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문턱 왜 높은가
상태바
(49)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문턱 왜 높은가
  • 운영자
  • 승인 2012.07.04 17: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상덕 목사 (샬롬교회 협동목사ㆍ경영학 박사)

지난 2월 28일 금융위원회는 창업ㆍ중소기업 대출을 활성화한다는 명분으로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 이상한 조치를 취했다.

앞으로 은행 대출 담당자가 중소기업에 돈을 빌려 주면서 내부절차를 준수하지 않거나, 신용조사나 사업성을 충실히 검토하지 않는 등 하자가 있더라도 고의적이거나 중과실이 없으면 책임을 지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또 금융감독원이 은행직원의 잘못한 것을 발견해서 해당 직원에 대한 문책을 금융기관에 요청하더라도 은행이 자체 검사를 통해 부실 여신 관련 직원을 면책하면 금융감독원은 이것을 수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은행에서 기업에 돈을 빌려줄 때 가장 기본적으로 검토해야 할 사항이 신용조사와 사업성 검토임에도 그것을 충실하게 하지 않고 돈을 빌려주어 부실이 났는데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것이다. 금융은 돌다리를 두드리듯이 조심스럽게 취급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금융위원회에서 이와 같은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는가?

금융위원회에서 지금 가장 고심하고 있는 것은 가계대출이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가계대출은 ‘연착륙 대책’을 수립하지 않으면 안 될 만큼 위험한 수위에 도달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계대출을 갑자기 억제시킬 수가 없다. 금융은 도도히 흐르는 강물과 같아서 갑자기 방향을 바꾸면 둑이 터져나가는 부작용이 발생한다.

그러므로 서서히 금융자금 흐름의 방향을 수정해 나가야 한다. 문제는 금융기관에 예금은 여전히 들어오는데 가계대출이 억제되면 돈을 빌려줄 곳이 마땅치 않다. 우리나라 중소기업 대부분이 금융기관의 돈을 빌려 쓰기를 원하지만 금융기관에서는 중소기업에 돈을 빌려주기를 꺼려한다. 지금까지의 금융관행이 담보대출 위주로 이루어져왔기 때문에 담보가 부족한 중소기업에 돈을 빌려주기가 겁이 나는 것이다.

중소기업이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을 원활하게 받기 위해서는 신용대출기반이 형성되어야 한다. 신용대출기반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먼저 해당 중소기업의 재무 상태와 경영성과를 알 수 있는 재무정보가 장기간에 걸쳐 지속적으로 축적이 되어 있고 해당 금융기관과의 거래관계에 신뢰가 형성되어 있어야 한다. 다음으로 금융기관 내부에 중소기업에 신용대출을 해줄 수 있는 풍토가 조성되어 있어야 한다. 지금은 중소기업에 신용으로 대출을 해주었다가 해당기업이 망하면 신용대출을 취급한 직원은 상당한 불이익을 당한다.

신용대출을 취급한 경위와 책임문제에 대해 감사를 받게 되고 대출한 돈을 회수하기까지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되며 최악의 경우에는 명퇴를 당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신용대출을 취급하는데 대한 보상이 없다. 위험이 상당한 여신을 취급하는 직원이나 상대적으로 위험이 적은 일을 하는 직원들의 연봉이 별 차이가 없다. 기업여신에는 전문가가 필요하다. 그러나 이런 금융기관의 조직문화에서는 기업여신 전문가가 양성되기가 어렵다. 이와 같은 이유로 우리나라 금융기관이 가계대출을 축소한 여유자금으로 중소기업 여신을 갑자기 확대시키기가 쉽지 않는 것이다.

세계적인 금융기관들의 경우 여신을 취급하는 ‘론 오피셔’들은 성과와 연봉이 연계되어 있어 실력 있는 ‘론 오피셔’들은 연봉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다. 그러므로 많은 직원들이 여신전문가가 되기를 원하고 공부도 많이 한다. 여신전문가들이 앞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는 기업을 찾아내어 자금을 지원하게 되면 그 기업과 함께 은행이 성장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일자리가 창출되고 경제가 발전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여신전문가를 양성하는 일은 대단히 중요하다. 그러나 금융위원회의 결정과 같이 은행의 대출 담당자가 중소기업에 돈을 빌려 주면서 신용조사나 사업성을 충실히 검토하지 않는 등과 같은 하자가 있더라도 고의적이거나 중과실이 없으면 책임을 지지 않도록 하는 방법으로는 전문가를 양성할 수 없다. 자신이 맡은 일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 사람은 전문가가 될 수 없다. 책임을 철저히 지되 책임에 대한 보상이 따라야 한다.

이와 같은 금융환경이 조성되고 여신전문가들이 기업의 신용상태와 성장 가능성을 분석하여 원리금을 확실히 상환 받을 수 있다고 믿게 될 때 중소기업들이 은행으로부터 자금을 원활이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믿음은 신앙적인 면에서는 구원의 조건이 되지만 금융에서는 중소기업들이 자금을 이용할 수 있는 전제조건이 되는 것이다. “이는 우리가 믿음으로 행하고 보는 것으로 행하지 아니함이로라”(고후 5:17).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