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에 매인 종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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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에 매인 종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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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1.05.18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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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돈 교수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얼마 전 한 일간지에 목회자들이 성경 본문의 말씀을, 그리고 복음의 본질을 설교해야 할 것이라는 칼럼을 쓴 적이 있다.

요즘 청년들의 말이 설교자들이 성경은 이야기하지 않고 다른 이야기들만 나열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하는 이야기가 목사들이 성경만 이야기해 주었으면 한다는 것이다. 아주 당연한 이야기인 것 같지만 스스로 돌아보면 설교자들이 성경의 이야기만 하면 교인들이 지루해 할까봐, 그리고 비현실적이라고 할까봐 다양한 예화와 적용의 이야기들을 성경본문에 대한 풀이보다 더 많이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거기에 더해서 목사가 연예인처럼 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설교를 전할 때 목사들을 보면 여느 연예인 못지않은 다양한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개그맨처럼 되어서 본문에는 관심이 없고 설교 중에 어떡하면 웃길까만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더 심각하게 반응하는 문제는 설교 중에 나타나는 이념이나 정치에 관한 문제들이다.  요즘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이러한 설교에 대해서 교인들이 마음에 부담을 느끼고 목회자들에게 실망하고 있다는 사례가 많다.

그런데 이러한 문제가 단지 개신교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이러한 칼럼이 나간 이후에 뜻밖에 다양한 반응이 들어왔다. 그 중 가장 마음에 와 닿았던 것은 한 천주교 신자의 반응이었다. 칼럼에 대해서 전적인 동의를 표하면서 성당에서도 요즘 4대강사업에 대해서 반대가 심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성당에 가면 신부나 수녀들이 4대강사업에 대한 반대의견을 쉼 없이 내어놓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요즘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어보면 절에 다니는 친구들도 비슷한 경험들을 하고 있다고 한다. 산에 있는 절을 찾아가는 이유는 평안을 얻기 위함인데 절을 올라가는 길에 4대강반대나 현 정부에 대한 비판적인 현수막들이 곳곳에 붙어 있어서 지금 자신이 절에 올라가는 것인지, 무슨 전당대회에 참여하러 가는 것인지 구분이 안 간다는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들어보면 대한민국의 종교계가 모두 과거와 달리 정치나 이념문제에 대해 너무 민감하고, 또 현실적으로 너무 깊이 참여되어 있다는 것을 느낄 수가 있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이것은 성직자들이 너무 뒤늦게 현실을 깨달은 결과라고 본다. 세상 돌아가는 것에 대해서 무심하게 대처하고 있다가 정치가 오히려 사람들에게서 잊혀져 갈 즈음에서야 성직자들이 이념이니 정치니 하면서 나타났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 깨달은 이야기를 자신들의 소통의 공간인 설교나 강론, 또는 설법에서 표현하고 주장하거나, 심지어 종교적 공간 안에서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자신들만 깨닫거나 의식이 성장한 것이 아니라 교인들도 의식이 성장했다는 점이다. 이미 이들은 다양한 통로를 통해서 정보를 얻고, 자신의 생각도 이미 정리하여 입장이 명확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성직자들이 자신의 의견을 종교적 진리인 양, 절대적 선인 양 자신들의 공간에서 강력하게 이야기해도 이들에 의해 받아들여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반대에 부딪히고 논쟁이나 분란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이러한 갈등은 현재 개신교뿐만 아니라 성직자에 대한 절대복종을 이야기하는 천주교나 불교에서도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런 상황을 보면서 현재 대한민국에서 종교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에 대한 생각도 해 보게 된다. 각각의 종교가 정치적 입장이 갈려서 다투고 국가의 분란에 한몫을 한다면 이 사회에서 종교의 기능에 대한 의문이 들 수밖에 없는 것이다. 투사(鬪士)가 된 성직자, 정치화된 성직자라는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이미지들이 대한민국에서 자연스러워진 것은 분명 왜곡된 현실이라고 할 수 있다.

설교는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는 시간이다. 그러나 그것은 오늘을 사는 현대인들에게 전하게 되는 말씀이다. 그래서 적용점을 찾고 성도들의 삶이 묻어나는 것이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지나쳐서 정치적 선동이 되거나, 연예 프로그램이 되어버리는 왜곡이 생겨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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