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숙한 예배자 길러내는 생태계로서의 신앙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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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숙한 예배자 길러내는 생태계로서의 신앙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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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1.07.28 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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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병구 본부장 (한빛누리재단)

찬양과 예배가 신앙의 본질에 포함된다는 것을 부인하는 이는 하나도 없지만 이 가치를 어떻게 공동체의 일원들에게 공급하느냐에 대해서는 뾰족한 실천이 없었다. 더구나 이것을 훈련의 차원으로 각색하고 각 개인의 몸에 배도록 하는 일은 누구도 나서서 해본 적이 없다.

말씀을 탐구하는 것처럼, 경건의 시간을 중시하는 것처럼, 기도의 생활을 쉬지 않는 것처럼, 전도자의 삶을 살도록 하는 것처럼 예배와 찬양은 기초훈련으로 강조되어야 하고 영적체력훈련의 기초에 자리 잡도록 커리큘럼화 되어야 한다.

지역교회 목회자들이 늘 강조해온 것 중에 말 자체로 볼 때 120% 옳은 이야기 중의 하나가 “예배에 성공해야 한다”는 명제다.

하지만 이런 맥락에서 그분들이 예배에 대해 회중들에게 가르친다는 내용들은 그 본질에서 빗나가고 있다. 어김없이 새벽기도회나 수요예배 주일 저녁예배, 구역예배, 가정교회모임 등에 열심을 가지고 빠짐없이 참석하라는 등의 출석 강요가 대부분을 이룬다.

예배의 질은 참석자의 영성에 달려 있다면서도 그 영성이 예배 안에 어떻게 교감 되고 소통되어야 하는지 궁색하다. 정작 회중들은 교회력(예배력)에 대해서는 대체로 무지하다. 아니 무관심하다. 몇몇 특별헌금 절기가 되어서야 유래에 대한 설명이 설교에 등장하는 정도다.

예배의 순서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예전에 대해서도 일반 회중과의 공유가 거의 전무하다. 예배의 전통이 어떻게 세워져왔는가에 대해 제대로 알려준 적이 없다. 그저 그동안의 것을 따라 하거나 외국 교회나 이웃 교회에서 좋다는 예배순서를 흉내 내기 일쑤였다.

교육상품으로서 교회음악아카데미 정도의 교육이 아니라, 현장의 고민과 시행착오를 공유할 수 있는 실질적인 부서별 세대별 예배와 찬양에 대한 워크숍들이 제공되어야 할 것이다.

예배와 찬양에 깨어 있다고 자부하는 목회자들의 경우, 예배에 새로운 영성을 불어넣기 위해 음악목사 형태로 부교역자를 세우기도 하고, 젊은이들 중심의 일정 부서에 대해서는 찬양인도자를 외부에서 영입해서 특별한 목적과 형태의 예배를 진행하기도 한다.

이 경우 단기적으로는 의도한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지라도 이러한 영입성 인사의 반복은 지역교회의 예배공동체로서의 정체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가져다줄 우려가 있다. 예배와 찬양을 인도하는 이들을 성가대 지휘자나 반주자 혹은 유급 솔리스트처럼 취급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영적인 가족공동체가 함께 드리는 예배에서 그 진실성의 잣대 중 하나는 그 공동체의 참 공동체 됨이다.

또한 예배와 찬양에 관련한 항간의 오해 중의 하나는 찬양을 인도하는 이들이 준비된 순서를 벗어나서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선곡하고 음악적인 연주력을 발휘하는 것이 성령의 인도하심을 받는 증거라는 것이다.

물론 주변에 긍정적인 경우들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인식은 본질적으로 성령을 제한하는 결과를 낳는다. 즉, 예배 현장에서만 성령을 인정하고, 그 예배를 준비하고 기획하는 시공간에는 인간의 지혜만이 있다는 또 다른 이원론과 다름없다.

성령의 역사가 우리의 예상과는 달리 우발적일 수 있다는 주장은 보편적 설득력이 있지만, 더 일반적으로는 말씀에 대한 성실한 묵상과 적용, 그리고 누적된 기도와 응답 가운데 일어나는 역사가 더욱 정직하다고 본다.

예배를 인도하는 이들은 우선 그 예배를 기획하고 준비하는 시공간 자체가 성령에 사로잡히도록 기도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우리들이 드리는 예배 역시 동일한 성령의 은사가 드러나고 열매가 맺어지는 장이 되도록 말이다.

바르고 풍성한 기획을 위해서는 연구와 토론이 필요하고, 성숙과 발전을 위해서는 평가와 바로잡음도 필수적이다. 그저 흉내 내기에 그치지 말고 자기 공동체를 파악하고 품으며 매번의 예배에 차별화된 하나님의 임재를 기대하여야 한다.

그리고 카리스마를 가진 일개인의 기획이 아니고 공동체를 중시하는 겸손한 기획이 되어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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