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복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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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복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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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2.08.21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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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돈 교수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지하철공사에서 지난 6월 1969명의 고객을 대상으로 만족도 조사를 실시했다. 그 중 언론에 가장 많이 보도된 것이 불편사항에 대한 것이다. 지하철을 이용하는데 있어서 불편했던 것을 지적하는 것인데 1위가 종교전도였다.

이 부분에 대해서 33%인 660명이 답을 했다. 그 다음이 취객으로 27% 정도가 대답을 했다고 한다. 참 이상한 부분이다. 도대체 왜 종교전도가 그렇게 사람들을 불편하게 할까. 물론 종교전도라 함은 일반적으로 개신교를 일컫는 말일 것이다. 지하철을 타면 가끔 만나는 분들이 때로는 윽박지르는 형태로, 때로는 부드러운 말투로 복음을 전한다.

그런데 대부분은 크고 쉰 목소리를 가지신 분들이 주로 지하철에서 복음을 전한다. 그들이 전하는 내용은 다양하지만 자주 접하게 되는 것은 인생의 허망함과 죽음 이후의 세계에 대한 복음적 제시라고 할 수 있다. 잘 들어보면 그렇게 나쁜 내용도 아닌 것 같은데 사람들은 많이 불편하다는 것이다.

지하철을 타다가 이렇게 전도자를 만나면 솔직히 목사로서 조마조마하다. 종종 이런 분들과 혈기가 왕성하신 분들 사이에서 다툼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교리적인 논쟁도 있지만 대부분은 왜 사람들이 많은 지하철에서 떠들고 다니느냐는 항의에서 시작이 된다. 또 때로는 겸손히 복음을 전하지만 비아냥거리는 사람들로 인해서 성질을 이기지 못하고 말다툼을 벌이는 경우도 있다. 옆에서 보면 나이도 어린 사람들이 전도하는 분들을 향해서 심한 소리를 하는 것 같은데 그래도 그렇게 시작된 싸움은 시작이 무엇인지 그리 중요하지 않다.

참 이상한 일이다. 복음이라고 하면 ‘복된 소리’인데 왜 사람들은 불편하고, 짜증나고, 비아냥거리고 싶은 것일까. 전도자들은 구원의 이 소식을 전하는데 사람들은 저주의 소리로 듣고 있는 것이다. 전도자들은 분명히 하나님의 사랑에 사로 잡혀서 하는 일일 텐데 듣는 이들은 이 사랑을 경험하기 보다는 이기심과 불편함을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솔직히는 이런 질문은 우리 자신에게 돌려야한다. 내가 어떻게 전했기에 복된 소리를, 구원의 소식을, 사랑의 이야기를 사람들은 거부하고 불편하며 거북하게 생각하는가 말이다.
여기서 정확히 짚고 넘어가야한다. 복음을 전하는 것이 나쁜 것이 아니다. 복음은 때를 얻던지, 못 얻던지 전해야 한다. 그러나 어떻게 전하느냐가 중요하다. 지하철에 있는 33%의 사람들이 그 무엇보다도, 즉 취객이나 잡상인, 걸인들보다도 복음전도자가 더 불편하다고 했다면 분명 문제가 있는 것이다.

이러한 사람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전해야겠다고 한다면 그것은 아집이고 고집이다. 이 일은 1명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혹 1백 명의 생명을 잃는 일일 수도 있는 것이다. 전도자들은 이러한 복음 전파를 통해서 구원 받는 사람들이 있다고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이들 때문에 복음에 귀를 닫아버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복음이 문제가 아니라 전하는 방법에 대한 질문이다. 그 좋은 복음을 좀 더 효과적으로, 그리고 효율적으로 전해야하지 않겠는가.

얼마 전 지방에 가야할 일이 있어서 강남고속터미널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을 때다. 앉아서 멍하니 시간을 기다리고 있는데 한 노년의 신사가 다가오셨다. 온화한 얼굴에 작지만 기품이 있는 목소리로 그 분은 "고속버스시간표입니다"하면서 작은 종이 한 장을 주셨다. 거기에는 버스 시간표와 함께 복음의 말씀이 적혀 있었다. 순간 나는 적지 않은 감동을 받았다. 그 온유함에 감동하게 되고, 그가 드러내는 예수의 향기에 감동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예수를 전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대가 변해도 복음은 변하지 않는다. 예수 믿어야 구원 얻고, 하나님의 자녀로서 살 수 있는 것이다. 그것이 인생의 가장 귀한 일이고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시대에 따라서 그 복음을 어떻게 전할 것인가는 다른 문제이다. 즉 전도는 방법의 문제이다. 그 시대를 살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가장 효과적으로 전할 수 있는 방법을 선택해야하는 것이다. 전도는 사람을 감동시켜 예수 믿게 하는 것이지, 나의 방법을 전수하는 방법은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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