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정의로 세상 바꾸는 노력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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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정의로 세상 바꾸는 노력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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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1.09.27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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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열 (숙명여대 명예교수)

기독당을 이야기 할 때 기독(基督)이라는 말은 그리스도라는 말이다. 그리스도당이라는 이야기다. 기독교니 기독이니 하는 말이 함부로 그렇게 사용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부터 신중하게 따져야 한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기독교적 이념에 입각해서 만드는 정당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 이념을 실현하기 위해서 정치적 결사를 하는 것은 필요하다. 그렇다고 해서 거기에 기독이라는 이름을 붙일 필요가 있겠느냐.

만약 그 정당이 실패한다면, 실수한다면, 기독교적 이념과 달리 어떤 일을 한다면 하나님, 그리스도를 욕보이는 것이다. 십계명 중 ‘내 이름을 망령되이 일컫지 말라’는 말씀을 깊이 생각을 해야 한다.

기독교적 이념을 중심으로 정당을 만드는 것은 찬성한다. 지금이라도 기독이라는 말을 빼고 기독교적 이념을 넣어 정당 활동을 했으면 좋겠다.

우선 때가 좋지 않다. 기독정당 하겠다는 분들 4년 전에도 나왔고, 10년 전부터 때가 되면 발작을 일으키듯이 나타나고 있다. 그런데 지금 기독교가 어떤 형편에 있는가. 많은 사람들로부터 개독교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이런 때에 다시 기독교 이름 내서 정치하겠다고 하면 국민들이 수긍을 하겠나. 그리스도인들도 그것을 수궁하지 않을 것이다.

두 번째로 기독당을 하려면 제대로 준비를 해야 한다. 선거를 앞두고 반짝 나올 것이 아니라 10년 전부터 이념은 무엇인지, 할 일은 무엇인지 정리하고, 도덕적으로 깨끗한 인물들을 훈련시켜 전면에 내세워야 한다. 기독교 이념을 가지고 정당정치를 하기 위해서는 토론도 하고 세미나도 해야 한다.

또 지방자치에서부터 사람들을 추천하고 당선시켜 기독교적 이념을 실천하려는 움직임이 필요하다. 그런데 지금 기독당을 이끌고 있는 사람들이 이런 노력을 한 것이 있는가. 그러면서 선거 때만 돼서 나타나면 그 누가 진심을 인정해주겠나.

지난 7월 세상을 떠난 세계적 복음주의자 존 스토트 목사는 그의 책 ‘현대 사회문제와 기독교적 답변’에서 기독교가 내세울 수 있는 사회선교에 대해 언급했다. 인권, 환경, 남북문제(세계경제), 핵문제, 노동과 실업의 문제, 인종차별, 빈곤, 남녀평등, 낙태, 동성애 문제, 진정한 민주주의의 문제, 제국주의 청산의 문제 등 복음주의자로서는 최초로 이런 문제를 제기했다.

한국 기독교가 이런 문제에 대해 제대로 설교하는 목사님이 있느냐. 이런 것은 하지 않고 정당 만들겠다는 것은 잘못이다. 기독교적 이념을 가지고 정당을 만들려면 메시아적, 선지자적, 예언자적 사명을 통해 들어가야 한다.

세 번째로, 이 운동에 앞장서는 사람들의 도덕적 신뢰성에 대해서 우리는 수긍할 수가 없다. 신문에 난 바로는 창피에서 이야기할 수 없는 것들이 많다. 교회 세습을 예로 들면, 북한에서 김정일이 세습할 때는 한국에서 비판이 많았다. 김정은이 세습할 때는 한국 교회가 입을 다물었다. 한국 교회 안에서 세습을 다하고 있다. 북한의 세습에 대해 입 한번 뻥끗하지 못했다.

또 자기 교회에서 정말 제대로 민주적 훈련이나 공의, 사랑의 지도를 실천한 분들이냐에 대해서도 신뢰할 수 없다. 한 교회에서 작은 공동체에서 그것을 실현 못하는 분들이 전국적인 정당을 만들겠다면 수긍할 수 없는 것이다.

네 번째로 흔히, 다종교 사회에서 기독교라는 이름을 내세울 적에 종교적 갈등을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 다종교 사회에서 우리나라처럼 종교적 갈등이 없는 곳이 없다. 하지만 기독교 장로 대통령이 나오면 이것이 불거진다. 이것이 우리가 빛과 소금으로, 사회를 감싸야 할 사람들이 해야 할 일인가.

교회가 교회 이름으로, 기독교가 기독교의 이름으로 참여할 때는 신중해야 한다. 지금은 정당 정치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예수님이 말씀하신 사랑과 공의의 질서를 세우는 것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확신이 있다.

기독교 본연의 자세는 사랑과 정의의 질서를 통해서 하는 것이다. 세상을 바꾸는 일은 굳이 정당에 가지 않더라도 얼마든지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사회로 변혁시키는데 앞장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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