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 속 ‘국가조찬기도회’, 올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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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 속 ‘국가조찬기도회’, 올해는?
  • 최창민 기자
  • 승인 2012.03.05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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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편향, 정치적 수단, 순수성 논란 계속돼

올해로 44회째를 맞은 국가조찬기도회가 이틀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기도회의 순수성이 지켜질 수 있을지에 대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 3일 오전 사랑의교회 새벽예배는 국가조찬기도회 리허설로 진행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사랑의교회 오정현 목사는 이번 국가조찬기도회 설교자다. 

▲ 제44회 국가조찬기도회가 오는 3월 8일 오전 7시 서울 힐튼호텔에서 개최된다.
사랑의교회는 이날 새벽예배 도중 “대통령 내외를 모시고 예배를 드리고 있다”는 표현을 사용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때문에 교회 성도들 안에서 이명박 대통령 내외가 참석했다는 소문이 퍼진 것. 실제로는 대통령 내외가 참석한 것이 아니라 이날 예배를 국가조찬기도회의 음악회와 시간 등을 확인하기 위한 리허설로 진행하면서 벌어진 해프닝이었다.

하지만 경건하고 거룩해야 할 예배를 예행연습의 기회로 활용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또 성도들이 거기에 동원된 것이라는 비판도 더해졌다.

이번 논란을 계기로 국가조찬기도회의 순수성에 대한 비판이 확산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장로 대통령 취임 이후 해마다 국가조찬기도회와 관련된 논란이 반복되면서 이 같은 주장이 힘을 얻고 있는 것이다.

# 대통령 종교편향 논란
지난해 43회 국가조찬기도회는 대통령 무릎기도 논란으로 한차례 큰 홍역을 치렀다. 참석자들이 함께 통성으로 기도하는 합심기도 시간, 인도자로 나선 길자연 목사(한기총 직전 대표회장)가 돌연 “다같이 무릎을 꿇고 하나님 앞에 죄인의 심정으로 통성기도를 하자”고 말했다.

이에 단상 위에 있던 대통령 내외가 무릎 꿇고 기도했다. 이 장면은 고스란히 각종 매체를 통해 보도됐다. 당시 대통령의 이 같은 행동은 순수한 신앙의 표현인지, 대통령으로서의 종교적 중립을 지키지 못한 행위인지를 놓고 종교계의 갈등이 표출됐다.

▲ 지난 43회 국가조찬기도회에 참석한 이명박 대통령 내외가 사회자의 인도에 따라 무릎 꿇고 기도하고 있다.
2009년 41회 국가조찬기도회에는 처음으로 합심기도가 도입됐다. 이전 기도회는 참석자들이 참여하는 프로그램이 없었다. 하지만 41회부터 참석자들이 찬송을 함께 부르고, 통성으로 기도하는 시간이 마련된 것이다. 이를 놓고 기도회의 모습을 찾았다는 의견과 장로 대통령을 위한 ‘통성’ 기도라는 비판이 동시에 제기됐다.

이명박 대통령 취임 첫해인 2008년 5월 열린 40회 국가조찬기도회는 3,500여 명이 참여한 사상 최대 규모로 치러졌다. 조용기 여의도순복음교회 원로목사가 설교를 맡았으며, 이 대통령은 “오늘 설교 말씀을 5년 재임기간 동안 마음에 세길 것”이라고 화답했다.

# 정치적 수단 논란
2010년 7월에 열린 42회 국가조찬기도회에서는 국정 홍보가 논란이 됐다. 서울 G20 정상회의 개최, 세계적 경제위기 극복, 4대강 살리기 사업 등 대통령의 국정에 대한 홍보성 발언이 기도회 내내 이어졌다. 특히 ‘G20’이란 단어는 스무 번 이상 반복됐다.

여당의 한 국회의원은 “대한민국 선진화의 초석을 다지는 한국이 낳은 위대한 대통령이 되게 해 달라”고 기도해 국가보다는 대통령을 위한 기도였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사실 국가조찬기도회는 1966년 3월 창립 당시부터 ‘정교유착의 온상’, ‘정권을 위한 나팔수’라는 비판이 계속해서 제기됐다. 독재 정권 하에서는 “기도회가 독재 합리화 도구로 전락했다”는 혹독한 오명을 뒤집어썼다. 지금도 개신교 정교유착의 대표적인 사례이자 과오로 거론되고 있다.

물론 민주화 이후에도 국가조찬기도회에서도 대통령의 국정에 대한 해명의 장이나 정치적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비판은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역대 대통령들도 기도회를 통해 자신의 정치적 성과나 남은 임기의 국정 과제를 제시하는 등 자신의 입장을 밝히는 수단으로 활용했다.

기도회 개최 시기도 논란이 됐다. 사단법인 국가조찬기도회는 2009년부터 기도회가 국가의 중요한 행사임을 강조하며 6월로 정례화하기로 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41회와 42회는 7월, 43회는 3월에 개최됐다.

40회 국가조찬기도회는 18대 국회의원 총선거 실시로 인해 당초 일정보다 한 달여 가량 미뤄진 5월에 열렸다. 하지만 44회 국가조찬기도회는 19대 총선을 한 달여 앞두고 있지만 “국가조찬기도회의 정례화”를 이유로 일정 연기 없이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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