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종교개혁을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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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종교개혁을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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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2.10.10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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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진 목사 (거룩한빛광성교회)

이제 곧 종교개혁 495주년이다. 495년 전 마르틴 루터가 비텐베르크 성교회 문에 95개조의 개혁사항이 적힌 종이를 붙이므로 종교개혁은 새로운 시대의 문을 열었다. 그의 요구사항은 그 동안 교회뿐만 아니라 그 당시의 사회를 억누르고 있었던 로마교회에 대한 강력한 항의였다. 특히 교황에 의해서 교회가 왜곡되고, 말씀이 뒤틀려진 상황을 바로 잡고자하는 요구였다. 당시 교회는 곧 신부들이었고, 감독들이었다. 감독이 있는 곳에 교회가 있다는 것이 가톨릭의 가르침이었다. 교회에서는 성찬식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사제가 없으면 성찬식이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에 교회 자체가 성립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들에게 성찬은 교회의 본질에 관한 것이다.

잘 알다시피 우리는 성찬식을 예수님의 고난을 기억하는 예식으로 이해하고 있다. 그러나 가톨릭에서는 우리가 먹고 마시는 포도주와 빵이 예수님의 살과 피로 변화된다고 믿고 있다. 그래서 미사라고 하는 것은 예수님의 살과 피로 드리는 제사이다. 그러니 교회는 사제이다. 사제가 없으면 교회도 없고, 은혜도 없는 것이다.

마르틴 루터는 바로 이 부분을 꼬집었다. 교회의 주인은 교황이나 사제가 아니라 하나님이라는 것이다. 교회는 누구의 것이 아니라 믿는 이들의 공동체라는 것이다. 교회는 교황의 것도, 감독의 것도, 신부의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교회는 바로 하나님을 믿는 우리다. 하나님 나라의 백성인 우리가 만들어가는 공동체인 것이다.

루터는 이러한 이해에 바탕하여 만인제사장설을 주장한다. 교황과 감독만이 사제가 아니라 예수를 믿는 우리 모두가 제사장이라는 것이다. 바로 이렇게 하나님 앞에 서게 된 이 거룩한 자들의 모임이 교회라고 그는 강력하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종교개혁 500주년이 다 되어 가는 이 때 한국 교회를 돌아보게 된다. 우리는 정말 종교개혁에 근거한 개혁주의 교회인가 하는 의문을 갖는 것이다. 정말 교회를 ‘믿는 이들의 공동체’로 이해하고 있는가, 교회의 주인을 인간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라고 생각하고 있는가하는 생각이다.

최근 한국 교회에서는 세습의 문제가 화두가 되고 있다. 기독교 2000년 역사에서 쉽게 다루어지지 않았던 문제였는데 이제 2012년 한국 교회에서 뜨거운 감자가 된 것이다. 정말 생소하고 당황스러운 경우이다. 한국 교회는 21세기가 들어서면서 대형교회를 중심으로 교회를 자식에게 물려주는 새로운 풍토가 생겨났다. 충현교회가 그 시작이었지만 광림교회를 시작으로 감리교회가 많은 세습의 근원지가 되었다. 특이하게도 삼형제가 대형교회를 일구어내며 세계의 화제가 되었던 김선도, 김홍도, 김국도 형제가 차례로 자녀들에게 물려주었거나, 물려주려 하고 있다. 이러한 영향인지 최근에는 감리교가 한국 교회 최초로 교단차원에서 소위 ‘세습방지법’이라는 것을 만들었다. 교회를 자녀에게 물려주지 못하도록 법제화한 것이다. 그런데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바로 지난 주일에는 한기총 회장을 두 번이나 했던 길자연 목사가 또 자식에게 교회를 물려주는 것으로 교회의 결의를 이끌어 내었다.

여기서 우리는 묻고 싶은 것이다. 이들에게 교회는 무엇인가? 혹시 교회를 자신이 개척하여 오늘날 대형교회로 만든 사적기관으로 보고 있는 것은 아닌가? 내가 설교하여, 사람들이 은혜 받고, 그에 감동하여 헌금하고, 모여든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21세기, 종교개혁 500주년을 앞에 둔 현 시점에서 한국 교회는 거꾸로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교황과 감독을 교회에서 몰아냈더니 이제 담임목사가 교회의 주인이라고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교회가 내 것이니까 내 자식에게 물려주고, 나는 원로목사가 되어서 두고두고 권좌에 머물겠다는 것이다. 이제 다시 한국 교회는 종교개혁이 필요할 때이다. ‘개혁교회는 항상 개혁한다.’는 그 말처럼 새로운 개혁을 이제 우리가 준비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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