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가복음(13강) 효과적 전도에는 낚시가 아니라 그물이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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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가복음(13강) 효과적 전도에는 낚시가 아니라 그물이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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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1.01.19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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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부를 제자로 부른 까닭

네 명의 어부들은 후에 “제자”라고 불리게 된다(막 2:15). 헬라어에서 제자(마데테스, mathetes)란 “배우는 사람” 혹은 “학생”이라는 뜻이다. 2장 18절에서 우리는 요한의 제자와 바리새인들의 제자에 대하여 듣게 된다. 보통 제자란 종교 지도자들의 가르침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주님이 어부들을 부르시는 장면에서는 이들이 예수님으로부터 배우는 것에 관심이 있는지가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지 않다. 사실 여기서 주님은 가르침을 배우는 학생을 모집하는 것처럼 묘사되어 있지 않다. 왜냐하면 어부들은 주님에게 배우도록 명령받고 있지 않고, 주님을 따르도록 명령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나를 따라오라!”, 17절).

마치 이것은 왕이 어떤 일을 시키기 위해 백성을 강제하는 것과 유사하게 보인다. 이런 맥락에서 어부들은 자발적으로 주님을 따른 것이 아니라 징집된 것처럼 보인다.

따라서 그들은 단지 하나님의 나라에 대하여 알기 위하여 부름 받은 것이 아니라 왕이신 하나님을 섬김으로써 그 나라에 참여하도록 부름 받은 것이다.

어부들이 하도록 부름 받은 일은 주님의 명령 속에 포함된 약속에서 발견된다. “내가 너희로 사람 낚는 어부가 되게 하리라.”(막 1:17) 사실 예레미야서에서 이 표현은 부정적으로 기술되어 있지만(“여호와의 말씀이니라. 보라 내가 많은 어부들을 불러다가 그들을 낚게 하며…, 렘 16:16a), 여기서는 분명 매우 긍정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네 명의 어부들은 그물로 사람들을 낚을 터인데, 정죄와 심판을 위해서가 아니라 왕국에 참여시키도록 하기 위함인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한다. “낚는다”는 말은 일반적으로 낚시꾼이 낚시로 홀로 물고기를 잡는 것을 가리킨다.

그런데 주님은 여기서 그물로 물고기를 잡는 것을 말씀하신다. 물론 소형 그물은 개인들이 홀로 감당할 수 있기는 하지만, 대체로 그물 낚시는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명이 함께 참여하는 팀 사역인 것이다(참고, 눅 5:4-7; 요 21:6-8). 이런 견지에서 볼 때, 주님은 하나님의 나라에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일에 제자들이 함께 힘을 합하여 감당할 것을 분부하시는 것이다. 이처럼 효과적인 복음전도는 여럿이 함께 참여하여 짐을 나누어질 때 이뤄지는 것이다.

이 장면에서 우리는 또한 선뜻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을 만나게 된다. 주님이 어부들을 부르시자 그들은 가족들을 버리고 주님을 따라나섰기 때문이다(막 1:18, 20). 1장 30절에 의하면, 베드로는 결혼한 사람으로서 아내와 자녀들만이 아니라 심지어 장모까지도 부양해야 할 책임 있는 사람인데, 그가 그물과 배를 버리고 주님을 쫓아갔다는 사실은 인간적으로 볼 때 심각하게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야고보와 요한의 경우 역시 마찬가지로 부친의 허락도 없이 배와 아버지를 버리고 떠나는 일은 당대의 가부장적 제도 아래서는 비난 받아 마땅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러면 이 장면에서 드러난 이러한 문제를 우리는 어떻게 해석해야 옳을까? 우리는 이 사건을 문자적으로 해석하여 오늘날에도 그대로 준수되어야 할 규범으로 받아들여야 하는가? 그래서 가정과 직장과 소유를 모두 포기해야만 온전한 그리스도인이 될 수 있을까? 물론 이 문제는 획일적으로 답변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어떤 이들은 주님의 분명한 명령에 따라 모든 것을 포기하고 주님을 따를 수 있겠지만, 이것이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반드시 지켜야 할 보편 규칙은 아닌 것이다. 왜냐하면 성경은 여전히 부모 공경을 강조하고 있고, 가족을 돌보지 않는 자는 믿음을 배반한 자이며 불신자보다 더 악하다고 가르치고 있기 때문이다(딤전 5:8).

이에 대한 답을 우리는 주님의 또 다른 명령에서 발견한다. “제자 중에 또 한 사람이 이르되 주여 내가 먼저 가서 내 아버지를 장사하게 허락하옵소서. 예수께서 이르시되 죽은 자들이 그들의 죽은 자를 장사하게 하고 너는 나를 따르라 하시니라.” (마 8:21-22) 여기서 주님은 하나님 나라의 복음을 전하는 일이 세상의 그 어떤 일보다 우선적으로 감당해야 할 사명으로 말씀하신다.

이 말씀을 근거로 위 문제에 대한 답을 제시한다면, 한 마디로, 오늘의 그리스도인들은 어부 제자들처럼 문자적으로 모든 것을 포기하지 않을지언정, 삶의 모든 일에 있어서 하나님과 그 나라의 일을 우선순위로 간주하는 자세를 잃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김경진 교수<백석대 신약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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