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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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평화
  • 승인 2002.07.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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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는 지난 세기 동안 두 개의 세계대전과 두 개의 보다 작은 전쟁을 경험했고 또 수많은 전쟁 작전을 수행해 왔다. 지금도 전쟁은 끊이지 않는다(마 24:6~7). 특히 우리나라는 지상에 남은 유일한 분단국가요, 이념적 대립 상태에 있는 냉전국가로서 화해와 통일에 대한 시대적 요청 앞에 놓여있다. 이러한 가운데서 우리 그리스도인이 전쟁과 평화에 관한 성경적 가르침과 교회의 태도를 바로 이해하고 실천하는 일은 필연적인 과제라 할 수 있다.

전쟁과 평화에 대한 전통적 입장은 크게 세 가지로 분류된다. 첫째는 전쟁현실주의다. 이들은 전쟁과 도덕은 서로 배타적 성격을 가지고 있어 상관관계가 없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전쟁의 가능성이 있을 경우에 도덕적으로 고민하거나 괴로워할 필요가 없다. 이는 정치학자나 국제관계 전문가들에게 가장 영향을 주는 입장이다.
둘째는 정당전쟁주의이다. 이들은 죄악된 세상에서 몇가지 조건하에서 방어적 전쟁은 정당하다고 보며, 도덕적 전쟁을 위한 표준을 만들고 그것을 적용하려는 입장이다. 가톨릭, 동방정교회, 주류 개신교가 전통적으로 이러한 입장을 취하여왔다.
셋째는 평화주의이다. 이들은 전쟁을 도덕적으로 옳지 않다고 생각하며 전쟁에 참여하는 것을 반대하는 입장이다. 퀘이커교도, 메노나이트, 아미쉬와 같은 소종파들과 일부 복음주의 학자들이 여기에 속한다.

교회의 역사를 통해 볼 때, 초대교회 그리스도인들은 평화주의적 입장을 보인 것이 사실이다. 임박한 종말론적 확신과 더불어 황제에 대한 순종이 하나님에 대한 충성과 충돌하며, 군인의 행동이 기독교 윤리와 상치된다고 여겨 그리스도인의 군복무를 반대했다.
그러나 콘스탄틴 이후 기독교가 국교화되면서 그 흐름이 바뀌어, 십자가는 군대의 상징이 되고 그리스도인에게는 군복무가 허용됐다.
당시 어거스틴은 몇가지 조건하에서 깊은 슬픔을 갖고 수행하는 정당한 전쟁을 인정했고, 아퀴나스에 이르러 전쟁의 정당성을 위한 철학적, 신학적 기초가 다져지면서 그 전통은 중세로 이어졌다. 종교개혁자 루터와 칼빈 역시, 시민 정부를 하나님의 심판을 집행하는 도구로 보고 정당전쟁의 적합성을 받아들였다.

성경에는 전쟁의 ‘군마’와 평화의 ‘비둘기’가 함께 나타난다. 그래서 전쟁에 대한 해석도 다르다. 제한적인 전쟁을 옹호하는 사람들은 성경 역사에서 민족간의 전쟁을 보편적인 현상으로 보고(신 7:2, 수 8:1~2) 여러 구절들을 전쟁을 옹호하는데 인용한다.
예컨대 예수님의 채찍 사용(요 2:13~16), 검에 대한 예수님의 말씀(눅 22:36), 군인의 신앙 행위에 대한 칭찬(마 8장, 행 10장), 군사용어나 비유의 자유로운 사용(딤후 2:3, 엡 6:10~20) 등이다.

그렇지만 전쟁 반대자들은 전쟁이 하나님의 뜻이라는 주장에 의문을 갖는다. 하나님은 평화의 하나님이시다(롬 15:33). 예언자들은 역사가 평화의 왕이신 메시아를 향해(사 9:6), 평화의 황금시대를 향해 움직인다고 예언했다(사 2:4, 미4:3).
예수님은 이 세상에 평화를 가지고 오시며(눅 2:14, 행 10:36), 그의 제자들을 평화의 삶으로 부르신다(마 5:38~45). 예수님은 죽음 앞에서도 폭력에 ‘위협하지 아니하시고’ 비폭력의 모범을 잘 보여주셨다(벧전 2:23).
이로 볼 때 예수님은 전쟁을 불가피한 상황으로 보고 전쟁의 사실성을 비판 없이 수용하였지만 전쟁을 지지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그의 가르침과 성경의 전체적인 강조점은 평화의 이상에 주어져 있음이 분명하다. 나아가 성경의 평화는 결코 전쟁의 부재 정도로 만족하는 소극적인 평화가 아니다.

진정한 성경적 평화는 ‘샬롬’이다. 하나님의 평화를 경험한 그리스도인들은 결코 성경적인 평화의 비전을 포기할 수 없다. 지속적인 적대감과 증가하는 폭력 속에서 그리스도인들은 샬롬의 왕이신 그분의 이름으로 평화를 추구하며, 다양한 평화 전략들을 개발하고 실천하면서 세계공동체를 건설해가야 할 것이다(시120:6~7).

강인한(천안대 기독교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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