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잠든 때 지글거리는 AM라디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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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잠든 때 지글거리는 AM라디오로….”
  • 최창민 기자
  • 승인 2012.06.28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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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 ‘感 1990’ 기독교 문화 전성기를 찾아서

기독교 문화의 전성기라고 불리는 1990년대. 기독 청년들은 세상 문화와 구별되는 기독교 문화만으로도 충분했다. 교회에 가면 기타가 있고 피아노가 있었다. 교회는 음악 있었고, 연극이 있었다. 친구들과 함께 ‘문학의 밤’ 준비에 취해 여름방학을 보내다 보면 어느새 기독교 문화에 젖어든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기독교 문화가 세상 문화가 채워주지 못했던 부분을 충족시켜줬던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 기독교 문화는 그야말로 변방 문화가 됐다. 동네를 떠들썩하게 ‘문학의 밤’을 준비하던 때도 이제는 아스라이 잊혀져간다. 언제 그랬냐는 듯이 교회 음악과 성극은 아마추어 취급을 받는다. 그때가 그립다.

기독교 문화기자 모임 씨씨플러스(Christian Culture Plus, CC+)가 기독교 문화 중흥기를 돌아보자는 취지에서 지난 21일 오후 사랑의교회(오정현 목사)에서 ‘感 1990’을 주제로 3차 오픈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세미나에는 기독교 문화 전성기로 불리는 20여 년 전 기독교 문화를 주도했던 역전의 용사들이 모였다.

1990년대 기독교방송 CBS에서 CCM캠프를 기획했던 양동복 교수(나사렛대), 1990년대 후반 기독교 공연과 음반, 방송 기획을 맡아 전방위에서 활동했던 전용국 목사(뮤지컬 언틸더데이 기획이사), 1990년부터 2001년까지 12년 동안 기독교 문화를 출입한 강석근 부장(기독신문)이 강사로 났다.

이날 첫 번째 발제를 맡은 양동복 교수는 “1989년 CBS에서 하덕규 목사가 진행하는 ‘가스펠아워’를 기획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어느 날 공개감상회를 진행했는데, 모두가 잠드는 시간인 주일 밤 12시에 지글거리는 AM으로 가스펠아워를 듣던 사람들이 작은 감상실에 300여 명이나 몰렸다”며 “그 자리에 모였던 청소년들은 대부분 노래를 따라했다. 기독교 음악이 젊은이들의 문화로 자리잡았다는 것을 체험했었다”고 말했다.

그 당시 양 교수는 가스펠아워 소식지를 만들어 600여 명 정도에게 보냈다. 그는 “지금에 와서 그 명단을 확인했더니 한국 CCM을 이끌어가는 분들이 상당수가 포함되어 있었다”며 “지금 그들은 가스펠아워 키드”라고 말했다.

1990년대에 기독교 문화가 융성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양 교수는 “교회에서는 일반인들이 접하기 힘든 악기가 다 있었다. 클래식 음악도 성가대를 통해 불려졌다”며 “87년 민주화 이후 새로운 시각과 문화적 접근을 지향하는 움직임이 있었고 CCM도 영향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양 교수는 “사회는 나누고 개방하면서 무형의 자산인 음악을 산업화하는데 성공했지만, 기독교계는 계속 합치고 닫는 방식만 되풀이 했다”며 “새로운 미디어 시대의 특성을 살펴 시장을 개척해 나가야 한다. 화려한 비주얼 시대에 사람들이 영적으로 어떤 것을 갈망하고 있는지 포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용국 목사는 90년대 CCM 음반시장에 대해 추억했다. 전 목사는 “1990년대 예문기획을 통해 박종호, 최인혁, 송정미, 좋은씨앗 등을 통해 음악사역을 주도했다”며 “당시에는 열정과 헌신으로 일했고 기독교 문화 기획자로서 자부심을 가졌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는 기독교 문화를 우리만의 문화로 지킬 수 있었던 시대”라며 “50만, 100만장이 팔린 음반도 있었지만, 지금은 그만한 시장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생활의 도구가 아닌 선교적인 목적이 분명한 기독교 문화 생산자의 자질을 갖춘 사역자들이 절실하다”며 “지금도 좋은 콘텐츠와 인재를 갖추고 시대적 요구와 현장을 잘 반영하면 기독교 문화 기획도 성공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강석근 부장은 “문화는 사회와 함께 호흡하는 것이다. 시대와 시대를 이어주는 진리처럼 여겨져 왔다”며 “기독교 문화를 흘러가는 하나의 테마로 보지 말고 자꾸 영역을 넓혀가야 한다. 창세기 28장에 기록된 땅에 충만하고 땅을 정복하라는 문화명령에 따라 그 시대의 문화를 경작해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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