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당 창당, 역사적·신앙적 정당성 결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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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당 창당, 역사적·신앙적 정당성 결여
  • 최창민 기자
  • 승인 2011.09.30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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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정당 논란② 기독교 정당 어떻게 볼 것인가

지지 기반인 보수 교회에서도 거세게 반발
인물 부재·공천 헌금 문제 등 ‘기독당’ 무색케

1945년 해방 후 북에서의 기독당 창당 시도는 상당한 정당성이 인정된다고 볼 수 있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우리나라 최초의 기독당 창당은 북에서 무신론에 입각한 공산화를 막고 교회와 신앙을 지키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 역사적·신앙적 정당성 결여
당시 보수 기독교는 신사참배 거부 등 신앙을 지키기 위해 일본과 맞서 민족의 자긍심을 지켰다. 또 3.1운동 등 민족 해방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신간회 활동 등을 통해 사회 계몽운동을 이끌면서 민족적인 신망을 얻었다. 특히 점진적 사회주의 국가 실현 등을 목표로 한 기독당 창당은 정부 수립 초기 극한 이념 갈등을 좁히고 안정적인 국가 재건에 기여하려는 노력의 일환이었다. 총신대 박용규 교수는 “분단 상황에서 기독교 세력이 강했던 북한에서는 해방과 함께 그리스도교 목사들을 중심으로 사회 혼란을 수습하고 정치질서를 수립하려고 부단히 시도하였다”고 평가했다.

이와 함께 해방 후 건국 과정에서 해외 독립운동가와 애국지사 등 사회 지도층 대다수가 서울을 통해 귀국했다. 미국과 소련에 의해 갑작스럽게 분단 상황을 맞이한 북은 기독교 이외에 공산당에 대항할 어떤 정치적 지도자나 세력이 없었다. 이 때문에 북에서의 기독교의 정당 창당은 북한 사회에서도 폭넓게 인정받았다.

북에서 기독교 정당 조직이 가능했던 이유에 대해 안양대 이은선 교수는 “공산당의 지배하에 교회를 지키려는 노력이기도 하였지만 북한 기독교의 상당한 세력과 일제하의 교회의 애국적 활동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이 처럼 해방 후 기독당이 신앙적 측면, 역사적 관점에서 상당한 정당성을 갖췄던 반면, 최근 잇따르는 기독당 창당은 정당성이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기독당 창당을 준비하는 인사들은 “친북, 좌경 정권이 들어서면 기독교의 존재가 위협받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해방 후 북에서 이뤄진 기독당 주장과 일맥상통한다. 그러나 실제로 최근 논의되고 있는 기독당은 해방 후의 기독당과 아무런 연계성이 없다.

60여 년이 지난 지금 한국 사회는 종교적 자유가 폭넓게 인정되고 있다. 또한 한국은 다종교 사회임에도 불구하고 큰 종교적 갈등 없이 평화적인 공존을 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보수 교회 일각의 기독당 창당 명분으로 내건 ‘기독교 존폐’ 주장은 큰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 시대적 상황과 현실, 어떤 것도 기독교의 정당 창당을 통한 정치 참여를 요청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또 하나 기독당 창당의 문제로 지적되는 것은 정교분리 원칙에 대한 이중적 적용 태도다. 기독교 역사가들은 한국의 보수 교회는 해방 후 지금까지 ‘정교분리 원칙’을 내세우며 민주화 운동, 사회 구원에 대한 예언자적 사명은 외면해왔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보수 교회는 정부를 두둔하고 축복하는 데는 정교분리를 적용한 반면, 민주화 운동에는 잣대를 대는 이중적인 태도를 취해왔다. 정교분리 원칙 뒤에 숨어 있던 보수 교회가 지금에 와서 60여 년 전 북에서 이뤄진 기독당과 같은 주장으로 창당을 시도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숙명여대 이만열 명예교수는 “1948년 이후 최근까지 기독교가 정교분리라는 이념 속에 자신을 숨겨 왔다. 사회 참여에 대해서 용기 없는 것을 정교분리를 통해 호도했다”며 “그러나 조찬기도회에서 정부나 대통령을 축복할 때는 서로 나가서 했다. 기독당 창당도 마찬가지다. 이중적인 태도를 가졌다”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기독교가 기독교의 이름으로 정치에 참여할 때는 신중해야 한다”며 “지금은 정당정치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예수님이 말씀하신 사랑과 공의의 질서를 세우는 것이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말했다.

# 기독교 대표성 결여
기독당 창당을 반대하는 이들은 대표성 문제를 지적한다. 기독당이 기독교 전체의 의사를 대표할 수 없다는 것. 일부 보수 교회의 기독당 창당 움직임이 본격화되자 중견 목회자 모임인 미래목회포럼(대표:김인환 목사)은 지난달 2일 “모든 기독교 정당의 출현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들은 “목사들이 앞장서 정당을 만들고 정치판에 뛰어드는 것은 목회에 전념하는 대다수의 목회자들이나 기독교인들도 이해하기 힘들다”고 비판했다. 또 “교회를 웃음거리로 만들고 안티 기독교 세력의 공격 빌미만 만들어 주었다”고 꼬집고 “좋은 정치를 위해 기독교를 정당의 전면에 내걸어야 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김인환 목사는 “무분별한 기독교 정당의 난립 및 기독교 정당을 지칭하는 정치 세력화는 기독교와 정치 모두에게 참으로 위험천만한 일이 아닐 수 없다”고 밝혔다.

교회2.0목회자운동도 지난달 8일 성명을 통해 “기독당은 선교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며 창당 작업을 중지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최근 근본적인 신앙이나 과도한 종교편향이나 이익 추구로 인해 종교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종교가 정당을 만들어 정치세력화하면 화해와 일치의 매개가 돼야 할 종교가 오히려 분열과 갈등의 촉매제로 전락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지난 2004년 17대 총선 한국기독당, 2008년 18대 총선 기독사랑실천당 창당에 참여했던 조용기 원로목사(여의도순복음교회)도 현재 논의되고 있는 기독당과 선을 긋고 있다. 조 목사는 지난달 6일 “기독당 창당은 나와는 무관한 일이며 교회가 정치에 개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조 목사는 자신의 이름을 도용하지 말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기독자유민주당 설립을 주도한 전광훈 목사(청교도영성훈련원)는 최근 한 토론회에서 “기독당 창당이 고 김준곤 목사의 유언(遺言)”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하지만 고 김준곤 목사도 생전에 기독당과 결별을 선언했다. 지난 2008년 11월 김 목사는 “그동안 기독교의 사회책임과 정치권의 복음화를 위해 기독당을 정신적으로 후원해왔으나 이제는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며 “신앙심, 애국심, 양심을 가진 사람에게 투표해 한국 정치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과거 창당 주역들도 문제점을 뒤늦게 인식하고 반대 입장으로 돌아서고 있는 것이다. 손봉호 명예교수(서울대), 김명혁 목사(한국복음주의협의회 회장) 등 기독교 원로들도 기독당 창당에 반대해 왔다. 이만열 교수는 “기독당을 이야기 할 때 기독(基督)이라는 말은 그리스도라는 말”이라며 “기독당이 실패하면 그리스도를 욕보이는 것이며 내 이름을 망령되이 일컫지 말라는 십계명을 어기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 비례대표제 악용과 도덕성 결여
2000년 이전에도 총선과 대선에 기독교 이름으로 출마한 후보들이 있었다. 하지만 보수 교회와 원로들이 직접 기독교 정당을 창당하고 선거에 나선 것은 지난 2004년 17대 총선. 공교롭게도 1인2표제인 비례대표제도가 첫 시행된 선거였다. 그해 민주노동당은 이 제도 덕분에 진보정당으로서는 44년 만에 처음으로 원내 진출에 성공할 수 있었다.

당시 선거를 앞두고 급히 창당한 한국기독당은 처음부터 이 제도에 기대 기독교인들에게 표를 호소했다. 이들은 “정치권에 복음을 전하는 것이 하나님의 뜻”이라며 이념과 정책, 후보의 자질 검증보다는 기독교인의 정체성에 호소하는 선거운동을 펼쳤다. 선거 후에는 자금 문제를 수습하지 못한 후유증으로 몸살을 앓기도 했다.

2008년 18대 총선에서도 이 같은 상황은 반복됐다. 기독사랑실천당 대표 최수환 장로는 통일교 이념을 바탕으로 설립된 평화통일가정당에 대항하기 위해 기독당을 찍어야 한다고 호소하고 “지역은 알아서 뽑고 당은 기독당을 지지해 달라”고 말했다. 또 공천을 최대한 늦추면서 “한나라당과 통합민주당(현 민주당)의 낙선자를 대상으로 포섭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와 함께 “기호 8번을 찍으면 나라의 팔자가 바뀐다” 등 비기독교적인 구호를 내세워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비례대표 공천 헌금 문제도 어김없이 제기됐다. 지난해 2월 5일 민승 대표 취임예배에서 고 모 장로 등 비상대책위원회는 유인물을 통해 “지난 총선 공천헌금 20억 중에 사라진 5억 원에 대한 형사고발건이 검찰에 계류 중에 있다”고 주장했다.

기독당 창당을 주도하는 인사들의 도덕성 결여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J 목사는 지난 18대 총선 당시 선거법 위반으로 징역 10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창당에 참여한 K 목사도 지난 2005년 교회 공금 횡령으로 징역 2년6개월, 집행유예 3년, 벌금 750만원을 선고 받은바 있다.

성서한국 사무총장 구교형 목사는 기독당에 참여하고 있는 L 변호사를 예로 들며 “1993년 슬롯머신 사건으로 물의를 일으킨 인물”이라고 밝히고 “기독교정당을 추진하려는 세력들이 과거 독재정권과 결탁하거나 도덕적 하자가 많은 인물들이 포진한 관계로 정당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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