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께서 제자로 불러주시는 것 자체가 은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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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께서 제자로 불러주시는 것 자체가 은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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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2.09.13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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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직 교수의 십계명에서 찾아낸 그리스도인의 삶 - (8)

                                  그리스도인은 예수님의 제자

▲ 백석대 조직신학
그리스도인의 삶은 어떻게 복음의 메시지가 될 수 있는가?

예수님 당시의 유대인들은 예수님을 랍비로 여겼다. 선생을 뜻하는 랍비가 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대다수 유대인들은 자신들의 생업을 유지하면서 회당에서는 랍비들이 읽고 해석해주는 구약성경 말씀을 들었다. 유대인들이 하나의 공동체를 이루려면 랍비가 있어야 하며 랍비가 하나님 말씀을 읽어주고 해석해주는 회당이 있어야 했다. 하나님 말씀이 그 공동체의 중심에 있었다.

그런데 하나님 말씀을 읽고 해석하는 랍비는 다른 사람들처럼 자신의 생업을 유지하면서 그 일을 할 수는 없었다. 그는 모든 것을 버리고 오직 하나님 말씀을 읽고 해석하고 전하는 일에 전념해야 했다. 많은 유대인이 랍비가 되기를 원했다.

하지만 랍비가 되려면 언어를 잘 알아야 하는 등 여러 가지 능력을 갖추어야 했기에 많은 유대인들이 랍비가 될 수 없었다. 소수의 지적 엘리트들만이 랍비가 될 수 있었다. 소위 랍비 자격시험을 통과해야 하는 것이었다. 게다가 랍비가 되려면 이론 시험뿐 아니라 실기 시험도 통과해야 했다. 랍비가 되려면 랍비가 가르치는 것을 이론적으로 이해하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랍비처럼 되어야 했다. 모든 점에 있어서 랍비와 동일해야 했다. 그래서 많은 젊은이들이 랍비를 따라 다니면서 랍비의 일거수일투족을 닮고자 했다.

그런데 대다수가 이 과정에서 탈락했다. 몇 년을 랍비를 따라다니다 보면 자신의 생업을 돌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또한 랍비처럼 높은 수준의 지식과 도덕적 수준을 유지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랍비시험을 통과한 일부 제자들은 랍비가 되어 스스로 공동체를 책임질 수 있으며 제자들을 선발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추게 된다.

마태복음 14장에서 예수님께서 높은 산에서 홀로 계시면서 기도하고 계실 때 게네사렛을 향해 먼저 배를 타고 가던 제자들이 역풍을 맞아 밤새 고생하고 있었다. 길고 긴 밤을 지나 새벽이 되었을 때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향해 물 위로 걸어오셨다. 제자들이 예수님을 유령으로 여겼지만 베드로는 물 위로 걸어 예수님을 향해 갔다.

이것은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장면이다. 풍랑 가운데 오신 예수님을 향해 "주님, 주님이시면 저희에게 오셔서 저희를 구해주십시오"라고 해야 정상이다. 그런데 베드로는 "주님, 주님이시면, 나더러 물 위로 걸어서, 주님께로 오라고 명령하십시오"라고 말한다. 그리고 주님이 허락하시자 물 위로 올라가 걷기 시작했다. 제자는 선생의 가르침을 이론적으로만 배우는 사람이 아니라 선생과 같이 되려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예수님께서 물 위로 걸으시는 것을 본 베드로는 바로 예수님처럼 물 위로 걷고 싶었던 것이다. 베드로는 제자이기에, 예수님이 하시는 말씀과 행동, 그분의 성품 모두를 닮고 싶었던 것이다. 베드로는 거센 바람 앞에 무서워하다가 물에 빠지게 되었고, 그 결과 랍비 시험에서 일차 탈락을 했다. 하지만 예수님은 베드로를 제자 자격이 없다는 이유로 버리지 않으셨다. 도리어 예수님은 물에 빠진 베드로를 건져주시면서 비록 그에게 제자의 자격이 없지만 예수님만 믿고 따르면 된다고 말씀하신다.

이처럼 예수님께서는 유대인 랍비와 달리 자격이 없는 사람들을 제자로 먼저 부르신다. 예수님은 12제자 중 다섯 명의 제자를 별 볼일 없는 어촌 벳새다에서 선택하셨다. 예수님은 랍비의 제자가 되기에는 자격이 한참 떨어져서 생업에만 전념하고 있던 다섯 청년을 그분의 제자로 부르셨다. 예수님의 제자들 중 핵심 그룹이었던 베드로와 안드레, 야고보, 요한, 빌립이었다. 예수님께서 새롭게 시작하시는 하나님 나라의 기초가 되는 12제자 가운데 다섯 제자가 인구 이삼천 명밖에 되지 않는 작은 어촌에서 선택되었다.

예수님께서 제자를 삼는 과정은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을 종 되었던 이집트 땅에서 선택하셔서 홍해를 건너도록 하신 과정을 반영한다.

이스라엘 백성은 하나님의 자녀가 될 수 있는 자격을 갖추었는지 심사를 받고 그 심사과정을 통과한 후에 홍해를 건넌 것은 아니었다. 이집트로부터 구원받을 만한 자격이 없던 그들은 하나님의 무조건적 은혜 때문에 이집트의 압제로부터 해방을 경험했다.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을 이집트로부터 먼저 건져 내신 후에 그 백성이 하나님의 백성으로 살아기 위해 필요한 십계명을 주신 것처럼, 예수님도 랍비가 될 자격이 없는 사람들을 제자로 부르시고 "나를 따라오라"고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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