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을 죽이는 세력에 대응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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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을 죽이는 세력에 대응하라”
  • 최창민 기자
  • 승인 2012.03.02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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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CC 제6차 벤쿠버 총회(1983)

WCC 총회는 유럽에서 두 차례 열린 후 북미, 아시아, 아프리카를 거쳤다. 그리고 다시 북미 캐나다로 넘어왔다. 제6차 총회는 요한복음 11:25, 14:6 ‘예수 그리스도-세상의 생명’(Jesus Christ-the Life of the World)을 주제로 1983년 7월 24일부터 8월 10일까지 케나다 벤쿠버에서 301개 회원교회 847명의 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벤쿠버 총회는 총대 구성에서 큰 변화가 일어났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여성 30%, 청년 15%, 평신도 46%로 비중이 높아졌다. 또 남반구 교회들의 참여가 크게 증가했다.

1970년대 후반과 1980년대 초반까지도 세계는 전쟁의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1977년 파키스탄은 민주 정권이 군사쿠데타로 전복됐다. 1979년 이란도 호메이니가 팔레비 왕조를 몰아내고 반미 이슬람 정권을 세웠다. 니카라과는 독재자 소모사가 추방되었으며, 소련은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했다. 1980년 살바도르 독재정권은 로메로 주교를 암살하는 등 남미의 많은 국가들이 미국의 후원을 받는 군사독재에 의해 고통 받았다.

아프리카에서는 짐바브웨는 백인독재 정권으로부터 독립했다. 이 과정에서 WCC는 짐바브웨 해방 전선을 지원했다. 1980년 5월 한국에서는 신군부에 의해 광주시민이 학살되는 사건이 벌어졌다. 이란은 이라크와 전쟁을 벌였고, 1982년 이스라엘은 레바논을 침공했다.

1977년 WCC는 종교간 ‘대화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작성했다. 1980년에 멜버른에서 개최된 세계선교와 전도위원회(CWME)는 가난한 사람들이 현대 선교에서 더 소외되고 있는 현상에 주목했다. 특히 가난한 사람들은 선교의 대상이면서도 하나님 선교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한다고 보았다. WCC ‘교회와 사회위원회’는 1979년 MIT 공과대학에서 모여 과학기술 노하우 독점문제, 지속가능한 대체 에너지, 유전공학 문제를 가지고 논의를 벌였다.

1982년 리마에서 모인 ‘신앙과 직제위원회’는 BEM문서(세례, 성만찬, 직제에 관한)와 리마예배서를 만들었다. 이 모임에서 현대 신학의 거장이라고 불리는 판넨베르크는 WCC가 웁살라 총회 이후 ‘신앙과 직제’를 약화시키면서 사회정의와 교회일치를 연결시키는 경향성을 반대했다. 1982년 WCC 중앙위원회는 ‘에큐메니칼 확언’을 채택했다. 선교에 대한 이 선언은 현재까지도 WCC의 선교와 전도에 관한 입장을 드러내고 있다.

벤쿠버 총회는 주제를 통해 ‘생명’을 강조했다. 인종차별, 성차별, 계급적 억압, 경제적 착취, 군사주의, 인권유린, 핵무기 개발 등 생명을 죽이는 모든 세력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었다. “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니”,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라는 성경구절을 통해 정의와 평화를 실현하기 위한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특히 기독론은 20세기 에큐메니칼 운동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다. 초대교회 이후로 성육신 기독론과 십자가 기독론 사이에는 긴장이 있었다. WCC 안에는 루터의 종교개혁 전통이 강조해온 ‘아래로부터의 기독론’과 동방정교회의 ‘위로부터의 기독론’이 함께 조화를 이루어 왔다. WCC 총회 주제들에 나타난 기독론은 이 두 차원을 상호 관련시키고 있다.

콘라드 라이저는 “그리스도가 ‘세상의 생명’이라는 뜻은 또한 ‘세상의 주인’이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하나님은 생명의 근원이며 세상의 창조주가 되신다. 그래서 이 주제는 예수 그리스도를 살아계신 하나님이며 세상의 주인으로 아는 사람들의 고백이 된다.

1~2차 총회는 교회분열 문제에 직면했고, 3~4차 총회는 일치의 목표를 설명했다. 5~6차 총회는 가시적 일치를 향한 실천의 중요성을 점점 더 강하게 강조했다. 밴쿠버 총회는 ‘BEM문서’를 교회일치의 방법으로 사용하면서 ‘가시적 성례적 친교’를 교회일치와 인류공동체에 대한 성례적 비전을 열어주는 징표로 사용했다. 교회란 회복될 인류공동체의 표징이고 인류공동체의 회복을 위한 도구라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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