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에 하나님의 감성을 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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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에 하나님의 감성을 담아라
  • 최창민 기자
  • 승인 2011.06.29 16: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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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엠크리에이티브 정승범 대표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월요일 아침부터 부암동은 못질소리로 분주하다. 전문 디자인 그룹 ‘아이엠크리에이티브’ 정승범 대표(40·원천침례교회)는 지난 2년여 동안 한국대학생선교회(이하 CCC) 본부에서 리모델링 작업을 진행해 왔다. 정 대표가 CCC 출신이라는 사실은 그가 이 일에 얼마나 많은 애정을 쏟고 있는지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아이엠크리에이티브는 최근 고 김준곤 목사 기념관인 CCC 역사비전센터와 민족복음화 전략센터 공간 디자인을 전담했다. 이에 앞서 극동방송 이사장 김장환 목사의 삶과 사역을 소개하는 BK 기념관을 디자인했다. 이 회사는 한국 교회에서 존경받는 두 원로 목회자의 삶과 사역을 조명하는 전시관을 잇따라 시공하면서 영성 있는 공간 디자인으로 주목받고 있다.

▲ 아이엠크리에이티브 정승범 대표는 최근 고 김준곤 목사, 김장환 목사 기념관을 디자인하며 하나님의 감성을 담은 공간 디자인을 선보여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태풍과 함께 소나기가 신나게 퍼붓고 간 지난 27일 아침 그를 만나기 위해 부암동 자하문 고갯길을 올랐다. 정승범 대표는 디자인 시공 현장에서 단출한 복장에 소박한 웃음으로 기자를 맞았다. 앞서 CCC 역사비전관 리모델링 취재를 통해 아이엠크리에이티브가 시공한 공간 디자인을 이미 경험했던 터라 그의 따뜻한 환대가 낯설지 않았다.

# 가족적 영성이 풍기는 공간
정승범 대표가 만들어낸 디자인과 공간은 따뜻한 감성이 물씬 풍겼다. 남다른 색감과 따뜻한 배려가 느껴지는 디자인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지나가던 사람도 시선이 머물 정도의 편안함을 가지고 있다.

창조적 디자인을 선교전략과 접목시킨 CCC의 본부 리모델링 사례는 교계에서 큰 주목받았다. 소통과 효율을 강조하는 플렉스(FLEX) 개념을 도입했기 때문이다. 본부 리모델링의 핵심은 각 구성원 간의 커뮤니케이션 효율을 높여 현장과 영적 운동을 강화하는 것이다.

플렉스 개념의 사무실 디자인은 이동과 용도변경을 자유롭게 해 업무 유연성이 강화되고 공간 활용도가 높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과거 수직적 구조와 분업화된 막힌 공간에서 통합을 추구하는 열린 공간으로 변화한 CCC 선교센터는 디지털 시대에 발맞춰 전략적 선교활동을 하겠다는 새로운 리더십의 철학이 반영된 결과였다.

이처럼 따뜻하고 풍성한 기독교적인 영성이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의 열심에서 찾을 수 있었다. 매일같이 현장을 찾아 하나님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것이다.

그는 디자인을 하면서 ‘하나님은 이 공간을 어떻게 활용하기를 원하시는가’를 가장 고민한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아침, 저녁으로 현장에서 하나님이 원하시는 공간, 하나님의 사랑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 되게 해 달라고 기도하고 묵상한다”고 말했다.

또 공간을 디자인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는 ‘가족’이다. 그는 “유대인이 강력한 힘을 발휘하며 세계를 움직일 수 있는 힘도 가정교육에서 비롯됐다”며 “하나님이 원하시는 공간은 가정의 느낌이 살아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이어 “가정에는 아버지와 어머니가 있다. 어떤 공간은 아버지처럼 배려와 위엄이 필요하다. 또 어떤 공간은 편안함과 따뜻함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며 “가정 안에서 소통과 배려가 중요하듯이 섬세한 디자인을 통해 감성이 살아나는 공간을 만들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 회사가 있기까지 하나님의 개입
“HCCC 수련회에서 만난 김준곤 목사님을 통해 하나님을 나의 구주, 나의 하나님으로 영접했습니다. 수련회 마지막 날 내 비전과 달란트를 가지고 평신도 선교사로 하나님을 전하고 싶다고 고백했습니다.”

정승범 대표는 고등학교 때 사영리를 접하고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만났다. 그 후로 그는 사영리의 첫 번째 원리, ‘하나님은 당신을 사랑하시며 당신을 위한 놀라운 계획을 가지고 계십니다’를 마음에 새기고 살아왔다고 고백했다. 4년 전 회사를 설립하면서 이름을 ‘아이엠크리에이티브’로 지은 것도 ‘Here I am’, 하나님의 부르심에 대한 확신의 고백에서 비롯됐다.

정승범 대표가 전문 디자인 그룹을 세우기까지 순탄한 삶을 살아온 것은 아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시작했던 미술. 그러나 녹록치 않은 가정형편 때문에 미술 공부를 계속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어머니가 그를 붙잡고 미술 공부를 그만두면 좋겠다고 권할 정도로 사정이 어려웠다.

그때 그는 학교 선생님과 상담을 통해 디자인에 대해서 알게 됐다. 당시 디자인에 대한 개념이 사회적으로 조명 받기 시작할 때였다. 이때부터 정 대표는 순수미술이 아닌 디자인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머니를 설득해 어렵게 디자인 공부를 시작할 수 있었다.

어렵게 시작한 공부였지만 길이 쉽게 열리지 않았다. 삼수를 한 끝에 대학에 들어가 실용디자인을 전공했다. 그는 “어머니께서는 속옷 한 벌, 신발 하나 못사시고 아들을 위해 헌신하셨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졸업 후 그는 요한복음 9장에 나오는 소경과 예수님의 대화를 통해 전문인 평신도 사역자의 삶을 결단했다. 이후 프리랜서로 일을 하다가 아이엠크리에이티브를 설립하게 됐다. 그는 하나님의 마음으로 가난한 사람들을 이해하고 돌보는 회사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술도 담배도 하지 않는 기업을 꿈꾸며 시작한 회사. 힘들게 1년짜리 장기 프로젝트를 따냈다. 하지만 업체는 1차가 진행된 상황에서 돌연 시공사를 바꿨다. 디자이너도 확보한 상태여서 자칫 회사가 무너질 수도 있는 상황. 절박한 마음에 담당자에게 전화를 했다. 돌아온 대답은 ‘인사’를 했어야 했다는 것이었다. 정 대표는 “청탁 없이 깨끗하게 회사를 이끌어가려던 꿈을 접어야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도 들었다”고 고백했다.

그러나 일주일 후 한 지인을 통해 표지 디자인 부탁을 받았다. 디자이너를 통해 최선을 다해 12개의 시안을 만들어 보냈다. 다음날 부탁한 교수로부터 연락이 왔다. 그리고 그것이 인연이 돼 10개 넘는 조직에서 디자인 의뢰가 쏟아졌다.

그는 “작은 일이었지만 크게, 전부처럼 일했더니 엄청난 결과를 가져왔다”며 “‘하나님의 개입이 이런 것이구나’하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그해 회사 창립 후 처음으로 1억 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다.

# ‘그의 하나님’을 표현한 공간
아이엠크리에이티브는 회사 설립 후 첫 작품은 경기도청과 MBC에서 공동으로 주관한 학교 도서관 지어주기 프로젝트였다. 가난한 아이들에게 책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공익적인 프로젝트였다.

▲ 아이엠크리에이티브는 극동방송과 BK기념관, 중앙기독초등학교 등 공간을 디자인했다.
이 의미 있는 행사를 홍보하기 위한 전단과 홍보부스 디자인을 맡은 것이다. 정 대표는 “회사를 창립한 후 첫 작품이기도 하지만 공익적인 작품이어서 지금까지도 기억에 남아 있다”며 “아이엠크리에이티브의 정체성과 색깔을 잘 표현해준 첫 작업이었다”고 말했다.

이후 여러 NGO단체들, 한국전력, 중앙기독학교 등 공공기관과 여러 교회에서 작업을 했다. 어느 곳을 맡게 되든지 최선을 다했고 그 결과는 입소문을 타고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다. 그리고 극동방송 설립자 김장환 목사 기념관과 고 김준곤 목사 역사비전관을 디자인하면서 기독교 문화와 색깔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 것이다.

“우리는 모두 하나님의 계획의 일부입니다. 김장환 목사님도, 김준곤 목사님도 그분 자체를 드러내기보다 그분의 하나님을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정 대표는 기념관 작업을 하면서 40일 간 새벽기도를 나갔다. 또 스토리 기획을 할 때도 릴레이 금식기도를 하면서 작업을 진행했다. 특히 고 김준곤 목사 사역을 기록한 CCC 역사비전관을 건립하게 된 것에 대해 감사했다.

그는 “지금 생각해보면 20년 전 김준곤 목사님은 내게 하나님을 전해주셨다. 그리고 지금 내가 그분의 하나님을 다시 기록해 다음 세대에게 물려줄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있다”고 고백하고 “하나님의 놀라운 섭리와 개입을 경험했다”며 남다른 애정을 보였다.

그는 또 다른 꿈을 꾸고 있다. 따뜻한 감성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서 지역 상권이 살아나고 유동인구가 많아지는 기독교 테마파크를 꿈꾸고 있다. 그는 “제가 만드는 교회공간을 통해 지역의 감성이 바뀌고 많은 사람들이 하나님을 느낄 수 있어 지역사회의 랜드마크가 될 수 있는 사회적인 공간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정승범 대표는 교회 공간이 목사 개인을 위한 공간, 과시용 공간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성도들이 집처럼 편하게 머물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귀한 손님을 모셨던 조상들의 사랑방처럼 가정적인 공간이 되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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