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로부터 교회 보호하기 위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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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로부터 교회 보호하기 위한 것”
  • 공종은 기자
  • 승인 2011.09.30 17: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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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교분리, 과연 무엇일까?

최근 잇따르고 있는 기독교 정당 창당과 관련해 가장 많이 듣는 말이 정교분리다. 여기에 더해 정교분리에 대한 논란도 각을 세우며 덩달아 뜨거워지고 있다. 

‘정교분리(政敎分離)’란 말 그대로 ‘정치와 종교의 분리’. 정치는 정치에만, 종교는 종교에만 그 영향이 국한돼야 한다는 말이다. 위키백과에 따르면 ‘국가는 국민의 세속적, 현세적 생활에만 관여할 일이지 국민의 신앙적, 내면적 생활에는 간섭해서는 안된다. 즉, 국가는 종교활동을 행하든가 특정의 종교단체를 지지해서는 안되며, 종교단체도 정치권력을 행사해서는 안된다’고 풀이한다.

그렇다고 정교분리가 철저하게 지켜지는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정교결합(政敎結合)의 형태가 더 많이 발견되는 상황도 있었다. 구미(歐美)의 기독교가 대표적. 고려시대의 불교, 조선시대의 유교도 그 대표적인 사례로 꼽을 수 있다. 이런 경우 나타났던 폐해는 종교의 타락. 종교의 권력화로 인한 부작용의 당연한 결과라 할 수 있다.

이후 각 나라들은 정교분리 원칙을 고수했으며 우호적 정교분리로, 다른 한편으로는 적대적 정교분리 형식을 취하기도 했다. 우호적 정교분리의 대표적인 사례는 미국. 독립선언에서 볼 수 있는 종교적 이상주의를 비롯해, 목사의 기도로 시작되는 연방의회의 의사(議事)에서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그리고 독립선언 11년 뒤인 1887년에 만들어진 ‘연방헌법’에 종교에 대해 우호적인 정교분리를 명문화했다.

적대적 정교분리의 경우는 프랑스에서 볼 수 있다. 공화주의 정권과 가톨릭교회 간의 장기간에 걸친 대립의 결과 때문이다. 공화정은 군주정 부활의 방지에 중대한 관심을 표시해 온 데 반해 프랑스 군주제는 수세기 동안 바티칸으로 대변되는 가톨릭과 친밀히 결부된 상황이었다. 양자의 대립은 여러 가지 현실적 조건과 얽혀서 격화됐고, 제3공화정 정부는 1905년에 정교분리법을 제정하게 됐다.

우리나라의 경우 ‘헌법 제20조’에 ‘국교는 인정되지 아니하며, 종교와 정치는 분리된다’고 명기하고 있다. 이 헌법을 근거로 한국 또한 정교분리가 상식화됐다. 하지만 정권이 바뀔 때마다 단골 메뉴로 등장한 것이 정교유착. 대통령의 종교에 따라, 정권의 색깔에 따라 이에 대한 해석은 다르게 적용됐다.

독재시대의 경우 진보권 교회의 정권에 대한 비판은 ‘정치 참여’의 대표적인 사례로 분류됐다. 하지만 정권이 바뀌면 상황도 따라 바뀌었다. 대통령의 종교에 따라서도 상황은 그 때마다 달라졌다. 일제시대 때는 종교계 인사들이 독립운동의 선봉에 섰다. 이 경우가 대표적인 정교유착.

이만열 교수는 한국교회언론회가 지난달 개최한 한 토론회에 참석해 그동안의 정교분리에 대한 이해를 뒤집는 해석을 내놓았다.

“종교계 인사들이 독립운동의 선봉에 서자 일제의 탄압이 시작됐고, 이런 탄압으로부터 교회를 보호하기 위해 외국 선교사들이 ‘정교분리’를 주장했다”고 해석했다. 그 동안의 인식은 종교의 정치 참여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가 정교분리. 하지만 이 교수는 “정치로부터 종교를 보호하기 위해 정교분리를 주장했다”며 이를 뒤집었다.

이 주장을 근거로 하면 한국 교회에게 있어 정교분리는 ‘정치적인 탄압을 막는 조치’였고,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어준 조치’였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한국 교회는 정치에 깊숙이 개입하면서 정부를 압박하고 있는 상황. 비 기독교 대통령일 때는 정교분리를 외치며 정부를 압박하고, 기독교 대통령일 때는 비판에 귀를 닫고 친 정부 형태로 돌아서고 있어 법 제정 자체가 무색한 상황이다.

이 교수는 이런 교회의 행태에 대해 “(한국 교회가) 나서야 할 때는 정교분리 원칙 뒤에 숨더니 자숙해야 할 때는 나선다”고 호되게 힐책했다. 정교분리는 어떤 정권에서나 상황에서든 지켜야 할 ‘법’. 필요에 의해 다르게 해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한국에서의 정교분리는 정치적 탄압으로부터 교회를 지키기 위한 조치에서부터 출발됐다는 이 교수의 지적을 다시 되새길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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