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밭에 뿌린 것의 첫 열매를 거둠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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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밭에 뿌린 것의 첫 열매를 거둠이니라”
  • 공종은 기자
  • 승인 2010.11.17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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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이 말하는 추수감사

고대 이스라엘의 경우 7주에 걸쳐 곡식 추수
미국 선교사 입국 기념해 11월 셋째 주 제정

‘추수(秋收)’. ‘곡식을 거두어들이는 일’을 지칭하지만, 농경사회에서 점차 도시화되는 사회적 흐름에 밀려 추수라는 개념은 점점 희미해져 가는 단어가 됐다. 1년 동안 수고롭게 땀 흘리며 농사를 지어야 입에 넣을 수 있었던 곡식이며 과일, 채소들이 인근의 마트에서 손쉽게 구해지는 상황에서 추수에 대한 의미는 반감하기 마련이다.

그리고 11월 셋째 주, 대부분의 한국 교회에서 드려지는 ‘추수 감사 예배’ 또한 “한국적인 상황과는 맞지 않는다”는 지적은 이미 오래 전부터 있었던 일이다. “추석을 전후로 이미 추수가 끝나는 것이 농촌의 상황”이라는 이유에서다.

그도 그럴 것이 한국에서의 추수 시기와 교회에서 지키는 추수감사절이 2달여 정도의 시간적 차이가 발생한다는 현실을 감안하면, 한국적 상황에는 그 시기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은 타당성을 동반한다.

그러면 성경에도 추수감사의 절기가 등장할까. 그리고 이스라엘 사람들은 어느 때 농작물들을 수확했을까. 고대 이스라엘의 경우 ‘감람열매’는 9월 중순부터 11월 중순까지 수확했으며(신 24:20, 사 17:6), 3월과 4월에는 ‘아마’를 베어 말려 아마를 거두기도 했다(수 2:6). 중요한 식재료가 됐던 ‘밀’은 5~6월 경에, ‘무화과’와 ‘포도’, ‘석류’ 등의 여름 과일들은 8~9월 경에 각각 수확했다.

성경에서 추수를 기념하는 절기는 ‘맥추절’ 또는 ‘오순절’, ‘칠칠절’로 불리며 지켜졌다. 고대 팔레스타인의 경우 우리의 추수 풍습과는 다르게 보통 7주 정도의 기간 동안 추수를 했다. 추수의 절기가 칠칠절로 불리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이스라엘에서는 유월절 동안의 보리 추수로 시작해 오순절의 밀 추수로 추수의 절기가 끝났다. 이 절기는 추수를 기념하는 절기였으며, 하나님께서는 “맥추절을 지키라. 이는 네가 수고하여 밭에 뿌린 것의 첫 열매를 거둠이니라, 수장절을 지키라. 이는 네가 수고하여 이룬 것을 연말에 밭에서부터 거두어 저장함이니라”(출 24:16)고 친히 말씀하셨다.

또한 ‘칠칠절’이라는 말은 밀을 추수한 후 그 첫 열매를 하나님께 드리는 특별한 날을 가리키는 말로 사용됐다. 보리 수확으로 시작해서 밀 추수로 끝나는 곡물 추수의 전체 기간을 가리키는 말로도 사용됐는데, 보통 7주 정도의 기간이 소요됐다.

흔히 추수감사절로 표현되는 ‘처음 익은 열매를 드리는 날’은 민수기 28장 26절, 출애굽기 23장 16절, 34장 22절, 레위기 22장 17절 등에 잘 나타나는데, 이 절기에는 이스라엘 백성들이 처음 거두어들인 열매를 자발적으로 드렸으며, 이 기간 동안에는 안식일처럼 아무 노동도 하지 않고 쉬었다. 또한 성회로 공포되기도 했다(레 23:21, 민 28:26).

이 절기는 추수기가 완료된 것을 기뻐하고 감사드리는 명절이었는데, 이스라엘 백성들 중에서 남자들은 성전에 올라가서 여호와 하나님께 자신을 보여야 했다(신 16:16). 또한 이 절기 때에는 처음으로 낫을 댄 곡식을 모은 것을 제물로 드렸다(신 16:9).

이것은 전체 땅을 위해서 봉헌됐고, 하나님께 바치기 전에 개인적인 목적을 위해서 곡식을 거두거나 추수한 것을 사용하는 일은 엄격하게 금했다(레 23:14). 그리고 그 곡식단의 일부는 제단 위에 놓았고 나머지는 제사장이 먹었는데, 흠없는 수양을 번제로 하나님께 드렸다.

이 때는 떡 두 덩이를 만들 수 있을 정도의 곡물을 하나님께 드렸는데(레 23:17), 고운 가루에 누룩을 넣어서 구운 다음 제사장이 그 떡덩이를 모든 백성을 위해 요제로 가져갔다. 이 떡의 경우 누룩을 넣은 것이기 때문에 제단 위에는 하나도 놓지 않았고, 제사장들이 모두 먹었다.

그러면 한국 교회에서 추수감사주일을 지키게 된 것은 언제부터일까. ‘기독교대백과사전’에 의하면 1904년, ‘제4회 조선예수교장로회 공의회’에서 서경조 장로의 제의로 한국 교회에서도 감사일을 정해 지키기로 결의하면서부터다.

이때 내려진 결의는 “다른 교파 선교부와 협의해 그 날짜를 정하기로 하고, 우선은 11월 10일을 추수감사절로 정해 장로교단이 단독으로라도 지키기로 한다”는 것이었다. 이 결의 후 1914년, 각 교단 선교부의 회의를 거쳐 미국인 선교사가 처음으로 조선에 입국한 날을 기념한 11월 제3주일 후 3일인 수요일을 감사일로 정해 예배를 드리고 감사헌금을 모아 총회 전도국에 보내 전도사업에 쓰기로 하면서 본격적으로 지켜지게 됐다. 그 후에 수요일이 일요일로 변경됐으며, 매년 11월 셋째 주일을 추수감사절로 지키게 된 것이다.

그렇지만 한국적 상황에 맞는 추수감사 절기를 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고조되는 상황. “한국 농촌의 실정에 맞게 추석을 전후해서 한국 교회다운 추수감사절을 새로 지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핵심 내용이다.

이런 영향들 때문인지, 일부 교회들의 경우 11월 셋째 주를 고집하기 보다는 추석을 전후로 한 주일을 추수감사주일로 정해 예배를 드리기도 하는 등 한국적 추수감사주일을 제정해야 한다는 주장들이 서서히 설득력을 얻어 가고 있다. 또한 실질적으로도 추석과 때를 맞추어 추수감사주일 예배를 드리는 교회가 점차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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