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자 140만 시대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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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자 140만 시대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워요”
  • 이덕형 기자
  • 승인 2012.05.16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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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아시아 한울타리 문화제’로 본 다문화 이주민을 향한 교회의 과제

▲ ‘2012년 인천아시아 한울타리 문화제’에 참석한 네팔 부스 관계자들.
아시아 한울타리 문화제
같은 현실의 이주자들 공감
섬김 속에 마음이 열려

타향살이에서 고향 사람을 만나 나누는 이야기 한 마디, 음식 한 조각만큼 마음 포근해지는 일이 세상에 또 있을까. 지난 13일 인천 에서 외국이주민을 위한 축제가 열렸다.

인천 문학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2년 인천 아시아 한울타리 문화제’에서 우즈베키스탄 부스를 운영한 허은열 목사(씨앗선교회)는 “행사에 참가한 27개 외국인 부스 중 절반 이상이 기독교관련 단체에서 함께하고 있다”며 “외국인이주민을 향한 기독교의 사회적 움직임도 이제는 외부의 문화와 축제의 장에서 서로 이해와 공감할 수 있는 접촉점을 찾는 데까지 나가야 한다”고 전했다.

# 2012인천 아시아 한울타리 문화제
문화제 입구부터 뒤덮힌 구수한 이국적 음식의 향기. 길게 꼬리를 물고 이어진 기다림의 행렬에서 고향음식을 먹고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의 얼굴엔 연신 미소가 번져 나갔다.

손에 태국 음식 ‘깽끼요완까이’를 든 남자, 인도 음식부스에서 파는 탄두리난과 치킨코르마, 로띠를 기다리는 베트남 방문객들. 유모차를 모는 한 필리핀 부부의 손엔 인도네시아 부스에서 파는 바나나 튀김인 삐상고랭이 들려 있었다. 또 다른 부스에 들어선 한국 소녀의 작은 손에는 몽골가게에서 파는 양고기 만두 호슈르가 들려있었다.

모두 내 나라 부스를 먼저 찾는 느낌이었지만 이내 타문화 부스로 발길을 옮겨 전통의상을 입어보고 토속품 공예품, 전통사진에 눈길을 멈춘다.

인천광역시 주최로 올해 6회째를 맞이한 ‘2012년 인천 아시아 한울타리 문화제’는 13일 하루 1만 명의 방문객들이 몰리며 외국인이주민과의 내국인이 함께하는 문화적 소통의 장으로 그 입지를 넓혀 나갔다.
이주민 차이수파 씨와 함께 축제에 참석한 유영란 씨는 “한국에 캄보디아 사람만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아시아 사람도 함께 있다는 것, 함께 어울려 잘 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자리”라고 말했다. 유 씨와 함께한 차이수파 씨는 “한국에 온지 두 달됐는데 행사참여해보니 좋다. 사람이 좋고, 음식도 좋고, 경치도 좋다”며 참여 소감을 밝혔다.

네팔에서 온 부르조스(30) 씨는 “네팔은 첫 회때부터 참가하고 있는데 이 행사가 외국사람에게 큰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여러나라 문화도 알 수 있고 다른 이주민들이 살아가는 이야기도 듣고 서로 음식 을 나누며 교감하는 것이 즐겁다”며 매년 참가 의지를 밝혔다. 이날 행사에 네팔 이주민 300여 명이 참석했다.

1만여 내·외국인이 함께한 하루. 27개국의 문화가 한 자리에 어우러진 이날 행사가 이주자들의 축제였음에는 틀림없어 보였다. 그러나 아직까지 이주자들에 대해 이질적인 시선을 보내는 한국사회의 태도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한 민족으로 대하기까지는 갈 길이 멀어 보였다.

씨앗선교회 허은열 목사와 이은실 사모는 전날 여러 해 전부터 교재해온 외국인노동자 5명과 우즈베키스탄 푸드존 운영을 위해 부평시장에서 장을 보고 새벽 4시부터 500인분 음식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허 목사는 우즈베케스탄인들이 본국에서 공수해온 빵을 맛보게 해주기 위해 우즈벡 빵 ‘논(리뽀슈까)’을 동대문에서 직접 공수해왔다. 준비된 우즈벡 볶음밥인 발홉(볶음밥)을 비롯해 사시락(양고기꼬치) 등 500인 분의 음식은 오후 3시 경 벌써 바닥나고 말았다. 허 목사의 정성스런 손길을 나누며, 기쁨의 시간을 보냈다.

허 목사는 “함께 장을 보고 음식을 팔고 같이 먹는 과정에서 그들의 고달픈 나그네 삶을 이해할 수 있었다”며 “성경에서 말하는 주님의 사랑으로 대할 때 이들과 믿음과 관계가 생겨난다”고 말해했다. 이주민을 섬기기 위해 ‘접촉점’을 만드는 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열린 풋살경기에서 우즈벡팀이 우승했다. 그들은 제일 먼저 허 목사에게 다가와 우승의 소식을 전했다. “목사님, 우리가 일등했어요.”

# 함께하는 사랑으로
국내 체류 중인 외국이주민 수는 올해로 140만을 돌파했다. 오늘날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함께하는 다문화 네트워크 이사장 신상록 목사는 “우리나라는 15개국과 인력송출협정을 맺어 외국인이주민을 통해 연간 30조 원의 생산효과를 얻고 있음에도 아직까지 외국이주민에 대한 시선은 이전과 별반 크게 달라진 게 없다”고 지적했다.

신 목사는 한국 교회에 필요한 자세로 다문화ㆍ다종교 사회를 위해 외국인이주민을 신학적 성서적으로 동일한 하나님의 형상을 가진 존재로 인정해야 할 것을 주문했다.

허은열 목사 역시 다문화 가정에 대한 한국인의 편견에 우려를 표했다. 다문화 가정을 마치 결손가정처럼 취급한다는 것. 허 목사는 “이런 인식에서 벗어나 기독교 가치관인 사랑을 전제로 올바른 시선으로 바라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에 들어온 이주자들은 목회자의 삶을 보고 교회 참석여부를 결정한다”며 “세상적 가치관과 달리 우리의 가치관은 예수님처럼 사고하고 행동하는 섬김의 삶을 살아야 한다”고 말했다.

남동구다문화가족지원센터 김기범 목사는 교회가 제시할 수 있는 현실적 대안으로 다문화가정을 끌어안을 수 있는 프로그램 개발을 요청했다.

시혜적 측면에서의 접근이 아닌 친구로서 끌어안을 수 있는 구체적인 프로그램을 개발해 이주민을 위한 기독교 사회복지 체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음악회를 예로 들기도 한 김 목사는 “음악회를 진행할 때 다문화어린이들이 와서 그냥 듣고 선물받고 가는 행사로 마칠 것” 아니라 “같이 합창단으로 참석해 함께 어울리고 신앙을 나눌 수 있는 교류의 장이 필요한 때”라고 전했다.

이주자 140만 시대에 필요한 것은 ‘함께’ 살아가는 배려와 섬김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 인천시 주최로 지난 13일 개최된 ‘2012년 인천아시아 한울타리 문화제’에 참석한 우즈베키스탄 부스 관계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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