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좌담] 목사는 교회의 ‘목양자·권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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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좌담] 목사는 교회의 ‘목양자·권위자’
  • 이현주 기자
  • 승인 2011.10.26 17:3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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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석학원 소속 신학자 ‘목사는 구약적 제사장인가’ 질문

‘목사=제사장’은 성경과 교회 역사에 대한 무지
 종교개혁자들, 미사 반대·사제들 제사장직 거부
 

좌로부터 백석학원 소속 신학자 이용태, 김윤태, 장훈태, 성종현, 강인한, 양종래 교수.

백석정신아카데미가 종교개혁 494주년을 맞아 백석학원 소속 신학자 81명에게 ‘목사는 구약적 제사장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한국 교회의 목사 직분에 대한 근원적 해답을 찾기 위한 것이었다. 이 질문에 79명의 신학자들이 “목사는 구약적 제사장이 아니며, 종교개혁 정신에 의한 ‘만인제사장직’이 한국 교회 안에 정착돼야 한다는 응답이 나왔다.

또 ‘목사=제사장’이라는 의식이 계급화를 초래했다며 각자 맡은 기능에 충실할 때 비뚤어진 한국 교회가 새롭게 회복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만인제사장직‘이 잘 정착됐다면 ’여성안수‘는 논란거리가 될 수 없는 문제였다며 여성안수에 대한 신학적 타당성도 언급했다.

지난 9월 총회에서 여성 안수 전격 시행을 결정한 예장 백석총회 인준 신학교에서 여성안수에 대한 성경적 해답을 제시함으로써 교단 안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목회적 혼란을 미연에 방지한 것이다. 백석정신아카데미는 건학 35주년을 맞아 지난 8일 주관식 문답형식으로 설문을 진행했으며, 이후 각 전공별 신학자들과 함께 한 좌담을 통해 ’만인제사장‘ 제도에 대한 명쾌한 해답을 내놓았다. <편집자 주>

● ‘목사는 구약적 제사장인가’라는 설문조사에서 신학자들은 ‘목사는 구약적 제사장이 아니다’라는 답변을 했다고 들었습니다. 어떻게 이러한 답변이 나왔습니까?

허광재:대부분의 목사는 자신이 구약적 제사장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습니다. 목사는 에베소서 4장 11절에 “그가 혹은 사도로 혹은 선지자로 혹은 복음 전하는 자로 혹은 목사와 교사로 주셨으니”라는 말씀에 근거한 직분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목사들이 한국적 권위주의적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여 목사직을 구약적 제사장과 유사한 직분으로 착각하고 있습니다.

● 구약 성경에 나타난 제사장 직분과 오늘날 목사의 차이점이 무엇입니까?

김진규:구약 시대에 제사장은 제사 집례, 율법 교육, 재판, 재정관리, 찬양 등을 담당하였습니다. 예수 그리스도는 대제사장으로서 구약 제사제도를 십자가에서 온전히 성취하셨기에 신약 시대에는 더 이상 구약적 제사장직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다만, 오늘날 목사는 구약적 제사장의 사역 중에서 하나님의 말씀을 가르치고 성도를 양육하는 일을 수행하지만 ‘제사장’이라는 직분을 이어가지는 않습니다.

● 신약 시대에는 더 이상 구약적 제사장직이 없다고 했는데, 왜 베드로전서 2장 9절에서는 모든 성도들을 ‘왕 같은 제사장’이라고 합니까?

김윤태:구약 특히 레위기에서 명령하신 제사법들은 예수님께서 십자가에서 자신을 희생제물로 드리심을 통해 완성시키셨기 때문에 지금은 문자적으로 지키지 않습니다. 구약의 제사장은 이 구약적 제사를 담당했던 사람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예수님을 통해 제사가 완성된 신약시대에는 구약적 의미에서의 제사장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우리는 베드로전서 2장 9절에 나오는 ‘왕 같은 제사장’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해야 합니다. 구약시대에는 백성들이 하나님께 직접 나아갈 수 없었습니다. 반드시 제사장이라는 중재자를 통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예수님의 십자가의 은혜 덕분에 모든 성도들이 직접 하나님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것을 만인 제사장직이라고 부릅니다. 그러므로 신약시대의 ‘왕 같은 제사장’이라는 개념은 목사만이 아니라 모든 성도들에게 적용되어야 합니다.

● 만인제사장직을 받아들인다면 교회는 여성목사 안수도 허락해야 하지 않나요?

김병국:여성이 목사가 되면 안 된다고 주장하는 분들이 근거로 제시하는 구절은 대개 다음의 두 가지입니다. 그 하나는 고린도전서 14장 34, 35절의 “여자는 교회에서 잠잠하라 그들에게는 말하는 것을 허락함이 없나니 율법에 이른 것 같이 오직 복종할 것이요 만일 무엇을 배우려거든 집에서 자기 남편에게 물을지니 여자가 교회에서 말하는 것은 부끄러운 것이라”라는 말씀과 디모데전서 2:12의 “여자가 가르치는 것과 남자를 주관하는 것을 허락하지 아니하노니 오직 조용할지니라”라는 말씀입니다.

여기서 가르치는 것과 주관하는 것이 목사의 직무라는 것이지요. 그런데 이 말씀을 문자대로 해석한다면 여자는 목사뿐만 아니라 주일학교 교사도 하지 말아야 합니다. 주일학교 교사도 가르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이 구절을 근거로 여성 안수를 반대하는 분들은 그들의 교회에서 주일학교 여교사들도 전부 일을 그만두게 해야 하지 않을까요?

● 칼빈의 신학사상을 따르는 개혁주의자들은 기독교강요 4권 15장 21절에 나오는 주장 즉, ‘여성들이 세례를 주는 것은 허락되지 않는다’라는 내용에 근거하여 여성 안수를 거부하는데, 이 문제는 어떻게 보십니까?

강인한:그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여성이 목사가 되면 안 된다는 내용이 아니라 ‘감독 앞에서 여성들이 세례를 집행하는 것’을 반대하는 내용입니다. 그러니까 남여 성별 문제를 떠나서 이미 세례를 베풀 권한이 있는 감독이 있는 상황에서 굳이 평신도가 세례를 집행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당시 관습에 따르자면, 이를테면, 사람이 죽을 처지에 놓였는데 당장 성직자가 없을 때는 평신도라도 세례를 주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어떤 이들은 그럴 경우 여자가 세례를 주어도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대해 칼빈은 세례라는 것이 구원에 필수적인 요소는 아니기 때문에 ‘여자들이건 남자들이건’ 평신도들이 세례를 주어서는 안 되며 반드시 자격을 갖춘 성직자가 세례를 주어야 한다고 주장한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칼빈이 여성 목사 안수 자체에 대해 명확히 반대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 교회사에서 제사장직과 목사직은 어떤 연관이 있습니까?

김진하 : 제사장의 일과 목회자의 직무를 연관시킨 것은 중세 로마교회의 작품입니다. 미사에서 성찬예식에 중심을 두면서 옷도 제사장의 옷을 입고, 아일랜드 선교사들이 6, 7세기부터 유럽에 소개한 고해성사 제도가 퍼지면서 사제의 역할도 구약 제사장의 기능을 근거로 한 중보자로서의 기능이 강조되었습니다. 우리가 알다시피 종교개혁자들은 가톨릭의 미사를 반대했고 사제들의 제사장직도 거부하고 만인 사제설을 주장했습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목사직과 제사장직을 연관시키는 일 자체는 성경과 교회 역사에 대한 무지의 소치이며, 또 로마가톨릭의 잔재입니다.

● 종교개혁의 전통을 따르는 오늘의 교회는 목사직을 어떻게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양종래:개혁주의 전통에서 목사는 제사장이라기보다는 ‘사도’의 전통을 이어받는 교회의 목양자이며, 권위자라고 보아야 합니다. 칼빈에게 목사의 직무는 제의적 성격보다 말씀을 가르치는 것과 성례전을 집행하는 것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곧, 성도들을 그리스도의 도에 따라 참 경건에 이르도록 훈련시키고 성만찬을 잘 집행하며, 권징을 통해 바르게 훈육시키는 것입니다(칼빈, 기독교 강요, IV, iii, 6). 목사직은 순전히 ‘은사에 따른 하나님의 부르심’에 기인합니다(히 5:4, 렘 17:16). 우리는 이것을 흔히 ‘소명’이라고 합니다. ‘교회를 세우려는 강한 내적 소명을 느낀 사람’을 공교회가 ‘목사직’으로 부르는데 이를 외적 소명이라고 합니다. 따라서 목사직은 ‘소명’에 의한 것으로서 남녀의 차별을 두어서는 안 됩니다.

● 한국 교회 전 성도의 70%가 여성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여성 목사 안수 문제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하지 않을까요?

성종현:한국 교회의 변화는 필연적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교회 안에서 여성을 차별하는 요소들은 사라져야 한다고 봅니다. 하지만 한국 교회는 여전히 가부장적인 요소를 지니고 있습니다. 특별히 남성들이 유교적 전통과 사고에 편승하여 성경(딤전 2:12-14)을 남성 중심으로 해석하여 여성목사 안수를 허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여성 목사 안수 문제의 초점은 성경 해석에 관한 문제라기보다는 오히려 우리 사회의 가부장적 관점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21세기의 사회구조에서 여성들의 역할은 그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여성 목사 안수문제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여성 안수 문제에 대한 타 교단들의 추세는 어떻습니까?

이용태:개혁주의신학의 전통을 계승하는 백석총회의 여성 안수 허용은 여러 보수적 교단들에게 여성 안수 논의의 물꼬를 터 주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에는 진보적인 교단은 말할 나위도 없고 ‘북미 기독교 개혁교회’(CRC)나 ‘미국 개혁교회’(RCA)도 이미 여성 안수를 허락하고 있습니다. 이번 백석총회의 여성 안수 결의는 백석총회의 신학적 정체성과 방향을 보여준 것이라 생각합니다. 예장 통합이나 기장, 감리교와 같은 좀 더 진보적 교단들은 말할 것도 없고, 예장 합동을 비롯한 여타 보수적 교단들이 자기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여성 안수를 허용하는 교단이 점차 늘어가고 있습니다. 여성 안수를 통해 한국교회에 어떤 변화가 있으리라고 기대하십니까?

장훈태:여성 안수로 인하여 복음 전파에 대한 교회 여성들의 책임의식이 더욱 고취되리라 생각합니다. 세계선교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19세기부터 두 세기 동안 선교사역에 종사한 여성의 숫자가 남성의 두 배에 이르고, 부인 선교사들까지 포함하면 여성 선교사의 수는 남성 선교사의 3배를 웃돕니다. 이런 사실을 감안한다면 여성의 교회적 책임과 복음전도의 성과는 매우 높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여성 안수를 이미 실행하고 있는 교단들을 살펴보면 여성의 사회적 진출, 교회의 여성 담임목사 채용, 여성의 신학연구 활성화, 남자들의 부족 부분을 채움, 사역의 효율성 등의 긍정적 결과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 개혁주의생명신학을 지향하는 백석총회에서 ‘여성 목사 안수 결의’라는 이슈를 한국 교회에 던져 주었습니다. 이제 말씀을 선포하고 가르치는 남녀 목사들이 한국 교회와 세계 교회에 기여할 부분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허광재 : 개혁주의생명신학의 원리는 매우 간단합니다. 개혁주의생명신학에서 강조하는 생명은 성경 그 자체에 있습니다. ‘오직 성경’이란 군더더기가 없는 성경 자체에 생명이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너무 많은 것을 아는데 때로는 그것이 문제가 될 수도 있습니다. ‘신학이 학문이 아니다’라고 하는 이유는 성경 자체가 아니라 어떤 인간들의 이야기를 신학의 중심으로 삼으면 생명을 잃게 된다는 것입니다. 생명은 하나님의 말씀 그 자체 속에 있습니다. 제사를 드렸던 구약시대에는 제사장이 필요했지만 이제는 모든 믿는 자들이 그리스도와 하나요, 한 몸이기에 제사장과 같은 중재자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목사를 제사장으로 생각한다면 여성 안수는 생각할 수 없을 것입니다. 여성들을 억압하고 있는 여러 가지 제약들을 제거하면 그들의 능력으로 세계를 변화시킬 수 있듯이, 목사를 제사장으로 보는 기존의 잘못된 입장을 벗어버린다면 여성 목회자들이 그들의 가능성을 십분 발휘하여 한국 교회와 세계 교회에 큰 공헌을 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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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원 2011-10-27 10:29:58
백석학원 소속의, 신학자들의 견해에 전적으로 공감을 느낀다. 성경적으로나, 신학적으로
올바른 해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