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인 ‘통일 감수성’ 높이는 교육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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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인 ‘통일 감수성’ 높이는 교육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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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1.08.17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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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상덕 국장 (가톨릭신문)

이번 통일기반 조성을 위한 종교인의 통일 의식 조사 결과, 우리나라 종교인들은 무종교인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대북 지원, 협력에 대하여 더 호의적인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아울러 실질적인 면에 있어서 통일을 위한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한 대안을 찾기 위한 ‘통일의식 제고 방안’을 묻는 물음에 ‘한반도 통일비전 제시(56.0%)’와 ‘통일 교육 확대(52.0%)’, ‘통일 논의 활동 지원(34.9%)’ 등이 꼽힌 점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그간 각 종교계가 나름대로 통일 이후를 대비한 다양한 준비를 해왔음에도 종교인들 대부분이 통일에 대한 상(像)을 제대로 그리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는 달리 말해 아직 종교인 개개인들뿐만 아니라 각 종교계도 통일을 위한 구체적인 활로를 찾지 못하고 있음을 드러내는 것이다.

이는 어쩌면 당연한 귀결이라고 할 수 있다. 추상적인 차원에서 인식의 갈무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구체적인 영역에서의 동력을 얻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이러한 우리 사회의 현실에 대한 책임은 비단 정부뿐만 아니라 종교계, 특별히 각 종단 지도자들에게도 없지 않다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어떤 사안에 대한 비전은 누가 이식했을 때보다 자생적으로 길러냈을 때 그 건강성과 지속성을 담보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이번 의식 조사를 통해 드러난 각 종단 내부의 통일에 대한 의식들은 생각했던 것보다 가난하다는 느낌을 지우기 힘들다.

종교인들도 비종교인들과 비교했을 때 통일에 대한 의식에 있어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요즘 유행하는 말로 통일에 대한 감수성이 부족하다는 말로 대체할 수 있다.

천주교를 비롯한 각 종교를 믿고 있는 신자들이라고 해서 비신자들이나 비종교인들에 비해 통일에 대한 특별한 감수성을 지니고 있다고 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실의 밑바닥에는 각 종교, 특별히 각 종단 지도자들의 통일에 대한 감수성 부족이 큰 이유를 차지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실제 조사 결과에서 연령이 증가할수록 통일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는 경향을 보인 것이나 통일 비용 마련을 위한 통일세 지불 의향에 대한 설문에 50대(45.6%)의 응답 비율이 가장 높에 나타난 것은 통일에 대한 감수성이 살아있는 세대와 그렇지 못한 세대 간의 차이를 보여주는 것이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천주교의 경우만 볼 때, 1980년대에 씨앗이 뿌려지기 시작해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점차 통일을 향한 발걸음에 힘이 실려 왔다고 할 수 있다.

‘북한 수재민 돕기’(1995), ‘북한동포 돕기 국수나누기 운동’(1996), ‘북한동포에게 옥수수 1만톤 보내기 캠페인’(1997. 4), ‘북녘형제 돕기를 위한 한주 한끼 굶기 모금운동’(1997. 4), ‘사랑의 옷보내기’(1997.12), ‘북한 어린이 돕기 자선음악회’(1999. 9).

이처럼 1990년대 한국 가톨릭교회가 걸어온 통일을 향한 여정은 교회는 물론 북한을 둘러싼 우리 사회의 의식을 한차원 더 승화시켜내는데 일조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주목하고 싶은 것은 외적으로 드러난 교회의 발자취에 더해 교회 전반에 내재해 있던 북한에 대한 무관심, 나아가 적대의식이라는 거대한 성의 한 축을 허물어낸 것이다.

이러한 꾸준한 노력의 결과 현재 가톨릭교회 내에는 화해와 일치를 향한 지평이 그 어느 때보다 넓어진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 속에서 통일에 대한 감수성이 높아진 것도 사실이다.

각 종교가 걸어온 통일을 향한 지난한 길은 바로 각 종단 내부, 나아가 우리 사회의 통일을 향한 감수성을 높이는 일과 다르지 않다. 앞으로 이어질 통일을 향한 종교인들의 여정도 이러한 화해와 일치의 감수성을 높여 나가는 것이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뜻있는 종교인들부터 아름다운 세상을 빚어내고 맞이할 희망이 담긴 감수성을 계발하고 나누는 일에 힘을 모아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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