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을 물 위에 던지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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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을 물 위에 던지는 마음으로
  • 승인 2002.08.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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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을 지원하는 문제가 끊임없이 논의의 대상이 되고 있다. 지금은 많이 바뀌어서 동반자적인 관계가 강조되고 있지만 북한에 대한 우리의 기본적인 정서는 우호적인 것이 못되고, 서해교전을 비롯하여 북한의 행태도 마음에 드는 편이 아니고, 지원한 물품이 제대로 활용되고 있는지 모니터링도 확실하게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 등이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반면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도와야 한다는 주장과 열흘 전에 있었던 ‘8·15 민족통일대회’와 장관급 회담을 비롯하여 남북대화와 교류가 활성화 되어 가는 것은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원 물품에 대한 모니터링에 대해서도 북한은 점차 개방적인 자세를 보여주는 것 같다.

이와 같이 갈등이라면 하나의 갈등이라고 할 수 있는 형편 속에 있는 우리에게 전도서 11장 1절의 “너는 네 떡을 물 위에 던져라 여러 날 후에 도로 찾으리라”(「개역개정판」)라는 말씀은 하나의 지표가 된다. 결론부터 말해 적극적으로 도와야 한다는 것이다.

이 말씀은 난해구(難解句) 가운데 하나로서 “해상무역에 힘써라”라는 뜻으로 번역한 성경도 있다. 일반적으로는 ‘관대한 마음으로 살아라. 대가를 바라지 말고, 계산하지 말고 선행과 구제에 힘써라’라는 교훈으로 해석된다. “여러 날 후에 도로 찾으리라”는 격려의 뜻으로 받아들여야지 조건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될 것이다.

예전에 한 양반이 집 앞의 냇물을 건너다가 엽전 한 닢을 물에 빠뜨렸는데 이 양반은 하인들을 불러모아 그 엽전을 찾아 건져오는 사람에게는 엽전 두 닢을 주겠다고 했다.
한 하인이 그 엽전을 건져다 바쳤고 양반은 약속대로 엽전 두 닢을 주었는데 이 때문에 이 양반은 어리석은 사람이라는 소리를 듣게 되었다.
이것을 탓하는 부인에게 양반은 조용히 ‘그렇게 해서라도 건지지 않았으면 그 엽전은 영영 사라지는 것인데 이제 건졌으니 물에 빠졌던 엽전 한 닢도 세상에서 쓰이고 내가 상금으로 준 두 닢도 세상에 돌아다니면서 쓰일 것이니 나는 손해이지만 이 세상을 위해서는 잘 된 일이 아니오?’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 말씀에는 이 양반과 같은 폭이 넓은 지혜, 이타적인 지혜가 담겨 있는 것이다.

지난 6월에 한민족복지재단 주관으로 삼백 명 가까운 인사들이 평양을 방문했다가 아리랑 축전 참관 문제로 북측과 마찰이 빚어져 6월 16일 주일 아침에 금식을 해가며 여섯 시간 가까이 기도회와 예배와 성찬식을 거행한 일이 있었다.
이런 일을 겪고 평양을 떠나기 전 날 저녁, 같은 교파의 목사들이 평양 고려호텔 커피숍에 모여서 ‘우리가 평양에 와서 여러 가지를 보았는데 이것을 감리교의 북한선교 활동에 어떻게 반영할 것인가?’ 하는 문제를 가지고 의견을 나누었다. 북한선교에 관심이 있어서 시간을 내고 비용을 들여 북한을 방문한 처지여서 진지한 의논이 이루어졌다.

‘자, 현장에 와 보니 남한에서 생각하던 것보다 마음에 들지 않는 것들이 더 많다. 앞으로 북한을 돕자는 이야기를 할 때, 특히 북한의 교회들을 돕자는 이야기가 나올 때 우리는 무엇이라고 해야 하나?’ 하는 문제가 나왔을 때 순간적으로 필자의 머리에 얼른 오늘의 말씀이 영감처럼 떠올랐다. ‘전도서 11장 1절의 말씀대로 해야 하지요’ 했더니 모두 공감을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지는 2절에는 “일곱에게나 여덟에게 나눠 줄지어다”라는 말씀이 있다. 일곱이 나 여덟에게 나눠주기 전에 가장 가까운 이웃 하나에게 나눠 주어야 할 것이다. 5절은 “바람의 길이 어떠함과 아이 밴 자의 태에서 뼈가 어떻게 자라는지를 네가 알지 못함 같이 만사를 성취하시는 하나님의 일을 네가 알지 못하느니라”라고 말하고 있다.
우리는 역사의 태 속에서 통일과 북한복음화의 뼈가 어떻게 자라는지 알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부지런히 자라고 있어서 곧 출산이 이루어 질 것을 믿고 있다. 성경은 “여러 날 후에 도로 찾으리라”라고 말하고 있지만 우리는 내일 도로 찾을 수 있게 될 지도 모른다. 떡을 물 위에 던지는 마음으로 북한을 돕자. 열심히 돕자.

유관지목사(목양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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