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명 후 신약공동체 ‘지역, 혈통, 신분’ 뛰어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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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명 후 신약공동체 ‘지역, 혈통, 신분’ 뛰어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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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2.10.11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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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직 교수의 십계명에서 찾아낸 그리스도인의 삶 (11)

                                        공동체 정체성의 상징

▲ 백석대 조직신학
하나님께서는 십계명을 선포하시기 전에 이스라엘 백성을 시내 산으로 불러 모으신다. 그리고 그들과 언약을 세우시고 십계명을 주신다. 이를 통해 하나님은 이스라엘 백성을 하나님에 대해 “제사장 나라와 거룩한 백성”이 되도록 하신다(출 19:6). 그러하기에 이스라엘 백성이 시내 산에서 하나님 앞에 모인 날은 매우 중요한 날이다.

아담과 하와는 에덴동산에서 하나님과 직접 대화하면서 지냈다. 그러나 창세기 3장에서 인류가 타락한 이후 하나의 공동체가 하나님 앞에 함께 모여 하나님의 음성을 들은 것은 시내 산에서의 일이 처음이었다. 이는 하나님께서 타락한 인류 가운데 한 민족을 선택하셔서 다시 그분의 자녀로 삼으심을 뜻한다.

그런데 하나님은 이스라엘 백성을 선택하는데 만족하지 않으신다. 아담의 범죄 때문에 하나님을 떠난 인류가 하나님께 돌아오기를 기대하신다. 이를 위해 하나님은 이스라엘 백성을 하나님에 대해 제사장 나라로 삼으신다.

모세가 이스라엘 백성과 하나님 사이에 중보자 역할을 했듯이, 이제 이스라엘 백성은 모든 이방 민족들과 하나님 사이에서 중보자 역할을 해야 했다. 물론 역사 속에서 이스라엘 백성은 이 일을 충분히 제대로 해내지 못했다. 참된 이스라엘이신 예수 그리스도가 오셔야 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나님과 인류 사이의 참된 중보자로서 이 세상에 오신 예수 그리스도는 그분의 제자들도 그분의 힘에 힘입어 제사장 나라의 역할을 감당하기를 원하신다. 베드로전서 2장 9절에 따르면 그리스도인은 하나님께서 “택하신 족속이요 왕 같은 제사장들이요 거룩한 나라요 그의 소유가 된 백성”이다.

시내 산에 모였던 이스라엘 백성이 하나님의 제사장 나라로서 하나님의 말씀인 십계명에 순종하며 살아감으로써 그들이 하나님의 나라임을 온 세상에 알려야 했듯이, 오늘날 그리스도인들도 세상에 빛으로 오신 그리스도, 즉 하나님의 말씀을 그들의 삶 속에서 살아냄으로써 그리스도의 아름다운 덕을 온 세상에 선포해야 한다. “너희 빛이 사람 앞에 비치게 하여 그들로 너희 착한 행실을 보고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께 영광을 돌리게 하라”(마 5:16)고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히브리서 12장 18~29절에서 히브리서 기자는 구약의 이스라엘 백성이, 심지어 모세까지도 시내 산에서 하나님께서 주신 말씀 앞에서 두려워 떨었다는 사실을 우선 기억시킨다. 그런데 히브리서에 따르면 신약의 그리스도인들은 이제 시내 산 대신 시온 산과 하늘의 예루살렘 앞에 서 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피흘리심으로 옛 언약을 대체하는 새 언약을 세우셨기에, 시내 산에서 하나님과 언약을 맺었던 이스라엘 공동체를 대신하는 새로운 공동체인 교회가 그리스도에 의해 세워진다. 구약의 시내 산 공동체는 하늘로부터 말씀하시는 하나님의 계명에 순종하지 않았을 때 심판을 받았다.

그런데 이제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주시는 하나님 말씀에 순종하지 않을 때 신약의 교회는 구약의 시내산 공동체보다 더 큰 심판을 받는다. 시내 산에서는 하나님의 음성은 땅을 진동하게 했지만 하늘의 예루살렘에서 말씀하시는 하나님의 음성은 땅뿐 아니라 하늘까지도 진동하게 하기 때문이다. 이는 신약 시대에 살아가는 신자들이 하나님의 말씀 앞에서 가져야 하는 책임감은 구약 신자들에 비해 더 크다는 뜻이다. 신약시대 이후의 신자들은 구약시대의 신자들보다 더 큰 경건함과 두려움으로 하나님을 섬겨야 한다.
또한 하나님을 섬기는 일은 단순한 두려움으로부터 나오는 것이 아니라 새 언약을 가능하게 한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에 대한 감사에서 나와야 한다. 그러하기에 신약시대에 하나님을 섬기는 일은 기쁨으로 자발적으로 이루어진다.

하나님을 섬기고 예배하는 신약시대의 공동체는 구약시대의 시내 산 공동체보다 더 온전해야 한다. 시내 산 공동체는 특정 민족으로 이루어져 있었지만, 이제 신약시대의 공동체는 지역이나 혈통, 신분을 뛰어넘는다. “유대인이나 헬라인이나 종이나 자유인이나 남자나 여자나 다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갈 3:28)이기 때문이다. 그리스도에게 속한 사람이면 “아브라함의 자손이요 약속대로 유업을 이을 자”(갈 3:29)로 인정받기 때문이다.

따라서 십계명으로 표현되는 하나님의 말씀은 교회 공동체의 정체성을 확인해주는 시금석이 될 수 있다.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을 말로뿐 아니라 삶으로도 우리에게 보여주신 예수 그리스도 안에 거할 때, 그분을 닮으려는 노력을 매순간 할 때 그런 사람들로 이루어진 공동체는 교회가 무엇인지를 실제로 보여주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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