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사역’ 포교 수단으로만 전락해서는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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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 사역’ 포교 수단으로만 전락해서는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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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0.12.22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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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광영 소장<인문정신연구소>

이주노동자, 다문화 가족, 새터민 등 소수자 및 사회적 약자에 대한 지원은 일차적으로 정부의 몫이다. 그러나 한정된 예산과 인력 등으로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법과 제도’의 개선도 도움은 되겠지만 인간의 문제는 이러한 하드웨어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민간 부분의 조력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특히 종교의 역할이 요구된다. 모든 종교는 사이비가 아닌 한 사랑과 자비를 가르친다.

빛과 소금, 사회의 목탁이라 자부한다. 아흔아홉 마리의 양보다 잃어버린 한 마리의 양에 더 관심을 둔다. 종교가 소수자, 약자에게 관심을 갖고 그들을 돕는 것은 개인의 영성 계발, 안심입명(安心立命) 못지않은 당위다. 아직 만족스런 정도는 아니지만 실제로 우리 종교계는 이주노동자, 다문화 가족, 새터민에게 도움의 손길을 뻗치고 있다.

다문화 사회에서 종교 본연의 역할은 기능적인 측면이 부작용 없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종교계는 무엇보다 우리 사회가 이미 다문화 사회에 진입했음을 일반 대중, 특히 신앙생활을 하는 종교인에게 일깨워 주어야 한다.

우리 문화를 강요하기 전에 적응하라고 닦달하기 전에 우리 스스로가 그들의 문화를 이해할 수 있도록 교육해야 한다. 그래서 다문화를 그 자체로 인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외국인들의 지적에 의하면 세계 도시 중 서울이 가장 배타적인 도시라고 한다. 동일화를 강요하는 분위기가 강하다는 것이다. 과거 이승만은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라고 하면서 동일화, 배제를 통한 정체성 확보를 자신의 권력 유지의 수단으로 삼았다.

오늘의 김지하는 “뭉치면 죽고 흩어져야 산다”고 말한다. 흩어짐, 즉 ‘틈’, ‘다름’을 인정해야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문화 소수자에 대한 편견, 멸시, 차별을 극복하는데 노력해야 한다. 우리나라에 들어와 있는 소수자들은 우리나라보다 가나한 나라 출신이 많다. 알게 모르게 이들을 얕보는 경향이 적지 않다. 과거 우리도 경제가 발전하기 전에 독일에 광부로, 간호사로 돈벌이를 하러 간 적이 있다.
밀항을 하면서까지 일본으로 떠난 적이 있다. 이것은 우리의 눈물어린 역사다. 이제 역지사지의 심정으로 이들을 대하도록 종교계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종교 본연의 목적에 충실하는 것이다. 약자에 대한 충심 어린 배려가 필요하다. 단순한 시혜가 아니라 ‘인류’라는, ‘우리의 이웃’,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생명’이라는 각성이 있어야 한다.
자신의 종교와 다른 타종교에 대한 관용과 이해도 필요하다. ‘종교 백화점’이라 불릴 정도로 다종교 사회인 우리나라는 그래도 다른 나라의 종교분쟁에 비하면 평화로운 편이다.

그러나 일부 종교의 배타성은 점점 위험 수준으로 향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특히 다문화 가족에 대한 지원활동을 하는 종교 단체들이 자신의 종교와 다른 소수 종교를 배척하거나 개종을 강요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종교 간의 상호 존중과 포용, 평화가 전제되지 않으면 소수자에 대한 종교계의 지원은 선교 내지는 포교를 위한 또 다른 수단으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그러면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하게 될 것이다.

이주노동자, 다문화 가족, 새터민은 우리에게 매우 소중한 존재다. 한국인이 꺼리는 직종에 노동함으로써 우리의 산업발전에 큰 도움을 준다. 인력 송출국의 입장에서도 실업률을 줄이고, 경제성장을 이루기 위한 외화벌이에 도움이 된다.

인간적인 대우, 처우 개선만 이루어진다면 모두가 윈윈(Win-Win)할 수 있다. 또 이들이 본국에 귀국했을 때 민간외교사절로서 우리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우리 사회의 다문화 소수자는 양날의 칼날과 같다. 우리 사회가 이들을 편견 없이, 차별 없이 우리 사회의 성원으로 따뜻하게 받아들인다면 우리에게 큰 축복이다.

만약 우리가 터무니없는 선민의식에 빠져 그들을 차별하고, 현재의 상태로 방치하면 그들이 설 땅이 없게 되고, 우리 사회는 큰 혼란과 갈등을 겪게 될 것이다.
우리의 선택에 따라 행복과 불행이 결정될 수 있다. 그만큼 종교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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