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정의ㆍ생태정의’는 하나님의 또 다른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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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정의ㆍ생태정의’는 하나님의 또 다른 이름
  • 표성중 기자
  • 승인 2012.02.25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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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평화마당, ‘생명과 평화 여는 정의의 신학’ 제2차 심포 개최

▲ 생명평화마당이 지난해에 이어 지난 23일 '생명과 평화를 여는 정의의 신학'을 주제로 제2차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날 발제자들은 다양한 관점에서 생명, 평화, 정의 등과 관련된 신학적 담론을 형성했다.
WCC 제10차 부산총회를 앞두고 에큐메니칼 진영의 신학자와 목회자들로 구성된 생명평화마당이 지난해에 이어 지난 23일 오전 10시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 지하 이제홀에서 ‘생명과 평화를 여는 정의의 신학’을 주제로 제2차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기독교 신앙을 생명과 정의와 평화의 관점에서 새롭게 정립해가고 있는 생명평화마당이 주최한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권진관 교수(성공회대), 구미정 교수(숭실대), 강원돈 교수(한신대) 등이 참여해 다양한 관점에서 사회정의와 생명, 평화 등의 신학적 담론을 형성했다.

# 자연과 인간은 평등적 상호관계
‘사회정의와 생태정의의 통일을 위한 존재론적 모색’을 주제로 발표한 권진관 교수는 “오늘날 물질문명에서 자연이 우리 상황에 일부로 참여하고 있음에도 무시됐고, 주체적 참여자로 간주되지 않고, 대상으로만 있는 것으로 간주되어 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역사적 상황 속에서 자연뿐만 아니라 소수 엘리트를 제외한 민중 전체, 곧 소외당하는 사회적 약자층인 ‘서발턴’(subaltern)들도 있다”며 “현재 자연은 심층 생태학에 의해 발언권을 획득하기 시작했고, 서발턴들도 기존의 상황적 질서에 대항해 대안을 내세우면서 움직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의는 관계의 문제’라고 주장한 권 교수는 “자연과 서발턴 모두 관계 속에서 배재돼 왔던 주체였다”며 “정의를 극대화하려면 서발턴들의 평등을 회복시키고, 인간과의 평등적 상호관계 속에 있어야 할 자연의 위치도 회복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모든 사람들이 평등하게 자기의 삶의 터전을 갖는 것이 오늘날 ‘사회생태적 정의’라고 볼 수 있다”며 “사회정의와 생태정의는 결코 분리될 수 없다. 정의는 둘이 아닌 하나이며, 하나님의 또 다른 이름이다. 평등, 생명, 평화를 이루는 하나의 신적 힘으로써 자신에게 필요한 만큼의 삶의 터전에서 평화롭게 살 수 있게 하는 역동적인 정치적 과정”이라고 피력했다.

# 인도적 차원 뛰어넘는 '환대' 필요
‘재개발 중인 한국사회에서의 정의를 말한다는 것’을 주제로 발표한 구미정 교수는 “도시화와 산업화의 세례를 거친 경제주의 국가들에서 환대는 오로지 상업적인 공간에서만 잔존하는 것처럼 보인다”며 “이는 종교적 가치가 세속적 가치에 완전히 매몰됐음을 말해주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즉, 아름다운 환대의 전통을 지니고 있는 성서적 기독교가 역사적 현실에서 이른바 미국식 ‘부의 복음’으로 오역돼 근대화의 첨병처럼 기능하게 됐다는 것이다. 구 교수는 기독교가 근대화의 바탕 이데올로기가 돼 박정희의 개발독재를 견인하는 ‘하수인’ 노릇을 하는 동안 기독교인들은 더 이상 기존 제체의 가치에 질문하지 않고 편안하게 ‘용해’된 ‘두루뭉술한 한통속’이 됐다고 비판했다.

특히 “우리 사회에서 강남이 ‘성공한 소수’의 기표로 군림하게 된 사이에, ‘강남형 대형 교회’가 새로운 권력으로 급부상하는 사이에 기독교 신앙은 ‘속물화’가 됐다고 쓴소리를 내뱉었다.

구 교수는 “환대가 ‘순환적 경제’라는 테두리에 갇히지 않게 하려면 단순한 나눔이나 친절 베풂이라는 인도적 차원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권리를 상실한 자들에게 권리를 되찾아주는 자비의 법인 하나님의 정의와 결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저항하지 않고, 연대하지 않고, 그저 ‘한 덩어리’의 편안함에 안주하기만 탐하는 소시민적 이기심을 돌이키지 않는다면 환대는 끝내 우리의 일상과 의식으로 복귀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 수고하지 않은 자에게도 '일용할 양식'을
‘기본소득과 사회정의’를 주제로 발표한 강원돈 교수는 “최근 몇 년 동안 기본소득의 구상은 위기에 직면한 사회국가를 개혁하기 위한 급진적인 강력한 대안으로 큰 주목을 받고 있고, 전 세계적으로 광범위한 찬반논의를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본소득’의 본래 개념은 ‘무조건적 기본소득’으로써 모든 사람들이 노동업적이나 노동의사, 가계 형편과 무관하게 정치공동체로부터 개인적으로 지급받는 소득이다. 기본소득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이 획기적인 소득분재 장치를 도입함으로써 모든 사람들이 인간의 존엄성에 부합하는 삶을 누리고, 자본이나 국가의 지배로부터 자유로운 상태에서 자신의 발전과 공동체 형성을 위해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기본소득 구상의 정당성에 대해 기독교윤리학적으로 검토한 강 교수는 “노동은 삶을 위한 활동으로써 하나님의 축복 아래에 있다고 믿고 있는 기독교인들은 ‘노동과 소득의 분리’를 적극적으로 수용해야 한다”며 “노동과 소득의 분리는 삶을 위한 활동을 돈벌이 노동으로 축소시키는 근대적 관점을 깨뜨린다”고 주장했다.

이어 “인간의 존엄성과 삶에 대한 권리를 옹호하는 신학적, 윤리적 관점에서 볼 때, 기본소득 구상에 반대할 이유가 없다”며 “하나님의 정의는 ‘일용할 양식’을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아무런 전제 없이 그것을 부여할 것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루터가 해석한 ‘일용할 양식’의 내용은 기본소득과 맥이 통한다”며 “수고한 사람이나 수고하지 않는 사람 모두에게 ‘기본소득’을 주어 그들이 인간의 존엄성에 부합하는 삶을 살아갈 기회를 주는 것은 하나님의 구원하고 해방하는 정의에 부합한다”고 피력했다.

한편, 이번 제2차 심포지엄에서는 △탈식민지 담론에서 조망하는 하위 주체(최순양, 이화여대) △이사야가 전하는 정의, 생명, 평화의 메시지(박경철, 한신대) △경제적 자유주의에 대한 신학적 성찰(신익상, 감신대) △신앙과 정의-함석헌의 정의론(김희헌, 한신대) 등의 내용도 다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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