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자의 ‘희망’을 지켜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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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자의 ‘희망’을 지켜주세요.
  • 현승미 기자
  • 승인 2010.11.19 16: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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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한 실직자 인터뷰를 하게 됐다.

노숙자들의 쉼터를 제공하는 구세군 사랑방에서 지난 여름부터 그들을 위한 좀 더 실질적인 자활 프로그램을 마련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단순히 잠자리를 제공해주고, 먹거리를 제공해주는데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그들이 직업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취지였다.

기자 개인적으로도 너무 감사하고 반가운 일이었다. 날도 추워지고, 추수감사절도 돌아오고 해서 그 중 한 명을 주선 받아 만나게 됐다.

그 분에게는 감사가 넘쳐났다. 모두가 외면할 때 자신들을 위해 좋은 아이디어를 제공해 준 사랑방에 감사했다. 밖으로만 돌며 제대로 돌봐주지 못했음에도 훌륭하게 자라준 아이들을 생각하면서 감사했다. 세상과의 끈을 놓고 방황하던 자신을 다시 세상 밖으로 나오게 해준 것에 감사했다. 일할 수 있음에 감사했다.

그런데, 정작 그 분의 상황은 그리 희망적이지 못했다. 불과 한 달이 채 되기도 전에 기증받았던 장소에서 쫓겨나다시피 하며, 구세군 사랑방 앞에 자리를 잡았다.

풀빵 장사의 경우 자리가 매출의 9%이상을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맛소문은 그 다음이다. 그런데, 비록 한 평 남짓한 공간일지라도 100% 기부를 통해 장소를 제공받는 상황이기 때문에 좋은 자리를 선점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심지어 장소를 기부했던 이가 갑자기 일방적으로 자리를 빼달라고 할 경우 어떻게 손 써볼 방도조차 없다.

노숙자들을 돕기 위해 정부가 못하는 일을 한 기독교 단체가 나서서 아이디어를 마련했다. 거기에 또 다른 단체가 합세에 무상으로 기계를 제공하고, 그에 따른 제반사항까지 책임졌다. 일할 준비는 됐는데, 일할 장소가 없단다.

이제 겨우 과거의 아픔을 딛고, 희망을 꿈꾸고 있는 이들에게 다시 절망의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 서울시와 정부가 정책마련을 통해 이들에게 일할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해주는 것도 절실하지만, 한국 교회가 조금만 관심을 갖는다면 그들의 일할 수 있는 ‘행복’을, 그리고 ‘희망’을 지켜줄 수 있으리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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