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의 본질을 깊이 숙고하게 만든 한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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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의 본질을 깊이 숙고하게 만든 한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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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1.12.15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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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해외 복음주의 결산 / 최형근 교수(서울신학대학교, 선교학)

▲ 미국 개신교의 아이콘이었던 수정교회가 끝내 파산해 교회 건물이 카톨릭에 매각됐다.
복음주의 신학과 실천운동의 기둥 존 스토트 목사 소천
세속화 및 서구교회 몰락 가속화 지난한 과제로 남아

세계복음주의 진영에 속한 교회들에게 2011년 한 해는 기독교 복음의 본질에 관해 깊이 숙고하게 만든 해였다고 보아도 무리는 아닐까싶다. 예수님 오심을 대망하는 한 해의 끝자락에 서서 예수 그리스도와 그 분의 복음을 묵상하며, 역사를 연구하는 이유가 기억하는 것을 잊지 않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잊어버린 것을 기억하기 위한 몸부림이라고 규정하고 싶다.

올 한해 해외에서 돌풍을 일으킨 신경숙의 소설 ‘엄마를 부탁해’의 해설에는 이런 말이 나온다. 소설에 나오는 가족들은 엄마를 잃어버리기 이전에 이미 엄마를 거의 잊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가족들은 엄마를 ‘잃어버리다’와 ‘잊어버리다’가 같은 말이었음을 뼈저리게 깨닫는다.

20세기 미국적 현상이라고 볼 수 있는 현대 복음주의는 에큐메니칼 운동의 자유주의적인 신학적 성향과 선교의 모라토리움에 맞서 복음의 진정성을 고수하며 세계복음화의 과업을 위해 전력했다. 그러나 오늘날 미국적 복음주의의 전 세계적인 확산이 낳은 부정적 양상들은 긍정적 양상들로는 상쇄할 수 없는 결과들을 초래하고 있다.

작년 한 해 동안 에딘버러 세계선교대회 100주년을 맞아 세계 곳곳에서 열린 선교대회들은 다름 아닌 복음의 본질을 재발견하고 회복하여 교회를 교회되게 하며 교회의 본질적 사명인 선교의 과업을 이루어 나가려는 몸부림이었다고 평가된다.

특히 복음주의 진영의 양대 축인 로잔운동과 세계복음주의 연맹이 함께 개최한 제3차 케이프타운 로잔대회는 ‘온 교회, 온전한 복음, 온 세상’이라는 슬로건과 함께 ‘화해’의 이슈를 다루며 복음의 거룩한 영향력을 통해 예수 그리스도의 화해를 선포했다. 또한 현대교회에 대해 성공과 부와 성적인 타락이라는 우상숭배를 회개하라는 메시지를 통해 교회의 거룩성과 순결함을 상기시켰다. 이러한 로잔운동의 결과는 ‘케이프타운 서약’으로 세계 복음주의 진영에 다시 한 번 복음의 진정성에 대해 상기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로잔위원회는 지난 1월 미국 녹스빌에서 열린 국제 리더십 모임에서 향후 10년 간 지역별 모임과 국제협의회를 격년으로 열기로 했다. 올 한 해는 지역별 모임을 통해 로잔운동을 확산하는데 주력했다. 2012년 6월에는 스위스 로잔에서 500여명이 모이는 협의회를 개최하여 지난 로잔대회에서 논의했던 주요 이슈들을 다룰 예정이다. 존 스토트와 함께 랭햄 파트너십을 이끌었으며, 로잔신학위원장을 역임한 크리스 라이트(Chris Wright)가 물러나고 미국 에즈베리 총장이자 선교학자인 팀 테넨트(Tim Tennent)가 신학위원장이 되어 로잔신학을 조율하고 발전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맡았다.

한편 로잔운동이 미국주로도 집중되는 현상에 대해서 염려하는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로잔운동이 글로벌 운동으로서 그 역할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리더십 구조의 균형과 더불어 복음과 교회와 문화에 대한 참신한 신학적 접근과 선교학적 타당성을 유지해야 할 것이다.

전 세계 복음주의 진영은 지난 7월 슬픔과 애도의 차원을 넘어 20세기 복음주의 신학과 실천, 그리고 선교운동의 기둥이었던 존 스토트 목사를 잃었다. 그는 로잔운동의 신학적 기초인 ‘로잔언약’을 기초했으며, 그 후로도 빌리 그래함 목사와 함께 로잔운동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해왔다. 그는 복음전도와 사회참여라는 이분법적 접근을 불식시키고 성경적 ‘통전적 선교’를 확립하여 오늘날까지 로잔운동이 활력을 유지하게 만든 장본인이다.

비록 스토트 목사가 로잔 3차대회에 참석하지 못했지만, 그의 동료이자 친구인 크리스 라이트와 함께 로잔언약에 기초한 케이프타운 서약 작성에 영향을 미치며 로잔신학의 성경적, 신학적, 선교적 타당성을 확증했다고 평가된다. 그의 마지막 저서인 ‘급진적 제자도’(Radical Discipleship)는 복음의 진리를 교회의 삶에서 실천하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책이라고 평가된다. 스토트 목사의 소천과 함께 한국 교회는 지난해 옥한흠 목사에 이어 올해 8월 하용조 목사를 잃었다.

지난해 10월 말 로잔대회 후반부에 로버트 슐러 목사의 수정교회가 파산되었다는 소식이 들렸고, 올 11월 가톨릭교회에 매각되므로 파산정리가 마무리되면서 세계 복음주의 진영은 큰 혼란에 빠졌고 조엘 오스틴의 긍정의 힘이나 적극적 사고방식과 같은 경도된 복음이해에 대해 깊이 반성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 복음주의 교회들이 안고 있는 문제는 포스트모더니즘에 제공하는 종교다원주의와 세계화가 제공하는 번영의 복음(신학)의 도전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할 제자도와 청지기직이 교회의 삶에 구체적으로 구현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유럽의 세속화와 이슬람화, 그리고 서구교회 몰락의 가속화는 다가오는 가까운 미래에 복음주의 진영이 풀어야 할 지난한 과제임에 틀림없다.

이 외에 2011년 한 해는 복음주의 진영의 세계선교에 있어서 글로벌 차원의 관심을 촉구하는 해였다. 특히 지난 3월 일본 동부해안을 덮친 지진해일은 일본선교의 중요한 관심을 촉구했고, 년 초부터 튀니지의 재스민 혁명의 불꽃이 북아프리카와 중동으로 번져나가므로 인해 이슬람권 선교 패러다임 전환에 대해 숙고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2011년 세계 복음주의를 결산하며 우리 모두가 속한 한국교회의 모습을 들여다보며, 지난 2,000년의 기독교 역사가 주는 교훈을 망각하지 않기를 기도하는 마음이다. 올 한 해 동안 한국교회 안에서 일어난 부끄러운 사건들을 보며 우리 모두의 마음을 사로잡는 우상숭배의 실상을 직시할 ‘눈’과 경청할 ‘귀’, 그리고 주저 없이 행동으로 옮길 예언자적 ‘결단력’을 하나님께 구해본다. 우리의 힘이 아니라, 하나님의 능력이며 지혜인 십자가와 부활 이외에는 어떤 다른 대안이 있을 수 없음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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