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의 ‘사랑과 평화’가 제 음악의 원천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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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의 ‘사랑과 평화’가 제 음악의 원천이죠”
  • 이덕형 기자
  • 승인 2011.11.10 13: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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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과 음악이 삶의 전부인 휫셔뮤직 대표 유지연 장로

70-80년대 풍미하던 최고의 대중음악가 명성 버리고 CCM으로
삶이 담긴 음악 추구“주어진 은사와 재능 필요한 때 드릴 뿐”

‘손 끝으로 전해오는 현의 미세한 떨림, 그 떨림이 울림으로 그리고 울림은 다시 모여 음악이 되었다. 찬양이 되었다.’

70,80년대 어쿠스틱 기타 연주로는 대한민국에서 두 사람이 손꼽힌다. 그 중 한 명이 유지연 장로(높은뜻푸른교회)다. 이미 당대에 3천여 곡 이상을 편곡해 편곡계의 마이스터로 평가되는 유지연 장로는 현재 휫셔뮤직 대표로 CCM(동시대교회음악) 보급을 통해 문화사역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 어록보다 영향력이 큰 음악 

이선희, 산울림, 김창완, 해바라기, 임창제, 임지훈, 신형원, 정태춘 등 70, 80년대 대중음악의 중심에 선 이들의 음악 편곡과 기타연주가 그의 손을 거쳤다. 김수희 ‘애모’의 기타 연주, 임지훈 ‘사랑의 썰물’의 하모니카, 정태춘 음악의 하모니카도 모두 그를 거쳤다. 

한국방송실연자협회가 4만 곡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대략 3천 곡 이상의 곡이 그의 손을 거쳤을 거라 말할 정도다. 많은 곡이 그의 손을 거친 만큼 많은 사람이 그와 함께 했다.

그의 곡이 세상에 처음 고개를 내민 건 1980년 1집 ‘새 노래 모음’을 통해서였다. 이후 1985년 예음사를 통해 나온 2집에 수록된 2개의 곡은 그의 이름을 대중에게 각인 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사랑과 평화’는 대중들의 가슴에, ‘주님과 나’는 크리스천들의 마음에 남는 곡이 되었다. 특히 ‘주님과 나’는 1981년 12월 세종문화회관에서 개최된 극동방송 ‘제1회 복음성가 경연대회’에서 은상을 수상한 곡으로 대중성도 함께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리고 사실은‘사랑과 평화’도 신앙에 기초해 쓴 것이라고 유 장로는 전했다. 세상에 사랑과 평화가 깃든다면, 더 나아가 세상에 하나님의 사랑과 평화가 있었으면 하는 의미가 담겨있다. 진정한 사랑이 절실했던 시절. 예수님이 계시던 시절이나 지금이나 아니면 앞으로도 사람 사는 세상에는 사랑이 필요하다는 의미에 바탕을 두고 만들어진 음악이다.

대중가요에서 CCM으로 장르를 옮긴 것은 1989년 두란노 ‘경배와 찬양’의 음악감독을 맡으면서 부터였다. 유 장로는 대중가요에서 CCM으로 장르의 변화가 일어난 데 대해 자신이 넘은 것은 음악장르였지, 종교로 이분화 된 음악의 루비콘 강을 넘은 것이 아니었다고 말한다.

“음악을 하다가 장르의 변화가 있었을 뿐입니다. 대중가요에서 CCM으로 변화가 있었다고 반드시 제 신앙이 더 깊어졌다거나 CCM하다가 대중가요를 한다고 제 신앙이 바뀌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저는 예수 잘 믿는 사람들이 대중가요를 많이 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예수 잘 믿는 사람들이 대중가요를 하면 대중가요도 좋은 가요로 바뀔 것을 믿기 때문입니다.”

유 장로는 음악 자체가 갖는 힘은 전달력이라고 말한다. 사람들의 마음 속에 녹아들면서 깊이 자리 잡게 하는 것이 음악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유명인의 어록보다 더 뛰어난 영향력을 미치는 음악이 갖는 힘에 크리스천들이 함께 해야 한다고 말한다. 포기하거나 버리거나 외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유 장로는 세상을 변화시키는 대중가요를 크리스천들이 많이 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마치 이문열 작가나 가수 션과 텔런트 정혜영처럼 말이다.

# 아버지와 나의 음악
“사랑합니다. 나의 아버지.”

유 지연 장로가 낸 3개의 음반 중 1집과 3집에는 ‘아버지’라는 제목의 음악이 수록되어있다. 보통 작가의 처녀작과 음악가의 첫 곡에는 그 사람이 앞으로 만들어갈 작품 전체의 기본 골격과 인생이 녹아있다는 말이 있다. 그에게 영의 아버지를 향한 신앙도 현실의 아버지를 향한 마음도 음악 전반에 녹아들어 있을 만큼 당시나 지금이나 그 존재감은 절대적이다.

변호사였던 아버지는 불교신자였다. 법을 전공한 아버지는 무섭고 엄격했지만 알게 모르게 좋은 영향을 많이 줬다고 그는 회상했다. 세상을 살아가는 지식, 지혜, 배려, 정직, 성실 같은 미덕을 배울 수 있었다. 글 쓰는 것에서도 좋은 영향을 많이 받았다. 초등학교 시절 아버지의 법정 판결문을 받아써야 했던 기억이 그에게는 아직 남아 있다.

하지만 대화는 없었다. 아무 말도 못하는 숨죽이는 삶. 그 뿐만 아니라 어머니 없이 계모 밑에서 자란 그는 너무나도 힘든 시절을 겪었다. 그리고 대중가요보다는 클레식을 선호했던 아버지. 그 눈길과 귀를 피해 어쿠스틱 기타에 빠진 것은 학창시절 버스 사고로 병실에 있을 때 동생이 쳐주었던 기타 연주에서 비롯됐다.

사실 그 이전까지 유 장로는 유년 시절 KBS 개국식에서 바이올린 연주를 했을 만큼 클레식에 재능있는 아들로 아버지에게는 자랑이었다.

▲ 유지연 장로의 삶의 중심에는 언제나 신앙과 음악이 함께했다.
어린 시절 그의 가족은 큰집에서 살았는데 거실 건너 아버지 방 정면에 그의 방이 있었다. 손끝에서 흘러나오는 기타 음이 너무 좋던 시절. 방 창문을 군인 담요로 가리고 혹시라도 그 소리가 세어나갈까 이불을 뒤집어쓰고 기타를 쳤다. 기타가 없을 때는 필통에 고무줄 6개를 감아 쳤다. 기타에 빠져들었던 시절, 아물지 않았던 상처는 그렇게 그의 손끝을 따라 음악으로 흘러 나왔고 당시 그가 참여했던 모든 음악에는 이 시기의 생각과 아픔들이 스며들어있게 됐다.

갈라진 아버지와 아들의 마음을 합한 것도 선율이었으리라. 수십 년간 아버지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아들이 만들어 내는 선율의 가느다란 떨림도 놓치지 않고 계속 들어왔을 것이다. 아들의 떨리는 마음의 울림은 그렇게 영의 울림이 되어 아버지에게 전달되었다.

“저는 지금도 감사드립니다. 나의 아버지, 사랑하고 존경하는 아버지께서 주님을 믿고 돌아가셔서요. 나의 주 하나님께서 아버지를 믿을 수 있게 해주셨습니다.”

# 신앙과 음악, 그리고 사업
사람마다 자기에게 맞는 악기가 있다. 유지연 장로에게는 어쿠스틱 기타가 그랬다.

악기는 소리다. 감정, 이성, 혼 모든 것을 밖으로 전달해주는 매개체이다. 내 생각, 영혼, 의도하는 것들, 감정, 이성, 모든 것들을 음에 싫어 표현할 수 있다. 그래서 유 장로는 음악을 오래 하다보면 악기에서 나는 소리는 바로 그 사람의 소리라고 말한다.

“사람들은 내가 많이 힘들고 고생할 때 기타 소리가 좋다고 하는데 그 소리에서 기쁨과 슬픔의 소리가 날 수 있어서 그렇습니다. 그런 점에서는 화가의 그림도 마찬가지입니다. 악기는 나를 표현해주는 것입니다. 그래서 예술인과 음악인은 그의 삶에 무엇을 갖고 있느냐가 중요합니다.”

하나님이 마음에 계시고 내 모든 영혼과 생각을 주장하신다고 말하는 그는 내 생각이 모두 음악으로 표출되기 때문에 그가 추구하는 음악의 농도와 표현도 여기서부터 녹아 나온다고 밝혔다. 유 장로는 어떤 가요가 그 사람의 마음을 울리는 것은 그 안에 영이 실리고 내가 느낀 것들 내가 체험한 것들이 악기를 통해 울려나가기 때문이라고 전한다.

그래서 악기 하는 사람은 소리로 승부하지 기술로 승부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 사람의 느낌이 악기를 통해 나오는 것, 악기를 통해 그 사람의 삶이 그려지는 것이 음악이라는 것이다.

음악의 길에서 또 다른 길 사업으로 여정은 신앙 속에서 순조롭게 이어질 수 있었다. “사업의 계기는 결국 신앙이었습니다. 사업을 제가 계획하거나 추진한 것은 아닙니다. 하나님의 인도였습니다. 저는 하나님이 저에게 최선의 것을 주신다고 생각합니다.”

▲ 지난 10월 ‘2011 휫며뮤직 MT’에 참여한 유지연 장로와 휫셔뮤직 식구들.
1994년 설립된 휫셔뮤직은 이렇게 신앙을 바탕으로 설립됐다. 계기는 두란노 ‘경배와 찬양’의 음악 감독으로 4년 반을 거치는 기간에 찾아왔다. 당시 신앙생활이 완전히 자리 잡을 무렵 하나님을 향한 자신의 음악을 만드는 계기가 찾아 온 것은 부인의 조언으로 부터였다.

“가요는 했지만 제 연주와 음악을 통해 찬양을 한 부분은 부족했습니다. 내게 주신 것으로 음악을 만들어 하나님께 산제사를 올릴 마음을 주셨습니다. 음반을 만들다 보니 레이블이 필요해서 회사가 세워지게 됐습니다. 그렇게 ‘유지연의 기타연주 오병이어’를 만들 수 있었고 휫셔뮤직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하나님께 비록 빵 다섯 개 물고기 두 마리와 같은 조그만 것을 드렸지만, 하나님께서 크게 써달라는 뜻으로, ‘네가 사람을 낚는 어부가 되게 하리라’고 말씀하신 주님의 말씀처럼, 사람의 마음을 낚는 회사가 되라는 의미에서 사업을 시작했다.

휫셔뮤직 로고의 한쪽 끝이 잘려있는 것도 이와 맥을 같이한다. 이는 회사에 들어오는 모든 이윤 중 한 부분을 어려운 사람을 위해 사회를 위해 내놓겠다는 의미가 있다.

유 장로는 크리스천 기업은 ‘특히’ 다른 기업보다 더 신뢰와 가치를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신뢰와 가치가 없으면 목표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크리스천 기업은 그 가치가 허물어지면 모든 것이 허물어지는 것이다.

“크리스천 기업의 가치는 사람에게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말씀에서 나온다고 믿습니다. 그래서 성경이 기초가 됩니다. 그 기초가 삶과 사업에 적용되는 것입니다. 세상의 신뢰가 없는 사람이 하나님과의 신뢰를 쌓아갈 수 있겠 습니까? 세상에서의 신뢰도 그런 면에서 중요하고 생각합니다.”

휫셔뮤직은 그래서 세 가지 이념을 바탕으로 한다. △말씀이 삶과 사업의 중심이 되는 믿음의 기업 △남을 배려하고 자신을 기꺼이 희생하여 사회에 유익과 본이 되는 기업 △글로벌 시대에 맞는 시각으로 문화를 이끌어가는 창조적 비전의 기업. 이후 지금에 이르기까지 힐송뮤직, 빈야드 뮤직, 플레넷쉐이커스, EMI 크리스천 뮤직, 워드뮤직 등 많은 해외 음반사들과 계약이 이루어졌다.

한편, 최근 한 음악프로그램을 통해 편곡의 중요도와 역할이 작곡만큼이나 중요하게 두드러지고 있다. 대중가요에 남았으면 그에게 더욱 큰 기회와 성공이 보장되었을지도 모른다. 아쉬움은 없었을까.
 
“여기서 개인적으로 조심스러운 부분은 세상에서 큰 것을 이룰 수 있는데 그것을 다 포기하고 이곳에 왔다고 표현될까봐 걱정됩니다. 마치 제가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다 버렸다고 비춰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주님의 영광을 위해 다 버린 것이 아닙니다. 그냥 나에게 주신 은사와 재능을 사용할 수 있게 필요한 시점에 그 경계를 옮기셨을 뿐입니다. 내 인생 최고의 시점에서 하나님의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에 저는 감사합니다.”

그는 가장 일을 잘하고 칭찬 받을 때 하나님의 일을 하라고 말한다. 왕성할 때 하나님의 일에 열정을 가지고 하루에 한 두 시간이라도 투자하다보면 로마서 11장 29절의 말씀과 같이 하나님의 은사와 부르심에 후회가 없는 삶이 된다고 전했다.
▲ 유지연 장로와 함께하는 휫셔뮤직 식구들은 매주 한차례 직원예배를 드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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