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시록의 네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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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2.05.30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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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개혁 지지한 영성의 화가, 알브레히트 뒤러(4) / 안용준 목사(목원대학교 겸임교수)

계시록의 네 기사 (요한계시록 6:1~8)

보이는 실체인 돈과 권력이 절대적 힘을 가지고 세상을 다스리는 것처럼 보일 때가 많다. 인류가 타락하여 불신과 공포가 더욱 견고해 질수록 사람들은 집단을 형성하여 하나님의 은혜와 사랑을 인정치 않는 힘을 모으기 마련이다.

이제 악으로 오염된 세상은 성도들을 향하여 세상의 힘을 사랑하도록 유혹하고 심지어 세상의 신이 그리스도의 영광의 복음의 광채가 믿지 않는 사람들에게 비치지 못하도록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고후 4:4). 어떻게 해야 이런 복잡한 미궁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가? 뒤러는 말을 탄 4명의 기사를 한 장면에 묘사함으로써 한순간에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

어린 양이 첫 번째 인을 떼자 흰말이 등장했다. 맨 우측 흰말 위에 탄 사람은 그리스도이다. 그는 전쟁에 활과 면류관을 받고 나가서 파죽지세로 승리한다. 이 역동적인 모습은 하나님의 심판이 전쟁으로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세속화와 혼합주의의 물결 속에서 교회와 세상은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환난과 고통을 맞이할 수 있지만 그것은 하나님 나라의 완성으로 가는 길이며 하나님 백성이 승리로 나아가는 길이다. 그러므로 성도는 거룩한 나라의 왕 같은 족속(계1:6)으로 변화된 신분에 걸맞게 하나님의 왕권을 대행하면서 사명을 감당해야 한다.

둘째 인을 떼자 붉은말을 탄자가 나타났다. 여기서 붉은색은 피를 상징한다. 세상에 큰 피를 흘리는 전쟁이 일어나 화평을 제하여 버릴 거라는 말이다. 세 번째 인을 떼자 검은말을 탄자가 나타났고 경제적인 위기가 몰려왔다. 검은말에는 수염 없는 남자가 저울을 들고 있다.

이 저울은 ‘밀 한 되’나 ‘보리 석 되’를 측량하기 위한 도구다. 한 데나리온에 밀 한 되고 보리 석 되라는 말은 평균물가보다 열 배에서 열여섯 배가 된다는 의미이다. 기근으로 인해 곡물 가격이 상당히 상승했음을 묘사한다. 마지막으로 넷째 청황색 말을 탄 ‘사망’이란 자가 나오고 있다.

나이가 든 모습의 사망은 뼈만 남은 앙상한 모습으로 늙은 말에 박차를 가하며 혼비백산하여 쓰러져 있는 인간들의 몸 위로 지나가고 있다. 말굽 아래에는 짓밟혀진 사람들의 절박한 표정과 ‘지옥의 용’에게 빨려들어 가고 있는 교황의 몸짓이 사뭇 인상적이다.

이 그림에 대한 다양한 초기 표현에서 네 기사는 각각 독립되어 그려졌다. 하지만 뒤러는 네 명의 말 탄 기사를 하나의 통일된 공간에 등장시켜서 질주하는 운동감을 잘 나타내고 있을 뿐 아니라 극적인 이야기 전달효과를 한순간에 얻어냈다.
 
요한 당시 세상을 정복할 교회의 승리를 가로막는 대적은 배교한 유대주의였는데, 그들은 로마의 힘을 의지하고 사용했다. 현재 세계도처에서 끊임없는 전쟁에 대한 소문과 재난과 고통의 현실을 목도하면서 우리는 무엇을 의지해야 하는지 분명한 진실에 이르게 된다.

뒤러의 그림에 하나님의 천사는 마치 폭풍우를 예고하는 새처럼 거대한 날개를 펴고 기사들 위를 날고 있다. 요한의 긴박한 이야기가 이 시간 이 장소에서도 진행 중임을 암시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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