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년칭원법 제도
시삭이 왜 팔레스틴 지역에 무력 공격을 감행했는가 하는 것에 대한 구체적인 대답을 제시할 수 없다. 유다는 이 전쟁의 영향을 덜 받았다. 왜냐하면 르호보암이 성전과 왕궁의 보물들을 시삭에게 넘겨줌으로써 예루살렘은 온전할 수 있었다.
고고학적으로 시삭의 침략으로 인하여 파괴된 흔적을 찾을 수 있는 도시들이 있다. 즉, 딤나(Tel Batash, IV층), 게셀(VIII층), 텔 엘-마자르(Tel el- Mazar), 텔 엘-하마(Tell el-Hama), 텔 엘-사이디에(Tell el Sa‘idiyeh), 므깃도(IVB-VA층), 텔 아부 하왐(Tell Abu Hawam III층), 텔 메보라흐(Tel Mevorakh VII층), 텔 미칼(Tel Michal), 그리고 텔 카시레(Tell Qasile VIII층)이다.
시삭의 침략을 받은 후 르호보암은 유다를 강화하고 요새화하는데 몇 년을 보냈다. 르호보암은 베들레헴, 에담, 드고아, 벧술, 소고, 아둘람, 가드와 마레사, 십, 아도라임, 라기스, 아세가, 소라, 아얄론 그리고 헤브론 등 대부분 쉐펠라 지역이나 유다 산지에 위치한 도시들을 축성하였다(대하 11:5-10).
이들은 예루살렘으로 진입하는 길목에 위치한 도시들이다. 이 도시 목록에는 유다의 북쪽 지역에 관한 언급이 없을 뿐만 아니라 유다 왕국 남쪽의 중요한 게셀이나 브엘세바 등이 생략되어 있기 때문에 이 목록이 르호보암 시대의 유다 영토를 나타내는 것은 아니다.
이 도시들에 양식과 기름과 포도주를 비축했다고 해서 적의 침략을 막기 위한 군사 도시라기보다는 유다 왕국의 내적인 안정을 유지하기 위한 군사행정중심도시로 이해할 수 있다. 르호보암은 자주적인 왕국을 세우려고 노력하였으나, 백성들에게는 무거운 짐을 지웠다(대하 11:5-10).
열왕기상 15:29에 의하면 르호보암의 사적이 유다 왕 역대지략에 기록되었다고 기록하고 있지만 그러나 유다 왕 역대지략이 어떤 내용인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연대기의 형식일 것으로 추정한다.
30절에는 르호보암과 여로보암 사이에 전쟁이 있음을 기록하고 있다. 31절에서는 르호보암 뒤를 이어 아비얌이 왕이 되었으며, 르호보암은 다윗 성에 장사되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열왕기상 15:1-8절은 르호보암의 뒤를 이은 유다 왕 아비얌(Abijam)의 업적에 대하여 기록하고 있으며, 역대하 13:1-14:1에도 기록되어 있다. 이 기록은 열왕기서에 기록된 왕들의 업적을 기록하는 전형적인 형식으로 기록하고 있다.
1절에 의하면 아비얌의 즉위 연대는 느밧의 아들 여로보암 통치 18년에 즉위하였음을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이 구절은 열왕기상 14:21절의 르호보암의 즉위와 그의 사망에 관한 기록을 함께 생각한다면 아비얌은 르호보암이 죽은 후 새해까지 기다렸다가 즉위하였음을 알 수 있다. 왜냐하면 르호보암은 41세에 즉위하여(왕상 14:21) 17년을 통치하였다. 따라서 그는 58세에 사망하였다.
그런데 르호보암 통치 17년은 여로보암 통치 17년과 동일하다. 따라서 아비얌은 르호보암이 죽은 해 즉, 여로보암 통치 17년에 즉위하지 않고, 18년째 해에 즉위하였다는 것은 아비얌은 아버지 르호보암이 죽은 후 새해까지 기다렸다가 즉위하였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러한 제도를 유년칭원법(踰年稱元法)이라고 한다. 즉, 새 왕의 즉위년은 전왕의 통치 해수로 포함하고, 새 왕의 즉위 원년은 새해부터 계산하는 방식이다. 이와 달리 새 왕이 즉위한 그날부터 즉위년을 계산하는 방식을 유월칭원법(踰月稱元法) 혹은 즉위칭원법(卽位稱元法)이라고 부른다. 메소포타미아에서는 유년칭원법을 사용하며, 왕이 즉위한 해를 특별히 즉위년(Accessional Year)이라고 부른다. 열왕기상 15:1절은 유년칭원법의 흔적을 보여주고 있다.
2절에서는 아비얌의 통치 기간이 3년이며 그의 수도가 예루살렘이었고, 그의 어머니는 아비살롬의 딸 마아가(Maacha)였다고 기록하고 있다. 열왕기상 15:2절의 마아가에 관한 기록이 이해하기 가장 어려운 부분이다.
김영진 교수(연세대 연합신대원 구약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