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세계화, 경제정의 위한 ‘아가페 과정’ 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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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세계화, 경제정의 위한 ‘아가페 과정’ 제시
  • 최창민 기자
  • 승인 2012.03.23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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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CC 제9차 포르토알레그레 총회

희년을 맞아 아프리카를 거친 WCC는 다시 대륙을 건너 아메리카로 넘어왔다. 브라질 포르토 알레그레 총회는 라틴 아메리카에서 열린 최초의 총회였다. 2006년 2월 WCC는 ‘하나님 당신의 은혜로 세상을 변화시키소서’(God in Your Grace, Transform the World)라는 주제로 총회를 개최했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세계는 신자유주의 경제세계화의 영향으로 인해 빈부격차로 인한 남북문제가 심각한 현안으로 떠올랐다. 사회주의 동구권의 잇따른 경제 몰락으로 인해 혁명적 분위기는 점차 누그러졌다. 하지만 칼 막스가 지적했던 분배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세계는 부의 축적에도 불구하고 빈곤과 가난의 문제를 넘어서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2001년 9월 11일 미국의 심장부를 겨냥한 탈레반의 테러 사건이 자행되면서 전 세계는 또다시 큰 혼돈 속으로 빠져들었다. 특히 미국은 테러에 대한 보복으로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정권을 무너뜨렸고, 2003년에는 이라크 사담 후세인 정권과 맞서 독재 정권을 붕괴시켰다. 미국 중심의 세계체제가 더욱 공고해진 것이다. 이로 인해 수많은 무고한 인명이 희생됐으며 이슬람 무장단체에 의한 자살 폭탄테러가 서구권을 비롯한 세계 곳곳에서 자행됐다.

생태계 파괴로 인한 자연재해도 곳곳에서 벌어졌다. 2004년에 인도네시아와 동남아시아에 밀어닥친 최악의 쓰나미로 인해 22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 2005년 8월에는 카타리나 태풍으로 인해 미국의 뉴올리앙스에서 1만 명이 희생됐다.

이 같은 상황에서 식민지 착취와 군사독재를 경험한 남미의 중심국 브라질에서 총회를 개최했던 것이다. 당시 남미는 좌파 및 중도 좌파 정권이 집권하면서 오랜 미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나려고 해쓰고 있었다. 특히 브라질 2001년부터 2003년까지 세계사회포럼을 개최하는 등 반세계화, 대안세계화와 관련한 논의를 활발하게 펼쳤다.

WCC는 총회를 통해 남미에서 사회참여 전통을 가지고 급성장했던 오순절 교회들과 친교를 확대했다. 특히 9차 총회에는 348개 회원교회에서 691명의 총대가 참석했다. 총회 준비는 케냐 감리교회 출신인 새뮤얼 코비아(Samuel Kobia, 2004-2009)가 맡아서 진행했다.

하라레 총회 이후 WCC 선교신학은 △복음과 문화 △세속주의 안에서 증언 △건강과 치유라는 세 측면에 집중했다. 그리고 ‘오늘의 일치 안에서 선교와 전도’(Mission and Evangelism in Unity Today, 2000)를 발표했다. 또 정교회 참여활성화를 위한 특별위원회는 ‘합의결정제’(consensus decision-making) 요구를 받아들였고, 이 방식은 포르토 알레그레 총회에서부터 사용되었다.

합의결정제와 관련해 새뮤얼 코비아 총무는 “총회의 주요 성명들과 활동들에 대해서 결론을 이끌어 내는 새로운 방법으로서 ‘합의모델’의 여정을 처음으로 시작했다”며 “21세기 에큐메니즘에 대한 지난 수년간의 토론은 공동의 멤버십 보다는 우리의 공유된 임무가 미래를 보증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세계평화를 위한 타종교와의 대화 프로그램이 지속되었고,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도전에 대해 ‘아가페 과정’(AGAPE Process, Alternative globalization addressing people and earth)이라는 대안을 제시했다. 즉 가난한 민중과 생태계를 끌어안은 대안지구화를 제안한 것이다. WCC는 특별히 아프리카의 정의에 관심을 가지고 HIV/AIDS 극복을 지원하고, 아프리카 어린이의 권리를 강조했다.

총회 주제인 ‘하나님 당신의 은혜로 세상을 변화시키소서’는 하라레 총회에 이어 기도형식을 사용했다. 또한 하나님을 주어로 삼았다. 주제를 통해 ‘세상’을 변화시키는 주체는 인간이 아닌 ‘하나님’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기독론적 주제에서 사용되었던 예수 그리스도와 세상의 대칭 구조가 여기서는 하나님과 세상의 대칭구조로 변화된 것이다. 특히 ‘은혜’라는 표현은 타자를 이해하고 끌어안을 수 있는 신학적 핵심 용어로 사용되었으며, WCC의 3대 구성 요소인 개신교회, 동방교회, 오순절 교회의 신학을 하나로 묶어낼 수 있는 표현이었다.

또 경제정의를 향한 기독교인의 의무와 책임에 대해 그 역할을 조명했다. 폭력극복을 위한 증인의 역할, 종교다원 상황에 직면한 도전과 문제들은 물론, 전 세계 기독교인의 연대와 협력 문제가 집중 논의됐다.

한국에서는 예장 통합, 기장, 감리교, 성공회가 회원교단으로 참석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를 비롯한 에큐메니칼 기관단체 관계자들도 참관인 자격으로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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