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적 색채 빼고 공교육에 접근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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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적 색채 빼고 공교육에 접근하라
  • 김목화 기자
  • 승인 2011.08.31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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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소형 교회 성장, 교육 선교가 대안이다 ①
▲ 꿈비교육선교센타에서는 다양한 창의적 체험활동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 사회로 나가고 있다.
“오늘 학교 마치면 집에 가서 엄마 빨래 개는 걸 도와드릴 거예요. 성품 선생님이 엄마를 도와드리는 것도 순종이래요.”(이정하, 서울 신용산초 1) “보드게임 시간에 어질러진 보드게임을 제가 다 정리했어요. 친구들에게 순종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거든요.”(김민영, 서울 신용산초 4)
 
2일 오후 신용산초등학교. 예수님의 가르침이 바탕이 되어 진행되는 ‘성품’수업이 ‘창의적 체험활동’시간에 한창이다. 이날 수업의 주제는 ‘순종’. 아이들은 순종할 수 있는 것들을 생각한다. 교실 주변을 둘러보거나 집에서 보낸 그 순간의 시간을 기억해낸다. 공책에 그날의 나를 글로 표현한 뒤 내가 순종할 수 있는 목록도 써본다.
 
수업을 진행한 송문정 씨는 한강교회(최낙규 목사) 교육목사다. 교육목사가 왜 초등학교에서  창의적 체험활동 교사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을까?
 
# 창의적 체험활동은 곧 교육 선교
한강교회 최낙규 목사는 “중·소형 교회가 문화와 교육을 접목해 교육 선교의 장을 만들고 좋은 놀이문화와 가족문화를 선도한다면 지역공동체와 함께 성장할 수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한강교회 교회학교는 인근의 초등학교와 중학교, 고등학교 등에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말 그대로 창의적 체험활동(이하 창체)은 창의 인성교육 강화를 목표로 올해부터 교과부에서 단계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2009년 개정 교육과정’ 이다. 무엇보다 창체 수업 강사에 관한 제한 조건이 까다롭지 않아 학생들에게 창의적 체험활동을 제공해 준다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창의적 체험활동은 교과 이외의 활동으로 자율활동, 동아리활동, 봉사활동, 진로활동 4가지 영역으로 편성되어 있어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창체 수업은 또 각 영역의 구체적인 활동 내용에 대해 학생, 학급, 학년, 학교 및 지역 사회의 특성에 맞게 학교에서 선택하고 융통성 있게 운영한다. 즉, 학교의 상황에 맞게 진행되기 때문에 담임교사가 아니어도 창체 수업에 대해 좋은 아이템을 가지고 있다면 학교장의 재량으로 누구나 창체 수업 교사로 참여할 수 있다.
 
현재는 초, 중, 고 1학년만 진행되고 있지만 2013년에는 전 학년으로 확대돼 앞으로 더 많은 창체 수업 전문 인력이 요구되고 있다. 특히 입시 준비로 바쁜 중고등학교 교사들은 창의적 체험활동 수업을 준비하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틈을 교회가 메워줌으로써 교육 선교가 공교육으로 탈바꿈해 지역 사회로 나아가는 길이 되고 있다.
 
# 자급자족하는 교육 선교
창의 인성교육 강화를 목표로 하는 수업에 있어서는 성경을 바탕으로 했던 ‘성품’수업이 자연스레 인성 교육으로 자리 잡았다. 
 
한강교회 교육국 송문정 교육목사는 “창체 수업은 교회 안팎으로 같이 쓸 수 있는 프로그램이 되기에 충분하다”며 “교회 내에서는 말씀을 가지고 가르쳤던 예수님의 성품이 공교육에서는 종교적 색채를 빼고 종교적 언어를 사용하지 않으면 예수님의 가르침을 바탕을 그대로 한 ‘순종’을 가르칠 수 있다. 자녀들이 부모에게 순종하거나, 학생이 교사에게 순종하는 것은 교회 밖에서도 쓰이는 단어이고 충분히 일상생활에서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교회 안과 밖에서 함께 쓸 수 있는 순종, 겸손 등과 같은 단어를 이용해 송 목사는 창체 수업을 진행한다.
 
이처럼 교육 선교 프로그램은 기본 바탕에 기독교적인 색채만 뺀다면 공교육에서 얼마든지 창체 수업이 된다. 거꾸로 공교육에서 이뤄지는 수많은 창체 수업에 성경적 요소를 가미한다면 교회 내에서 할 수 있는 훌륭한 교육 선교 프로그램으로 재탄생 한다.
 
송 목사는 “공교육에서 포교활동은 금지되어 있다 보니 이름도 교회의 ‘꿈비교육선교센터’를 ‘꿈비교육센터’로 바꿔 따로 만들었다. 하지만 공교육에서 이뤄지는 창체 교육에 대한 밑바탕은 성경의 가르침에 있다”고 말한다.
 
# 지역 사회를 리드해 가는 교회
송 목사는 창의적 체험활동이 시행되기 전부터 지역 사회의 학교를 찾아가 운동장 쓰레기를 주웠다. 학교에서 세미나를 열면 간식을 지원해줬다. 비신자들이 “교회는 이기적”이라고 생각하는 막연한 교회 이미지를 바꾸고 싶었기 때문이다. 학교 관계자들은 쓰레기를 주우러 오는 송 목사를 처음엔 의아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송 목사는 웃으며 인사하고 선행을 먼저 보여줬다. 그리고 꾸준히 실천하면서 친목을 다지고 관계를 형성했다. 그러던 참에 교과부 시행에 따라 창체 수업 소식을 듣게 됐고 학교 측에 제안서를 제출했다. 교회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창의적인 내용이 가득 담긴 제안서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그리고 바로 시범교육으로 진행됐다.
 
교회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이미지도 바뀌었다. 길을 지나가면 아이들이 먼저 선생님을 알아보고 인사하기 시작했다. 낯선 사람에게 인사하는 것을 의아하게 생각한 부모들에게 자녀들은 ‘학교 성품 선생님’이라고 소개했다. 자연스럽게 지역 주민들과 친교하며 다가갈 수 있었다.
 
성품 선생님은 학교 밖에서 목사, 권사, 집사가 된다. 교회에서 어린이 캠프나 초청 잔치 등 아이들을 교회에 초대할 때 부모들은 거리낌 없이 자녀들을 교회에 보낸다. 검증받은 학교 선생님이 있는 교회이기 때문이다. 아들과 함께 교회 초청 잔치에 참가한 김선희(35·서울 이촌동)씨는 “성품 수업을 통해 어른을 공경할 줄 알고 얼굴도 밝아지는 아이의 변화가 놀랍다”며 “아이에게 긍정적 영향을 끼치는 인성교육을 교회 선생님이 지도한다고 해서 관심을 갖고 교회에 와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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