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을 담은 시선, 미켈란젤로의 ‘피렌체의 피에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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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을 담은 시선, 미켈란젤로의 ‘피렌체의 피에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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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2.10.10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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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아름다운 영성이 숨 쉬다(5) - 안용준 목사(목원대학교 겸임교수)

영혼을 담은 시선, 미켈란젤로의 ‘피렌체의 피에타’

해가 빛을 잃고 온 땅에 어둠이 짙게 드리워진 금요일, 숨을 거두신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내려지고 있었다. 그 순간 어머니 마리아는 맨 먼저 예수님에게로 통곡하며 달려갔을 것이다.

피에타(Pieta)는 화면에서 보이는 것처럼 마리아가 예수님의 시신을 품에 안고 있는 모습을 표현한 예술작품을 말하는데, 이탈리아어로 ‘자비를 베푸소서’라는 뜻이다. 인생의 마지막 여정에 접어든 미켈란젤로는 자신 안에 거룩한 불꽃이 타오르는 것을 느끼며 ‘십자가에서 내려지는 그리스도’라고도 불리는 ‘피렌체의 피에타’를 창조해낸 것이다.

▲ 피렌체의 피에타(1550~1555)
예수님의 왼팔 쪽에서 어머니 마리아는 십자가의 고통을 나누려는 듯 자애로운 표정으로 축 늘어진 예수님의 몸을 온전히 받쳐 들고 있다. 예수님의 오른팔 쪽에는 막달라 마리아가 처참하게 죽임당한 예수님을 부축하고 있다. 예수님이 못 박히실 때 그 아픔의 현장을 지켜본 그녀는 마지막까지 정성을 다하는 것이다. 그녀가 예수님을 얼마나 따르고 사랑했는지 그 헌신의 깊이를 짐작케 한다.

일찍이 십자가의 형장을 한밤중에 찾아 왔던 니고데모는 십자가에서 내리신 예수님의 등을 붙들고 지탱하고 있다. 그의 얼굴은 두건으로 감싸져 있으며 입술은 목자를 잃은 슬픔의 무게로 굳게 다물어져 있다. 영혼을 담은 그의 시선은 예수님의 얼굴을 향해 집중하고 있다. 그의 눈가에선 금방이라도 뜨거운 사랑의 눈물이 쏟아져 내릴 것만 같다. 니고데모의 감정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전달되는 순간이다. 작품 표면에 거칠게 남아 있는 끌 자국들은 한 인간의 생명의 숨결을 고스란히 담아내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니고데모가 예수님을 처음 찾아 왔을 때 그는 어둠 속에 있었다. 그는 예수님이 하나님으로부터 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나 영적인 진리를 알 수 없었기에 예수님이 들려주신 말씀들을 더 이상 이해할 수 없었다. 그는 예수님에 대한 확신을 갖지 못한 채 어리둥절해 하며 떠나갔었다. 이 일은 그에게 생명의 빛이 스며들기까지 지속되었다.

미켈란젤로 역시 젊은 시절 자신의 재능을 빛 가운데서 온전히 사용하지 못하고 교황의 강요와 세속적 욕망의 굴레에서 수많은 시간들을 보내고 말았다. 하지만 그는 이것을 극복할 수 있는 믿음의 사람이었다. 이제 백발이 성성한 그는 예수님의 거룩한 희생을 몹시 그리워하며 자신을 니고데모에 투영한 것이다. 불순종의 어두움을 통과한 니고데모의 모습이 그의 가슴 속에 자리했기 때문이리라. 그리하여 청년 니고데모의 모습이 아닌 세월의 무게를 끌어안고 깊은 상념에 젖어 있는 자신으로 묘사했다. 우리의 시야에 그의 내면에 살아 숨 쉬는 영혼의 고백이 들어오는 듯하다.

인류를 위한 사명을 완수한 예수님의 얼굴에는 니고데모의 영혼을 담은 시선이 머물고 있다. 그의 시선에는 은혜의 섬광에서 멀리 떨어져 있었던 마음의 고백이 숨을 쉰다. 참된 소망을 품은 한 인간의 지혜가 빛을 발한다. 니고데모의 시선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우리를 생명의 빛으로 인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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