27)

                                신음소리도 들으시는 하나님

▲ 백석대 조직신학
하나님의 백성이 한계를 모르는 고통 때문에 필사적으로 부르짖을 때 하나님께서 그 소리를 들으시고 강한 능력으로 반응하신다. 때로 우리는 너무 고통스러워 어떤 말로 기도해야 할지 모르고 신음소리만 내고 있을 수 있다. 기도할 힘조차 잃어버리고 낙담하며 한숨만 내쉴 수도 있다.

하지만 “성령도 우리의 연약함을 도우시나니 우리는 마땅히 기도할 바를 알지 못하나 오직 성령이 말할 수 없는 탄식으로 우리를 위하여 친히 간구하신다"(롬8:26).

그러하기에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 해설서를 쓴 우르시누스는 기도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공적 기도는 언어와 문장을 분명하게 구성해서 드려야 하지만, 사적 기도는 꼭 그렇게 할 필요가 없다. 때로 우리의 고통의 침묵, 탄식, 외침, 눈물, 한숨도 기도가 될 수 있다. 개인적으로 드리는 기도는 우리의 마음을 모두 아시는 하나님 앞에 우리의 마음 모두를 여는 일이기에 굳이 논리 정연한 언어를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하기에 우르시누스에 따르면 모세가 하나님 앞에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하나님께서는 그의 기도를 들으셨다고 말씀하신다. 아담의 죄 때문에 함께 고통 받는 피조물의 탄식과 신음은 인간의 언어를 통해 표현되지 않지만 하나님께서는 그 신음소리까지 들으신다.

마라에서 이스라엘 백성의 원망과 불평에 직면한 모세도 죽기 일보 직전의 마음으로 하나님께 부르짖었다. 그리고 하나님께서는 그의 신음소리를 들으시고 마라의 쓴 물을 단 물로 바꾸셨으며, 하나님뿐 아니라 모세를 향해 불순종과 반역의 태도를 취하던 이스라엘 백성의 쓴 마음을 단 마음으로 바꾸셨다.

그런데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이 있다. 이집트에서 이집트 사람들의 압제를 받으면서 죽을 것 같아 하나님께 신음소리를 내고 부르짖었던 사람들이 이제 모세를 죽을 지경까지 몰아넣어 그에게서 신음소리가 나게 한다. 홍해를 앞두고 이집트 군대의 추격을 받았을 때는 하나님께 함께 신음소리를 내었던 사람들이 이제 모세를 압박한다. 한 때 피해자였던 사람들이 이제 가해자가 된 셈이다.

이스라엘 백성은 왜 마라에서 가해자로 변신했을까? 황폐한 광야 길을 3일간 걸으면서 물을 얻지 못해 목말랐던 그들 앞에 쓴 물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상황 앞에서 그들은 모세를 괴롭히게 되었다. 그들의 불평과 불만을 쏟아낼 대상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들은 자신들 위주의 이기적 생각에서 벗어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집트 사람들도 그들의 생존과 번영을 위해 히브리 노예들을 필요로 했다. 때로 히브리 노예들을 심하게 다루는 것은 아닌가 생각도 했겠지만, 자신들의 번영과 생존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고 정당화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러한 이집트 사람들 밑에서 큰 피해를 입었던 사람들이 이집트 사람들을 닮아가고 있다. 원수를 미워하면서도 원수를 닮는다는 말이 있다.

자신들의 생존문제 앞에서는 이스라엘 백성도 이집트 사람들과 별 반 다르지 않았다. 그들도 타인을 희생물로 삼아 자신들의 생존을 보장받고자 했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피해자 신분에서 벗어나게 하셨는데 우리는 그 은혜를 잊어버리고 우리를 가해했던 사람들의 방식을 답습할 수 있다.

그러하기에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 백성에게 법규를 주실 때 다음과 같이 말씀하신다.

“너는 이방 나그네를 압제하지 말며 그들을 학대하지 말라. 너희도 애굽 땅에서 나그네였음이라. 너는 과부나 고아를 해롭게 하지 말라. 네가 만일 그들을 해롭게 하므로 그들이 내게 부르짖으면 내가 반드시 그 부르짖음을 들으리라"(출22:21-23).

하나님께서는 이집트 땅에서 피해자였던 그들이 이스라엘 공동체 안에서 다른 피해자들을 만들어냄으로써 그들의 생존을 유지한다면 하나님께서 그 피해자들의 신음소리를 들으시겠다고 말씀하신다. 이스라엘 공동체 안에서 피해자가 생겨 신음소리가 난다면 이스라엘 백성을 압제했던 이집트 사람들의 입에서 났던 고통의 신음소리가 이스라엘 공동체 안의 가해자에게서도 나게 하시겠다는 말씀이다.

한 때 이집트에서 고통의 신음소리를 내었던 피해자 이스라엘 백성이 모세에게서 신음소리가 나게 하는 가해자가 된 이유는 하나님을 전적으로 신뢰하지 않은데 있었다. 당장 닥친 어려움 앞에서 그들은 이집트식 생존방식을 취했다. 하나님을 온전히 신뢰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들의 입에서 고통의 신음소리가 나오게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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