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WCC 성명'과 미국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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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 'WCC 성명'과 미국 교회
  • 최창민 기자
  • 승인 2012.05.24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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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CC란 무엇인가? (17) 한국 교회와 WCC ③

 
1950년 제3차 WCC 중앙위원회의 성명 발표를 통한 한국 문제 개입 결의에 대해 동유럽이나 중국 교회가 격렬하게 반발했던 것에 비해 미국 주류교회들과 교회협의회의 반응은 정반대였다. 북한이 남한을 침략했다는 소식을 접한 미국 교회협의회는 7월 6일, 유엔이 신속하고 활기 있는 행동으로 응답했다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WCC가 한국전쟁에 대한 성명을 내기 직전 미국교회협의회 회장 스탬 감독과 총무 캐벗 박사는 성명을 통해 한국에 대한 침략을 국제적 평화와 안전을 유지하기 위한 도구로서의 ‘유엔의 권위에 대한 가장 직접적인 도전’으로 지칭했다. 교회협의회는 “침략의 비극은 더 심각한데, 그 이유는 유엔의 운명이 한국의 운명과 밀접히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흥수 교수(목원대)는 “미국 교회협의회는 새로운 대한민국은 유엔의 감독 하에 탄생한 국가이며, 유엔 기관들로부터 경제적, 정치적 성장에 도움을 받은, 유엔의 보호를 받는 국가라고 생각했다”며 “6월 25일 침략당한 것은 대한민국을 통한 유엔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한국에서 유엔의 행동이 미국교회협의회와 개신교회의 지지를 받은 것은 유엔이 세계 질서 체계를 향한 본질적인 첫 번째 스텝으로 간주되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교회협의회는 1950년 11월 기독교인의 양심과 대량파괴 무기에 관한 보고서를 통해 “법과 질서 없이는 인간을 위한 정의도 책임적인 자유도 존재할 수 없다”며 “정당한 질서를 부여하는 법은 힘에 의하여 지탱되어야 하며 필요시 강제력에 의해서 지탱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다수 교파들은 한국전쟁에 대해 교회협의회의 입장과 비슷한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퀘이커교 등 평화주의 단체들은 군사력 동원에 반대했다. 평화운동 지도자들로 구성된 화해 펠로우십은 ‘한국의 의미’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WCC를 비롯한 교회들이 모든 교전국들에게 즉각적인 휴전을 요구하고 동서 간의 기본적인 문제에 대한 중재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미국교회의 일각에서는 WCC 성명의 협상에 대한 언급을 지지하는 운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그해 8월 21일 27개 교파에 속한 469명의 성직자들은 한국에서 전개되고 있는 교전의 ‘협상과 화해에 의한 정당한 해결’을 주장했다. WCC 성명의 다른 면을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한 것이다.

미국교회 내에서 WCC 성명에 대한 격렬한 비판도 존재했다. 유니온신학교 와드 교수는 “WCC가 미제국주의에 대한 저항을 포기했다”고 비난했다. 정기간행물 프로테스탄트의 편집인 케니쓰 레슬리는 미국을 침략국으로 지칭하며 “한국에서의 충돌은 월 스트리트의 전도자 존 포스터 덜레스의 작품”이라고 비꼬았다. 한발 더 나아가 레슬리는 미국과 WCC에 대한 비판뿐만 아니라 한국전쟁이 일종의 혁명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혁명이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이승만 정부의 부정부패와 테러 정치를 비판했다.

한국전쟁에 대한 또 하나의 주장은 미국 한인교회 지도자들에게서 나왔다. 1950년 7월 한인감리교회 현순 원로목사와 황사용 독립운동 지도자는 “미국 기독교 형제자매에게 호소”라는 제목의 영문 호소문 수천장을 미국교회에 발송했다. 또 ‘독립’의 영문판과 한글판에 이 호소문을 게재했다.

호소문에서 한인교회 지도자들은 “분열된 조선을 다시 통일시키기 위한 내전”이며 따라서 이 내전에 미국이 무력으로 개입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또 “소위 북군이 남선을 침입했다는 것은 분열된 조선을 다시 통일시키기 위한 내전이며 그로인하여 통일된 공화국을 건설하려는 것뿐임을 알아 달라”며 “우리는 어떤 외국이든지 우리 내전에 간섭함을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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