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과 화합’ 새해 교회의 과제로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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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과 화합’ 새해 교회의 과제로 부상
  • 이현주 기자
  • 승인 2012.12.31 09:50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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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나 51%나 모두 국민의 뜻 - WCC 총회, 어떻게 치러질까

[2013년 한국교회 기상도]

2013년의 태양은 어김없이 떠올랐다. 지나간 것은 잊고 새 것을 위해 나아가야할 시점이다.

그러나 지난 역사가 없이는 새 것도 없는 법. 선거로 떠들썩했던 한국 사회는 여전히 갈등 중에 있다. 지난해 교수들은 “세상이 모두 탁하다”며 ‘거세개탁(擧世皆濁)’이라는 사자성어를 뽑았다. 홀로 깨어 있기조차 힘든 세상이라며 한탄한 것. 이런 혼탁한 세상에서 교회만큼은 빛을 밝히고 짠맛을 내야 하는데 교회도 ‘거세개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위정자와 지식인의 자성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교회에서도 여전하다.

지난해 교회가 먼저 변해야 한다는 노력은 세습을 금지하고, 목회자 윤리강령을 발표하는 것으로 작은 변화를 시작했다. 다행스럽게도 교회 안에서는 ‘목사’로부터 시작되는 개혁의 시급성이 강조되고 있다.

지난해 뜨거웠던 선거 열기도 우리 사회와 교회가 나아갈 방향을 일러주었다. 절반 대 절반 극단으로 몰린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대화’. 내 것만 옳고, 나만이 고결한 것은 아니다. 어차피 이 땅에서 완전한 것은 없다. 특히 크리스천에게 ‘완전’이란 오직 ‘주님’ 뿐이다. 이런 마음을 가지고 대화를 시작한다면 WCC도 WEA도, 강정마을이나 비정규직 문제도 생각보다 쉽게 해결될 것이다. 사회가 칼을 휘두르기 전에 교회가 먼저 바뀌어야 한다. 변화를 위한 거대담론이 필요한 시기다.

WCC 부산총회 앞두고 신학적 대화•협력 요청
증오와 갈등 부추기는 극단 문화 더이상 안돼

48%나 51%나 모두 국민의 뜻

마치 기업 이사회에서 대주주를 결정하듯이 국민들의 표심은 51% 대 48%로 갈렸다. 국토의 허리가 반으로 잘리듯 우리 사회의 생각과 판단도 꼭 절반으로 나뉜 것. 선거에서 이기긴 했지만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에게 향후 5년이 결코 가볍지만은 않다. 정치 경제 사회 교육 모든 부분에서 짙은 먹구름이 끼어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할 과제는 ‘국론분열’. 동서로 갈라진 한국 사회의 갈등은 이제 세대로, 이념으로 점점 폭을 넓혀가고 있다.

48%의 야당 지지자들은 ‘과연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반성해야할 시점이고, 51%의 힘으로 승리를 만끽한 여당 지지자들은 ‘무엇이 다른지’ 귀를 기울여야 한다.

새누리당 이준석 위원은 한 인터뷰에서 “증오와 갈등을 부추기는 문화가 역효과를 가져왔다”고 말했다. 이번 선거 과정에서 드러난 모습을 분석한 것이다. 세대가 내려갈수록 탈이념적 사고를 하고 있는데 아직도 이데올로기적 사고 즉, 나와 다르면 적대적 감정을 갖는 방식으로는 더 이상 지지를 얻을 수 없다는 뜻이다.

소통의 문제는 사회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다. 분열과 갈등을 거듭하는 것은 바로 교회의 문제이기도 하다. 어떻게 변해야 할 것인가 해답은 이미 선거과정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진보의 사회참여 대중성 필요해

교회는 그동안 사회적 약자를 위해 힘을 쏟아왔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를 중심으로 한 진보 교계는 지난해 제주 해군기지가 세워지는 강정마을 사태와 쌍용차 노조 문제에 관심을 가졌다. 연말 사랑나눔도 소외된 이웃에 향해 있었다. 정신대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한 섬김과 쪽방촌 이웃, 거리의 노숙인까지 살뜰한 사랑을 베풀었다. 그런데 교회들의 참여는 대상이 누구냐에 따라 조금씩 달라졌다. 쌍용차와 강정마을 문제는 급진적 진보권에서만, 정신대 문제는 중도 이상의 진보 교회가 노숙인과 쪽방촌 이웃은 보수적인 교회도 돕겠다고 나섰다. 모두 어려운 이웃인데, 섬김에 차별을 둔다. 우리 교회의 이념과 맞지 않다는 이유다. 왜 섬김에 이념이 적용될까.

그동안 한국 교회 안에서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사랑이 진보권의 전유물로 각인됐다. 사회 소외층의 문제는 단순히 교회가 섬기는 것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그들에 대한 섬김은 교회를 넘어 사회적으로 관심을 가져야할 문제이고, 국가가 정책적으로 변화를 이끌어 내야할 과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분명 모두 예수님의 이웃임에도 불구하고 교회의 사랑은 한 쪽에서만 일어난다.

실제로 비정규직문제와 반값 등록금 문제는 사회적 이슈라고만 치부할 수 있을까. 결코 그렇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약자들에게 교회가 동일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것은 접근방식이 지나치게 진보적이기 때문이다. 성서를 근거로 하지만 정치적 이해관계가 담겨 있다.

달리 곱씹어보면 비정규직과 반값 등록금 문제의 가장 큰 피해자는 교회다. 교계에서는 매년 주일시험 철폐를 외치며 기독교인의 주일성수 권리를 되찾게 해달라고 요구한다. 그러나 최근 40~50대 성도들을 보면 자녀의 등록금을 벌기 위해 비정규직으로 취업을 하고 주일근무로 인해 교회에 나오지 못하는 수많은 사례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대학생들도 고등학교 시절에는 입시준비로, 대학교에 들어가서는 학비를 벌기 위한 아르바이트로 교회와 멀어진다. 결국 성도들의 주일성수 권리를 지키기 위해 가장 시급한 과제가 비정규직 문제일 수 있다.

이처럼 접근방식을 달리하면 사회적 문제에 대해 교회가 마음을 합치지 못할 것은 없다.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 대표회장 전병금 목사는 “진보와 보수의 차이는 크지 않다”며 “성경을 근거로 깊은 대화를 나누다보면 반드시 합의점에 도달한다”고 말했다. 즉, 지금 한국 교회에 필요한 것은 대화이며 이것이 교회의 분열과 갈등을 치료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확신한 것이다.

WCC 총회, 어떻게 치러질까

교회 안에서 대화가 시급한 또 하나의 주제는 바로 WCC 세계교회협의회 10차 총회. 오는 11월 부산에서 열리는 WCC 총회는 6000여 명의 세계교회 크리스천들이 참여하는 대규모 축제의 장이다. 그 안에서 논의되는 내용은 내전과 난민, 경제정의와 환경 등 무척 폭넓다. 한국에서 열린다는 점에서 한반도 평화와 통일에 대한 소망이 담겨지고, 가톨릭과 정교회, 개신교 등 세 갈래로 갈라진 그리스도의 교회를 하나로 만드는 목적이 있다.

그러나 보수권에서는 거시적인 논의를 뒤로 한 채 WCC를 통해 비쳐진 동성애 문제, 다원주의, 용공주의만을 반복한다. 1960년대 합동과 통합이 분열했을 때의 논의에서 한 걸음도 벗어나지 못했다. 한국 교회 안에 신학적 대화와 성숙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을 드러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WCC총회가 무사히 잘 치러질 것이라고 전망할 수 있는 이유는 ‘정치적 야합’의 가능성 때문이다. 이미 지난 연말 한기총 대표회장과 WCC 한국준비위원회 상임위원장이 상당한 친분을 과시했고, 반대의 전면에 섰던 예장 합동 총회의 파행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기총 홀로 고군분투하는 WEA 총회를 위해서도 에큐메니칼권의 협조가 필요한 상황. 이면 합의가 충분히 가능하다.

그러나 야합을 통한 성공은 의미가 없다. 오히려 후유증을 남길 가능성이 크다. 그렇기 때문에 WCC 총회가 치러지는 시점까지, 그리고 총회를 마친 후에도 한국 교회는 대화를 통해 서로의 차이를 수용하고 새로운 연합으로 발전을 모색해야 한다. WCC라는 가장 민감한 주제를 두고 과연 교계가 얼마나 소통하고 화합할 수 있을 지도 올해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개혁 밖에서 할까 안에서 할까

새해에는 교회를 향한 한국 사회의 개혁요구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지난해 이미 성직자 세금납부 문제가 불거졌고, 편향성 시비가 있었지만 종교사학의 인권 침해도 조사대상이 됐다. 알고 위반했는지, 모르고 위반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지방자치단체들은 모자란 세수를 채우느라 교회를 타깃으로 삼았다. 교회가 더 똑똑하고 신중하지 않으면 사회 법리의 덫에 걸리기 쉬운 상황이 됐다.

도덕성의 문제도 교회 밖에서 더 크게 이야기 한다. 교회를 보는 시선은 점점 불편해지고, 날카롭다. 이런 가운데 목회자 윤리 문제가 터지고, 교회를 사유화하는 움직임이 여전하다. 그동안 교회는 전도를 내세우며, 교회만의 언어로 소통해왔다. 우리만의 언어가 불편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이제는 교회의 언어로는 사회와 소통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중과세’를 운운하며 세금을 낼 필요가 없다고 말하는 교회에 대해 “이중과세의 뜻이나 아느냐”는 빈정거림이 들린다.

어떤 형태로든 새해에는 성직자 세금납부와 관련된 시행령이 개정될 것으로 예측된다. 필요에는 상당부분 공감을 이끌어 냈지만 방식에 아직 합의가 되지 않았다는 것.

기독교만의 배타적이고 고집스러운 행동에 대해 타종교의 불만도 높아질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감정이 ‘종교평화법’의 근거로 작용될 우려가 높다. 대선 과정에서 불교계가 제시한 종교평화법은 기독교인들의 거친 공격으로 불교가 훼손당한다는 피해의식에서 시작됐다.

세습 금지 등 자정 노력이 커지는 올해, 감리교에 이어 예장 통합도 세습금지 법안을 다루며 법적 제동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스스로 변화해야 한다는 책임론이 부각되면서 교단에서도 각종 윤리선언과 개혁 아젠다들이 다뤄질 것이다. 사회를 위한 섬김이 더욱 구체적인 형태로 나타날 것이며, 건강한 교회를 중심으로 이웃을 책임지는 교회의 모습이 부각될 전망이다.

사회적 비판 속에서 힘겹게 변화를 모색하고 있는 한국 교회가 2013년에 특히 주의할 것은 ‘정교분리’. 대선과정에서 박근혜 후보를 강력하게 지지한 그룹은 기독교 보수층이다. 지난 정부를 향해 ‘장로 대통령’은 우리 편이라며 좋아했던 기독교계가 박근혜 정부 역시 ‘우리편’이라는 편향된 입장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정권과 친한 것이 교회에는 상당한 손해라는 점을 감지했다면 박근혜 정부를 편안하게 놓아주는 교회가 되어야 할 것이다. 정치권과 가깝다며 이권을 챙기다가는 큰 것을 잃을 수 있다.

2013년은 과거를 교훈삼아 한 단계 성숙한 모습으로 정치를 바라보고 교회의 교회됨을 먼저 회복하는 철저한 갱신의 출발점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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솜사탕 2013-01-08 16:10:22
본래 천지 만물은 하나님께서 창조한 것이었다. 그러니 때묻은 세상의 것을 제거하고 하나님의 씨와 영으로 다시 나 차원 높은 하늘의 문화로 세상을 새롭게 한다면 소통과 화해, 사랑이 넘치는 살맛나는 세상이 되리라.

순풍 2013-01-02 06:14:42
하늘에서 온 빛은 만물에게 생명을 주는 하늘 문화이다. 이 문화는 천지 만물을 창조한 불변의 문화이다. 때묻은 천하 만물을 새롭게 소성시킬 수 있는 것은 참 사랑의 빛 하늘 문화이다. 지난 해 9월 16일 잠실 올림픽 경기장에서 치뤄진 평화의 대축제야말로 진정 소통과 화해의 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