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도들 ‘헌금’ 해마다 수백억씩 법정 소송으로 유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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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도들 ‘헌금’ 해마다 수백억씩 법정 소송으로 유출
  • 최창민 기자
  • 승인 2011.06.09 17: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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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 헌금이 샌다 (1) 소송의 수렁에 빠진 ‘한국 교회’

▲성도들이 정성껏 모아 낸 헌금이 교단 및 기관 소송을 통해 빠져나가고 있다. 기독법조인들은 한해 소송으로 인해 빠져나가는 헌금이 수백 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사진은 특정기사와 관련없음>
헌금 바구니에 구멍이 뚫렸다. 성도들의 믿음의 표현이자 헌신의 상징인 헌금이 엉뚱한 곳으로 흘러들어가고 있다. 교회도 사람이 모인 곳. 분쟁은 일어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교회법에 따른 치리 과정이 공정하지 못하다는 인식이 팽배하거나, 내부 분쟁을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지경에 놓인 교단과 기관이 늘어나고 있다.

때로는 정통성을 지키기 위해, 혹은 목회자의 양심과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벌이는 사회법 소송은 성도들의 헌금을 야금야금 갉아먹고 있다. 기독법조인들은 이런저런 경로를 통해 모아진 헌금이 해마다 수백억 원 씩 소송과 재판을 통해 빠져나가는 것으로 보고 있다.

불투명한 교회 헌금 사용 문제도 심각하다. 최근 일부 대형교회들은 교회 재정 회계 처리 문제와 관련된 논란에 휩싸였다. 서울 모 교회 담임목사는 당회와 예산처리 문제로 다투다 결국 사임했다. 정확한 회계처리 없이 사용한 일부 교회 재정이 담임목사의 발목을 잡은 것이다.

이처럼 교회 내 불투명한 헌금 사용으로 인한 폐단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본지는 4회에 걸쳐서 분쟁으로 인한 헌금의 유출, 불투명한 교회 재정 사용 문제, 법정 비화에 대한 대응 방안 등을 집중적으로 다룰 예정이다.  <편집자 주>

교단 뿐 아니라 단체들도 교권 놓고 소송 전개  “교회 자정 능력 상실”
한 해 100여 건 씩 사회법 분쟁, 재정누수 심각…교회 이미지 타격

지난 2008년 5월 기독교대한하나님의 성회 3개 교단(기하성 서대문측, 기하성 수호측, 예하성)은 통합을 시도하던 중 서대문측과 양평동측으로 분열됐다. 이후 두 교단은 교단 재산권과 정통성을 둘러싼 소송에 휩싸였다. 지난 3년여 동안 두 교단이 진행한 소송은 100여건에 달한다.

# 기하성 교단의 소송전
각종 소송을 크게 넷으로 나누면 부동산을 둘러싼 소송, 재단법인 이사회를 상대로 한 소송, 상표권 소송, 개 교회와 개인이 재단과 총회를 상대로 한 소송으로 분류된다.

분열 직후 양평동측은 15억 원의 공탁금을 걸고 ‘부동산처분금지가처분신청’을 냈다. 서대문측은 교단 부채 해결을 위해 건물 매각을 추진하던 중이었다. 양평동측은 교단 통합이 이뤄졌으니 임의로 재산을 처분하지 말라는 취지의 신청을 낸 것이다. 이에 대해 법원은 양평동측을 ‘임의단체’로 규정하고 ‘각하’ 결정을 내렸다.

법률용어상 각하는 소송 요건 자체가 성립되지 않아 재판을 더 이상 진행할 수 없는 경우에 내려진다. 그러나 양평동측은 다시 현금 3억, 보증보험증권 12억 등 총 15억 원의 공탁을 걸고 항소했다. 고등법원은 1심 판결이 정당하다며 ‘기각’ 판결을 내렸다.

이후 양평동측은 대법원 항소를 포기했다. 서대문측은 건물 매각이 지연되면서 발생한 손해 6억여 원을 공탁금에서 지불하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양평동측이 이를 거부하면서 다시 소송전으로 번졌다. 관련 소송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공탁금 30억 원은 여전히 묶여 있다.

기하성 두 교단이 소송전을 벌인 이유는 무엇일까. 양 교단은 교단 상표권을 두고도 분쟁을 벌였다. 정통성을 둘러싼 자존심을 사회법으로 판단 받으려 한 것이다. 또 기하성 산하 개별 교회들이 재단법인 이사회를 상대로 재산 환원 소송을 제기했다.

서대문측이 정통성, 재산 권리와 관련한 판결에서 대부분 승소했다. 사회법으로부터 교단 정통성을 인정받은 셈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수십억 원 대의 비용을 지출해야만 했다. 100여 건의 소송을 치루면서 지출된 천문학적 소송비용은 양평동측도 마찬가지다. 결국 두 교단의 소송전을 통해 이득을 본 것은 로펌과 변호사들 뿐이다.

과연 이 소송비용은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 부채가 200억 원 이상인 서대문측이 교단 재산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 것은 한계가 있다. 서대문측 한 관계자는 “결국 교단 소속 큰 교회들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귀띔했다.

상황은 양평동측도 마찬가지다. 지난 2009년 5월 열린 총회 회계 보고서에 따르면 양평동측은 모 대형 교회로부터 수억 원의 재정을 차용해 사용했다. 상회비로는 재판 비용 또는 교단 운영비용을 감당할 수 없었고, 자금력을 가진 한 교회 재정으로 부족분을 충당한 것이다.

대부분 교단의 상회비는 교회 성도수를 기준으로 책정된다. 교회 재정은 물론 성도들의 십일조를 비롯한 각종 헌금을 통해 모아진다.

교단 정치의 실패로 인한 교단 분열이 정통성을 둘러싼 각종 소송과 분쟁으로 번졌고, 그 승자 없는 전쟁은 고스란히 무고한 성도들의 헌금을 축내는 결과를 가져왔다.

문제는 아직도 두 교단의 소송이 끝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교계 한 관계자는 “두 교단의 소송이 계속 파상되면 200건이 넘어갈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30여 억 원으로 알려진 기하성 관련 서대문측 소송비용이 배로 늘어날 수 있으며, 두 교단 소송비용을 합하면 100억 원을 훌쩍 넘길 것”이라고 말했다.

소송에 매몰된 교단은 기하성 뿐만이 아니다.

기독교대한감리회도 감독회장 자리를 둘러싸고 지난 2008년 8월 ‘후보자등록 효력정지 가처분’ 소송부터 최근 결과가 나온 감독회장 재선거 무효소송까지 민·형사 소송이 40건을 상회한다.

# 수백억대 소송 교회 ‘먹칠’
지난 2008년 9월 감리교 감독회장 선거에 출마한 김국도 목사(임마누엘교회)의 피선거권 논란이 사건의 발단이다. 사회법으로 처벌을 받은 이력이 있는 김 목사에게 감독회장 후보 자격이 있는지를 놓고 교단 내에서 치열한 공방이 벌어진 것이다.

교단 선거관리위원회는 김국도 목사의 피선거권을 인정했다. 하지만 교단법인 ‘교리와 장정’ 유권해석위원회는 김 목사의 피선거권을 인정하지 않았다. 교단 내 두 기구의 입장이 충돌하면서 조정 능력을 상실하자, 다른 세 감독회장 후보들이 기독교대한감리회를 상대로 ‘후보자 등록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그리고 선거 이틀 전인 23일 법원은 ‘김국도를 후보자로 등록한 결정의 효력을 정지한다’고 결정했다.

결정 직후 당시 신경하 감독회장과 감리교 본부는 김 목사의 후보자격이 정지됐음을 알리고 투표를 진행했다. 그러나 감리교 선관위는 법원의 판결을 무시하고 김국도 목사의 후보 자격을 인정한 채 투표를 진행했다. 김국도 목사는 44%의 지지를 얻었지만, 감리교 본부는 ‘김 목사는 후보 자격이 없다’며 고수철 목사에게 당선증을 수여했다.

감리교 소송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이후 한 번의 재선거가 있었다. 그리고 감독회장 직무대행이 파송됐다. 재판 결과가 뒤집히기도 했다. 법원이 오락가락해 사태가 장기화됐다는 비판도 나왔다. 사회법으로부터의 판결을 호소한 이후 교회법의 권위는 여지없이 무너졌다.

감리교 본부와 김국도 목사를 비롯한 소송 당사자들은 각자의 로펌을 통해 적극 변호했다. 본부와 고수철 목사, 강흥복 목사, 김국도 목사, 신기식 목사 등을 포함할 경우 40여 건의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감리교는 미루어 짐작해도 수억 원의 비용 지출이 예상된다. 일부 소송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감리교 재판 비용도 결국 성도들의 소중한 헌금에서 나온 것이다.

교계 연합기관들도 교권을 놓고 자정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도 총회 파행 이후 사회법을 통해 실마리를 풀어가고 있다. 연합기관인 찬송가공회도 교단의 허가를 받지 않고 법인을 설립해 반발을 샀다. 이후 찬송가공회는 사태 해결을 위한 교단과의 대화는 하지 않고 소송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 하고 있다.

교단과 연합기관 등 규모가 큰 교회에서만 소송전이 벌어지는 것은 아니다. 개 교회에서도 소송을 진행하는 경우가 점차 많아지고 있다.

한국기독교화해중재원 사무처장 유재수 장로는 “한 해에 100건 가량의 분쟁 사례가 접수되고 있다”고 밝혔다. 중재원의 중재 판정은 법원의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중재원 설립 후 지난 3년간 조정이 이뤄진 건수는 다섯 손가락 안에 꼽는다. 60여 명의 변호사와 50여 명의 조정위원이 무료로 사비를 털어 봉사하고 있지만 합의나 조정에까지 이르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의뢰가 들어와도 다시 법정으로 가게 되는 경우가 더 많은 상황이다.

유 장로는 재판 비용으로 빠져나가는 교회 헌금이 상상을 초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재판 한 건당 소송비용은 적게 잡아도 최소 500만 원, 천만 원 선이다. 복잡하고 어려운 소송, 대형로펌을 끼고 벌이는 소송은 몇 천만원이 드는 경우도 있다”고 밝히고 “이런 교회 관련 분쟁이 한해 수백 건에 달한다. 정확히 추정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소송비용으로 빠져나가는 헌금이 수백억 원이 된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이어 “교회 관련 분쟁을 화해중재원을 통해 해결하면 엄청난 재정을 미자립 교회 지원, 선교 등 다른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사회법에서 교회 치부가 드러나면 결국 교회 이미지에 타격이 온다. 이는 소송비용으로 인한 피해보다 더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 소송비용 회계처리 문제
교회의 소송 관련 쟁점은 또 있다. 교회 관련 소송비용을 개인이 부담할 것인지, 교단 및 단체가 부담할 것인지에 대한 기준이 분명하지 않다. 모 교단의 경우 소송주체가 개인인지, 교단인지에 따라 지출 여부를 결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소송주체가 개인으로 국한돼 있더라도 교단 및 단체의 지도부에 있는 인사가 업무와 관련해서 벌어진 소송의 경우 그 경계가 모호한 것이 현실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교단 내 정치력에 따라 소송비용 지출 여부가 결정되기도 한다. 소송과 관련한 재정 사용 기준이 불명확하다보니 한 교단 안에서 두 주체가 소송을 벌이고 소송비용을 고스란히 교단 재정에서 지출하는 경우도 있다.

또 한 가지는 ‘성공보수’ 문제다. 소송에서 이긴 후 변호사에게 지급되는 성공보수는 소송당사자와 변호사 사이의 계약에 의해 결정된다. 재판 후 성공보수가 언제 어떻게 지급했는지 정확히 알기는 쉽지 않다. 총회에서 이를 보고하는 교단 및 단체도 없다. 불투명한 성공보수 지급은 또 다른 재정 전용 의혹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물론 꼭 필요한 소송도 있다. 총신대 신대원 교수들은 주요 교단과 기관에서 이단으로 규정한 평강제일교회 측과 지난 6년간 명예훼손 법적 다툼을 벌여 최종 승소했다.

특히 이번 판결은 한국 교회 이단 문제와 관련해, 이단 비판과 연구에 대해 학문적인 자유와 종교적인 자유를 최대한 보장했다는 면에서 의미 있는 판결로 해석되고 있다. 특히 이단 비판도 종교 자유의 한 부분이며, 소송을 통해 이단 시비를 봉쇄하려는 이단들의 전략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마땅히 의미 있는 이 재판을 진행한 총신대 교수 19명은 교단의 지원을 받지 못했다. 해당 교수들이 발로 뛰며 뜻있는 교회로부터 소송비용을 모금해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송비용을 교단이 부담한다는 결의가 있었지만 정치적 이유로 외면당했다. 정작 중요한 소송은 교수들의 사비로 채워졌다.

교계 분쟁의 원인에 대해 김영훈 한국교회법연구원장은 “일반 성도보다는 지도급에 있는 목회자와 장로들이 하나님의 법과 정당한 국가법 그리고 원칙을 지키지 않는 데 있다”며 “세상의 빛과 소금의 역할은 하나님의 법과 정당한 국가법을 지키는 것에서 시작된다”고 지적했다. 

성도들의 땀과 정성이 담긴 헌금은 정말 필요한 곳에 소중하게 쓰여야 한다. 투명하기 드러나지 않는 지하자금처럼 운영되는 헌금은 하나님의 영광을 가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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