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신불립(無信不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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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신불립(無信不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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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2.12.31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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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 상 기/ 목사•예수로교회

계사(癸巳)년 새해 아침이 밝아왔다. 새해가 되면 그 해가 무슨 띠에 해당하는가를 따져보고 한 해를 가늠하는 풍습이 있다. 논의 넓이를 잴 때 한 배미, 두 배미라고 하면서 넓이 단위에 뱀이라는 말을 붙인 것을 보면 선조들은 뱀을 풍요의 상징으로 여긴 것 같다. 기독교 문화권에서 뱀은 인간을 낙원으로부터 추방당하게 하는 사악한 동물로 취급되지만 뱀이 가진 상징적 의미는 다양하면서도 모순되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성경은 우리에게 세상에서 뱀처럼 지혜롭고 비둘기처럼 순결하라고 하신다.(마10:16) 세상을 이기려면 마귀의 교활한 지혜를 능가해야하고 세상을 변화시키려면 성령의 거룩한 역사가 일어나야한다. 믿음이 없이는 하나님을 기쁘시게 할 수 없고 하나님의 나라를 세울 수도 없다. 세상을 이기는 승리는 바로 우리의 믿음이기 때문이다.(요일5:4)

일찍이 공자는 나라를 잘 다스리려면 족식(足食)과 족병(足兵)과 민신(民信)이 중요하다고 했다. 식량과 안보와 신뢰가 정치의 근본이란 말이다. 이에 제자 자공(子貢)이 ‘만일 어쩔 수 없이 한 가지를 포기해야 한다면 무엇을 먼저 해야 합니까?’라고 묻자 군대를 포기해야 한다고 했다. 나머지 두 가지 중 또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면 무엇을 포기해야 하냐고 묻자 식량을 포기해야 한다고 답했다.

그러나 만일 임금이 백성의 신의를 저버리면 나라를 세울 수 없다고 일렀다. 이제 대선 드라마는 끝났다. 헌정사상 첫 여성 대통령이 등극했다. 국민 대통합과 대탕평으로 화두를 잡았다. 다시 한번 ‘잘 살아보세’의 신화를 만들겠다고 한다. 중산층 복원과 복지혜택의 공약으로 민초들의 눈시울이 하늘을 두른다. 보수와 진보로 양분된 건곤일척(乾坤一擲)의 표결로 젊은 층 유권자들은 실망과 분노와 절망을 말하고, 노년층 유권자들은 더 나은 선택이라고 말한다.

역사의 기승전결(起承轉結)이리라. 통합은 구호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탕평은 짜깁기해서 되는 게 아니다. 국민행복은 복지공약으로 해결되는게 아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먼델(Mundell)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는 “대중은 공짜 점심을 원하고 정치인들은 표를 위해 공짜 점심을 제공하기에 재정 건전성이 파괴된다.”고 했다. 유럽을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재정 건전성을 담보로 지속가능한 복지정책을 수립하고 하루빨리 양분된 국론과 민심을 어루만지고 추슬러야 한다.

다름은 틀림이 아니라 어울림이다.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는 경영조직 이론으로 오케스트라형 조직을 자주 인용하였다. 개인의 실력이나 연주가 아무리 훌륭하더라도 그것은 전체가 만들어내는 하모니로 녹아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양한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자연스러운 공감과 울림을 도와주는 지휘자가 진짜 지휘자다. 그것이 소통이고 하모니다. 새해에는 사회 곳곳에서 소통과 화음을 만들어내는 그런 지휘자들을 많이 보고 싶다. 연미복을 입든 치마를 입든 상관없다. 오케스트라란 서로 다른 어울림이다. 교회는 다양성 속에 하나가 되는 믿음의 신비가 있다.(Diversity in Unity)

중국 초나라 충신 굴원(屈原)이 ‘온 세상이 흐려 있는데 나만 홀로 맑고, 뭇 사람이 다 취해 있는데, 나만 홀로 깨어 있다가 벼슬자리에서 쫓겨났다’고 한탄하자 지나가던 어부가 ‘물이 맑거든 내 갓끈을 씻고, 물이 흐리거든 내 발을 씻으면 될 것 아닌가’하며 질책했다고 한다. 거세개탁(擧世皆濁)의 세상에 청탁자적(淸濁自適)의 삶을 권한 것이다.

새해의 화두는 관계(relation)와, 공감(empathy)과, 배려(care)다. 이 모든 바탕의 그래픽은 신뢰임에는 두말할 나위가 없다. 교회가 세상의 벼랑 끝에 섰다. 실추된 권위를 회복하고, 잃어버린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을 회복하는 거룩한 씨가 이 땅의 그루터기다. 이제는 눈물로 한국 교회를 수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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솜사탕 2013-01-08 16:30:14
하늘의 빛과 비와 공기는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내려주듯이 국경도 인종도 종교도 구별 없이 지구촌은 한 가족이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할 수 있다는 믿음을 주셨다(빌4:13). 교회가 하나님과 하나님의 말씀 안으로 들어와 신뢰를 회복하고 빛을 비춘다면 세계 평화 광복도 이루어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