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발적 불편운동은 습관이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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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발적 불편운동은 습관이 관건”
  • 최창민 기자
  • 승인 2012.08.13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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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절약, 밤 문화 줄이기 등 실천사례

교회가 나서서 전기를 절약하는 것도 자발적 불편운동을 교회 차원에서 실천하는 한 방법이다.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공덕교회는 교회를 세울 당시부터 채광과 단열을 활용한 에너지 절감형 건축을 시도했다. 또 태양광을 설치해 전기소비량을 줄이는 노력을 기울였다.

지난해 9월 우리나라는 이른바 순환정전을 경험했다. 전기 사용량 급증과 어긋난 수요예측 때문에 대규모 정전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공덕교회를 출석하고 있는 숭실대 전기공학부 김재철 교수는 “지난해 발생한 9.15 순환정전은 블랙아웃(전력 체계가 마비되는 현상)으로 가기 전에 이뤄지는 조치로서, 우리나라가 전기를 사용한 이후 처음 생긴 일”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순환정전 사태의 원인으로 가장 먼저 전기사용의 급증을 꼽았다. 전기요금 인상은 물가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기 때문에 가격상승을 계속 막아왔고 이 때문에 겨울철 난방을 전기로 하는 수요가 급증한 것이다. 그밖에 빗나간 수요예측과 에너지를 과소비하는 산업 구조를 순환정전 사태의 원인으로 꼽았다.

지난 6월 안양시에 위치한 100여개 교회들이 ‘십자가 불끄기 운동’을 선언해 화제가 됐다. 십자가 불끄기 운동은 심야시간대인 23시부터 다음날 새벽 4시까지 십자가 조명을 소등하는 운동이다. 이와 함께 지나치게 높게 설치해 태풍 등에 취약한 십자가 첨탑을 3m 정도의 크기로 교체하는 운동도 병행한다. 안양시도 나서서 첨탑 철거에 200만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한관희 안양시 기독교연합회 회장은 “교회의 첨탑이 높아지는 것만큼 교회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졌다”면서 “이것은 복음의 본질이 아니기 때문에 이제는 본질로 돌아가자는 취지로 밤 시간에 십자가의 불을 끄기로 했다”고 전했다.

김재철 교수는 십자가 조명을 LED로 교체하거나, 심야시간대에 조명강도를 낮추는 것도 교회가 할 수 있는 에너지 절약의 좋은 실천방안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십자가 소등은 구체적인 실천 방법일뿐만 아니라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고 덧붙였다.

건축 당시부터 조명을 고려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김 교수는 “대부분의 교회가 구조상 조명이 밝지 않다. 건축을 할 때, 경건하고 엄숙한 분위기를 이유로 어둡게 건축하는 경우가 있다”면서 “본당이 불이 안 켜도 빛이 많이 들 수 있도록 채광과 에너지절약을 고려한 건축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교회도 에너지 진단을 받으면 좋겠다. 에너지 관리공단에 문의하여 전기, 가스, 기름 등 에너지 손실여부를 확인 받고, 개선해야 할 부분들을 점검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대기전력 차단, 교회 회장실의 센서등 설치, 사무실 등 LED 조명 설치 등을 조언하며 “단기적으로는 손해라고 생각될 수 있지만, 수명과 보수 유지비용을 생각할 때 장기적으로 사회와 이웃에게 기여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무엇보다도 절약하는 습관이 관건”이라며 “에너지 절약은 창조질서 보존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교회와 성도들의 노력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교회에서 실천할 수 있는 자발적 불편운동이 전기절약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서울 강남 논현동에 위치한 서울영동교회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성경을 비치하고, 보통글씨뿐만 아니라 큰글씨 주보도 함께 제공해 장애인들과 함께 하는 교회를 만들어가고 있다.

또 경북 연천 예닮뜰전원교회는 기윤실의 자발적 불편운동을 교회 주보에 소개하고 전 교회 차원에서 실천을 촉구하고 있다.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조흥식 교수(기윤실 이사)는 “물을 물 쓰듯이 하고, 전기도 물 쓰듯이 하는 풍조를 버려야 한다”면서 “전기 절약은 필요하지 않은 전기 사용을 막는 데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전기 과소비를 통해 형성되는 밤 문화를 줄여야 한다”면서 “밤 문화를 줄이는 일은 절전과 함께 가정을 살리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어둠의 문화를 빛의 문화로 개조시키는 일이야말로 전기 대란을 막을 수 있는 단초가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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