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을 잡고 있는 네 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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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을 잡고 있는 네 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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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2.06.12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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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개혁 지지한 영성의 화가, 알브레히트 뒤러(6) / 안용준 목사(목원대학교 겸임교수)

바람을 잡고 있는 네 천사 (요한계시록 7:1~4)

뒤러가 그림을 그릴 때 가장 고민하는 문제는 어떻게 자신의 신앙을 창조적 예술로 드러낼 수 있는가 하는 점이었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말씀을 선포하는 케리그마의 성격을 지닐 수 있었으며 교회 안에 안주해 왔던 예술에 대한 인식의 경계를 초월하여 세상과 원활히 소통할 수 있었다.

전 독일 미술사상 가장 위대한 업적 중의 하나로 평가받는 이 판화 연작은 당시 독일 문헌에서 뿐만이 아니라 라틴 문헌에서도 그 모습을 드러낼 정도였다.

연작 중 하나인 ‘바람을 잡고 있는 네 천사’에서 뒤러는 감상자에게 성경의 내용이 보다 깊이 예술적으로 전달되도록 자신의 재능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화면 위 중앙에는 동쪽으로부터 천사 하나가 십자가를 어깨에 멘 채 손에는 하나님의 도장을 가지고 공중을 가로지르고 장면이 나온다.

하나님의 도장은 하나님의 소유권을 상징하는 거다. 그 천사는 네 천사에게 “땅이나 바다나 나무들을 해하지 말라”고 주문한다. 하나님의 종들의 이마에 인을 쳐야 하기 때문이다. 하나님께 인침을 받는 자의 숫자는 십사만 사천이었다.

이것은 구원을 받는 자의 수가 셀 수 없는 무리임을 보여주는 상징이다. 예수님을 영접한 자는 생명책에 기록되어 확실히 보존된다는 이야기를 뒤러는 확신에 찬 감격으로 그려내고 있는 것이다.

한편 네 명의 천사는 생명나무를 중심으로 역동적인 피라미드형을 구성하며 바람을 막아서고 있다. 뒤러는 천사들의 움직임을 그들에게 불어오는 바람의 세기와 강도에 맞추어 담담하게 맞서거나 율동적인 자세 등 다양하게 표현하고 있다.

자세히 보면 온화하게 불어오는 서풍을 막아서는 천사는 설득하는 몸짓으로 왼쪽 손을 들어 올리고 있으며, 자신 있는 표정을 하고 검을 높이 쳐들고 있다. 힘든 싸움을 하고 있는 전사라기보다는 칼춤을 추는 아름다운 무용수 같은 인상이다.

위 천사의 바로 아래에 자리 잡은 천사 즉 남풍과 마주선 천사는 강인한 오른팔로 칼을 부여잡고 담대한 포스를 취하고 있다. 자신에게 주어진 사명을 완벽히 수행하려는 의지가 돋보인다. 상단 우측에 있는 천사는 그의 팔을 뻗어서 동풍에게 무슨 이야기를 전달하고 있으며 오른팔로 검을 뽑아 이제 막 사용하려는 듯이 들고 있다.
 
화면 맨 위 좌우에는 북풍이 태풍의 눈에 들어온 것처럼 거세게 몰아치고 있다. 하지만 전 우주적인 심판의 태풍은 잠잠해 질 수밖에 없다. 하나님의 백성을 안전하게 보호하시겠다는 하나님의 약속이 주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뒤러는 네 천사 위에 생명나무를 바람에 흔들리지 않게 묘사하고 있는 것이다.

화면 오른쪽에는 십사만 사천 명의 선택된 자들이 천사에 의해 인을 받는 동안 경건하게 꿇어앉아 있다. 그들은 대환난의 날에 영적인 전투를 수행하며 승리한 자들이다. 심판 가운데서도 하나님은 자신의 백성을 구별하시고 보호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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