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연합기구 ‘한국교회연합’ 출범 … 앞으로의 과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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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연합기구 ‘한국교회연합’ 출범 … 앞으로의 과제는?
  • 이현주 기자
  • 승인 2012.04.05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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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정관으로 차별화했지만 ‘당연직’ 폐해 여전

이단 강력대처 및 1년단임제·순번제 등은 한기총과 차별점
규약 곳곳에 문제점 … 김요셉 대표회장 “충분히 검토할 것”

‘한국교회연합’(이하 한교연)이 교계의 우려와 기대가 교차하는 가운데 지난달 29일 출범했다. 23개 교단과 단체가 창립회원으로 참여했고, 170여 명의 총대가 교단에서 파송됐다. 이날 투표에 참여한 총대는 149명이었다.

총대들은 예장 대신 김요셉 목사와 기성 이정익 목사를 놓고 두 차례의 투표 했고, 그 결과 8표차로 김요셉 목사가 당선됐다. 한 표가 아쉬운 박빙의 선거였다. 두 명의 후보 모두 한기총 대표회장 후보로 거론됐던 인물로, 한국 교회를 위해 힘껏 헌신하겠다는 약속을 남겼다.

일단 창립 규약을 인준하고 대표를 뽑은 한교연은 임원진을 구성하고 사무총장을 선임하는 등 조직구성을 과제로 남겨놓고 있다. 여기에 규약과 세칙을 매끄럽게 수정하는 일도 남아 있다. 일단 창립으로 첫 발을 내디딘 ‘한교연’의 과제를 점검해보았다.
 
# 한교연 규약과 세칙의 특징
 한교연이 공개한 규약과 세칙은 한기총의 7.7 특별총회 정관과 유사하다. 큰 골자로는 1년 단임제와 대표회장 선거 ‘순번제’, 임원수의 축소, 선관위 구성의 객관성 등을 포함하고 있다. 한기총과 차별화 된 점은 사업적 측면에서 정의, 평화와 창조보전 및 세계교회와의 교류가 눈에 띈다.

보수 일색의 한기총이라면 ‘친 WCC 사업’이라며 반발했을 부분이다. 하지만 한교연은 보다 폭넓은 차원에서 정의와 평화문제를 다루기로 했으며, WCC 총회를 앞두고 ‘세계교회와 교류하며 연합과 일치의 공동 모색을 전개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여기에 한기총 파행의 원인이 되기도 한 ‘이단과 사이비 집단에 대한 공동대처’가 사업에 포함됐다.

한기총이 이단 사이비 대책 마련이라고 표현했다면 한교연은 ‘집단에 대한 공동대처’로 수위를 높였다. 임원은 교단 안배를 원칙으로 하되, 공동회장과 부회장은 현직 총회장과 부총회장이 맡도록 했다. 임원의 수는 각각 20인 이하로 제한했다. 대표회장 선거는 순번제에 의해 ‘가군(5000교회 초과), 나군(5000교회 이하 1000교회 초과), 다군(1000교회 이하 모든 교단)이 돌아가면서 선거에 나설 수 있도록 순번제를 적용했다.

대표회장 후보는 교단 총회장이나 회원교단 대표를 역임한 자로 한정했으며, 선관위는 대표회장이 임원회 결의를 거쳐 명예회장 중 2인, 공동회장 중 5인, 법률고문 중 2인을 위촉하되 순번제에 해당하는 교단은 선관위원이 될 수 없도록 했다.

# 한기총 ‘당연직’ 그대로 고수
한기총과의 차별성을 강조하며 보다 객관적이고 개혁적인 연합단체를 표방하고 있지만 한교연 규약에는 수정할 곳이 많이 보인다. 우선 한기총에서 문제로 지적됐던 몇 가지 사안들이 한교연 규약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한교연은 한기총처럼 ‘총무협의회’를 두고 있으며, 임원과 위원장들이 당연직으로 들어가는 문제점을 그대로 떠안았다. 총무협의회는 한기총 내 정치세력으로 임원선거에 깊이 개입해 논란이 된 바 있다. 한기총 개혁을 위해서는 총무협의회부터 없애야 한다는 여론이 높았지만 이광선 전 대표회장은 오히려 총무협의회가 임원회에 참여해 언권을 행사하도록 역할을 확대했다.

한교연은 이같은 논란에 대한 반성 없이 일단 ‘총무협의회’를 그대로 두고, 같은 역할을 부여했다. 한교연의 총무협 역시 정치집단으로 전락하지 않으란 법이 없는 상황에서 규약을 통해 협의회를 상설화하는 것이 문제라는 지적이 높다.

또 다른 문제는 ‘당연직’ 제도. 한기총에만 있는 당연직 제도를 한교연이 그대로 받아들였다. 당연직 제도는 김용호 직무대행이 개혁을 위해 가장 시급한 과제로 꼽았던 사항. 명예회장과 임원, 위원장이 당연직으로 들어가는 구조는 선거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추후 새 대표회장이 와서라도 개혁해야할 과제라고 공식적으로 밝힌 바 있다.

당연직 구조가 대표회장의 권한을 막강하게 만들고 친위세력 구축에 악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기총은 이 제도로 인해 개혁정관과 세칙이 폐기되는 아픔을 겪었다. 이 과정을 지켜본 한교연이 당연직 제도를 고민없이 수용하는 것은 연합체 창립의 목적과 명분을 잃는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현재의 한교연 상황에서 당연직이 더 위험한 것은 한기총은 전체 총대가 4백여 명에 이르지만 한교연은 창립 총대 170여명으로 그 수가 절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170여 총대 중에 임원수만 50명이 넘고 각 위원장까지 합치면 70명 넘는 당연직이 세워진다. 절반가까이 ‘내 사람’으로 채울 수 있는 구조다.

군소교단에 유리한 실행위원 수도 한기총의 것을 그대로 받았다. 100~300교회까지 실행위원 1명으로 시작해서 700~2000교회는 3명, 10000교회가 넘는 교단은 실행위원 11명에 총대 25명이다. 100교회와 10000교회는 100배의 차이가 나지만 총대와 실행위원의 차이는 10~20배를 넘지 않는다.

실행위원 수의 배당문제는 이미 한기총에서도 개혁과제로 여러 차례 다뤄진 바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매번 군소교단의 반발로 쉽게 조절하지 못했다. 새로 창립하는 단체가 이같은 문제점을 그대로 받아들인 것은 앞으로 한교연 안에 한기총에서 일어났던 여러 문제점들이 고스란히 되풀이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 순번제 재조정 여론 높아
과열선거를 막기 위해 ‘순번제’를 적용하면서 7.7정관의 의미를 살렸다고 주장하는 한교연이었지만 순번제가 특정교단에 유리하게 만들어졌다는 지적을 피해가기 어려웠다. 29일 창립총회 당시 예장 백석 양병희 목사는 “가군에 속한 교단이 한 곳 뿐이다. 이대로라면 통합은 격년으로 대표를 맡게 된다”며 형평의 문제를 제기했다.상대적으로 ‘나군’에는 너무 많은 교단이 포진되어 있기 때문이다.

사회를 본 한기총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장 유중현 목사는 “규약과 세칙에서 부족한 부분은 앞으로 임시총회를 열어 보완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순번제를 유지하되 가-나-다군의 기준을 변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직 사단법인이 아니라는 점도 한계로 지적됐다. 한 총대는 “규약에 문광부 허가 내용이 있는데 법인 등록에 대한 논의가 없었다”고 말했다. 한교연은 “사단법인 설립 절차도 밟아나갈 것”이라고 답했다.

한기총과의 관계 및 회원 규정도 문제다. ‘한기총 정상화’라는 부제를 단 것처럼 앞으로도 한기총을 개혁대상으로 볼 것인지, 아니면 한기총과 유기적인 관계를 유지하며 한기총 개혁과 정상화를 끌어낼 것인지도 교계의 관심사다.

‘적대적’이라면 한기총 탈퇴 교단으로 회원을 재구성해야 하고, 유기적이라면 한기총에 대한 비방과 침해는 없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대표회장 김요셉 목사는 “한기총이나 교회협 모두 주 안에서 함께 어우르며 연합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한기총과는 더 깊은 대화를 통해 정상화 해법을 모색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규약 등 한교연 개혁과제에 대해서는 “일단 임원진을 구성한 후 구체적인 논의를 진행할 수 있을 것 같다”며 “부당하거나 원칙에 맞지 않는 것들은 하나하나 심도깊은 대화를 통해 정리해 나갈 것이며 앞으로 임시총회를 열어 총대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요셉 대표회장은 부활절 이후 취임식을 갖고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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