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야기도, 교회를 성장시키는 원동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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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야기도, 교회를 성장시키는 원동력
  • 공종은 기자
  • 승인 2010.11.11 14: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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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회, 다름과 닮음 25]

‘철야(徹夜)’. ‘잠을 자지 않고 밤을 새는 것’을 말한다. 여기에 ‘기도(祈禱)’가 합쳐져 ‘철야기도’가 되면 밤을 지새우면서 잠을 자지 않고 기도하는 것을 말한다.
 
철야기도. 지금은 다소 생소한 말이 됐지만, 이 철야기도가 교회에서 한동안 환영받았던 때가 있었다. 불과 20여 년 전, 1980년대만 해도 웬만한 교회에서 ‘철야기도’를 하지 않는 교회는 없었다.

철야기도는 말 그대로 잠을 자지 않고 기도하는 것을 말한다. 대체로 교회들은 금요일 밤에서 토요일 새벽 사이에 이 철야기도를 진행했다. 별다른 이유는 없지만 금요일 다음 날이 토요일이어서 직장인들에게 그다지 큰 부담으로 작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목회자들 또한 금요일에 철야를 한 후 토요일에 쉴 수 있어 토요 철야보다는 부담감이 덜했던 것도 한 이유였다.

당시 80년대만 해도 금요일 밤 10시 경이 되면 많은 교인들이 교회로 몰려들었다. ‘기도’를 하기 위해서였다. 그때만 해도 이른바 부르짖는 ‘통성기도’가 유행처럼 번져가는 때였고 이른바 ‘소나무 한그루는 뽑아야 한다’는 우스갯소리가 회자되던 때였다. 그만큼 기도에 간절했고, 기도하는 사람들 또한 많았다.

삼각산으로 불리던 북한산에 오르면 성도들의 기도소리가 온 산골짜기에 울려 퍼지곤 했다. 삼각산 뿐 아니라 서울 인근 지역의 기도원은 금요철야 때면 전국에서 몰려든 성도들로 발 디딜 틈이 없곤 했다.

그러면 정말 철야기도였을까. 정말 한 숨도 자지 않고 기도했을까. 엄격하게 말하면 잠을 자지 않고 밤을 새우는 철야기도는 아니었다. 대부분 밤 10시 경에 시작해서 새벽 2~3시 정도면 기도회가 끝이 났다.

하지만 이것은 그야말로 공식적인 기도시간. 성도들은 철야기도가 끝나도 그 자리를 뜨지 않았다. 그래도 해야 할 기도의 제목들이 남아있어서, 자식들을 위해 한번이라도 더 기도하고 싶은 마음에 새벽예배를 드릴 때까지 기도를 하곤 했다. 그 시간에 집으로 돌아가 봐야 1시간 정도만 있으면 바로 새벽예배가 있고, ‘잠시 눈이라도 붙여야지’ 라는 생각에 눈을 붙일라치면 잠에 빠져들어 식구들의 아침밥을 챙기지 못했기 때문에 아예 밤을 새우며 기도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렇다면 철야기도는 교회의 법이 명하는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 그 어느 교단의 헌법을 들여다봐도 ‘철야기도’를 법으로 명기하고 있는 교단은 없다. ‘성도들의 신앙’에 대한 것이어서 철저하게 개 교회가 자유롭게 도입하는 교회 내 제도로 볼 수 있다.

철야기도가 있는 교회도 있고 없는 교회도 있다. 설사 철야기도가 있는 교회라고 해도 요즘은 대부분 밤 9시 정도에 시작해 12시 이전에 끝나는 경우가 많다. 그 이후의 기도는 성도가 알아서 한다.

30여 년이 흐르면서 철야기도도 많이 변했다. 당시에는 거의 기도로만 구성되던 철야기도가 이제 담임 목사가 인도하는 소규모 일일 부흥회로 바뀌거나 신앙이 독실한 기독 연예인들을 초청한 가운데 신앙 간증회로 기도회를 진행하기도 한다. 그만큼 밤을 새우며 기도하기가 힘들어 졌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이제 철야기도에 연예인들을 동원해 간증을 해야 교인들이 어느 정도 모인다는, 한편으로는 우울한 분위기이기도 하다.

하지만 철야기도는 아직 살아있고, 우리 교회를, 한국 교회를 움직이고 부흥시키는 성장원동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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