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이 원하시는 ‘제자의 삶’ 강조한 참 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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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이 원하시는 ‘제자의 삶’ 강조한 참 목자
  • 이현주 기자
  • 승인 2010.09.07 22: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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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예수’ 옥한흠 목사 하나님 곁으로 가다


일치와 갱신, 책임이라는 세 가지 화두 목회자에게 던져
‘불순종의 죄’ 지적하며 가슴 찢는 회개로 한국 교회 품어

사랑의교회 원로 옥한흠 목사가 지난 2일 하나님의 품으로 돌아갔다. 강남 한 복판에서 예수님의 제자들을 길러내며 평신도 중심의 교회를 세웠던 고 옥한흠 목사. 지난 6일 천국환송예배가 열리기까지 5일간 옥 목사의 죽음을 애도하는 성도들의 눈물은 그칠 줄 몰랐다. 내로라하는 교계 지도자들조차 그의 영정 앞에 무릎을 꿇고 “한국 교회의 큰 별이 졌다”며 애도했다. 교단 총회장을 지낸 것도 아니고 연합기관에 이름을 올린 것도 없었다. 그저 ‘사랑의교회 옥한흠’이라는 이름이 전부였다. 그러나 지금 한국 교회는 그 한 사람의 죽음을 슬퍼하고 있다. 그가 남긴 ‘제자훈련’의 철학과 ‘갱신과 일치’라는 한국 교회의 과제를 돌아보았다. <편집자 주>

영정이 놓인 서울대학병원 장례식장 1호실. 화려한 꽃장식도 찾아볼 수 없는 소박한 빈소에는 그의 평생사역을 압축해놓은 한 마디만 눈에 들어왔다. ‘주님의 신실한 제자가 되기를 원합니다’. 그것뿐이었다. 믿는 모든 이들이 예수님의 제자가 되면 이 땅은 천국과 다를 바 없었다. 그조차 ‘작은 예수’로 살아가길 원하며 약한 자의 친구로, 아픈 자의 위로로, 갇힌 자의 자유로 복음이 전해지길 소망했다.

1978년 목회를 처음 시작한 이후 ‘제자훈련’이라는 독특한 목회훈련을 도입한 옥한흠 목사는 늘 평신도와 함께하는 목회를 꿈꿨다. 목회는 목사만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생각이었다. 그는 ‘한 사람의 제자’를 길러내는 것으로 목사의 사명이 족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자신도 철저한 제자의 삶을 살아가길 원했다.

제자훈련은 마태복음 28장 18~20절 말씀에서 출발했다. 옥한흠 목사가 제자훈련이라는 비전을 세운 것은 교회가 그리스도의 제자를 만들어야 한다는 신념과 교회를 다니는 사람들이 그리스도의 제자가 되지 않으면 교회가 사회를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는 위기의식에서 비롯됐다. 제자훈련을 통해 소수의 성도들은 정예화 됐고 전 교회는 복음으로 하나가 됐다. 힘겹게 길러낸 제자들은 다시 자신의 자리에서 새로운 제자들을 만들어냈다. 제자훈련의 확산이 일어난 것이다.

제자훈련에 대한 옥한흠 목사의 열정과 소명은 투병 중에도 사그라지지 않았다. 지난 4월 데이브 도슨 ETS 총재와 만난 옥 목사는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예수님을 닮은 삶으로 이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대가 변하더라도 교회가 붙잡아야할 사명은 예수님의 명령에 따라 제자를 만드는 것입니다. 우리가 ‘작은 예수’의 모습만 갖고 있다면 어떤 시대적, 개인적 어려움이라도 극복할 수 있습니다. 예수님이 원하시는 목회는 주님의 제자를 만드는 것입니다.”

제자의 삶 이후 그의 눈에는 또 다른 과제가 들어왔다. 교회의 변화, 그리고 연합이 그것이다.

천국환송예배에서 설교를 전한 남서울은혜교회 홍정길 목사는 교갱협의 탄생에 대해 이야기 했다.

“옥 목사님이 한국 교회에 문제가 생겼다고 말했습니다. 100만 성도였을 때는 상관없었지만 1000만 그리스도인이 됐을 때 사회악은 배가되고 교회가 모든 온상의 비리가 됐다며 개탄했습니다. 한국 교회가 이래서 되겠느냐고 말씀하신 옥 목사님은 교회갱신운동을 시작하셨습니다.”

합동 내 갱신그룹으로 교회갱신을 위한 목회자협의회와 이를 더 확대한 연합 조직으로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를 창립한 옥 목사는 “주님의 마음으로 하나되지 못할 것이 없다”며 연합과 일치를 강조하며 목회 후반부를 보냈다. 그의 순전한 고민은 젊은 후배들에게 자극이 됐고, 더디더라도 ‘하나’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인내를 가르쳤다.

98년 한목협 창립대회에서 설교한 옥한흠 목사는 목회자가 관심을 가져야할 문제를 ‘일치, 갱신, 책임’의 세 가지로 요약했다. 겸손한 자리에 내려앉아 성서에 근거한 신앙고백의 기초 위에서 서로 용납하고 배우는 자세를 회복하는 ‘일치’와 알게 모르게 세속주의에 오염되어 버린 교회를 정화시키는 ‘갱신’과 양적 성장에 매달리다 본의 아니게 등한히 다루었던 교회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했다.

회개의 부르짖음을 들어야할 사람은 ‘종교 지도자’요, ‘목회자’여야 한다는 말은 어쩌면 그 자신에게 끊임없이 되새기는 자극이었을 것이다.

2004년 원로 목사로 목회일선에서 한 걸음 물러난 후 ‘회개’에 대한 그의 강요는 더 집요해졌다. 아무도 섣불리 ‘회개’를 말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그는 가슴 찢는 회개가 목회자로부터 일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도들에게 듣기 좋은 말만 해주는 목회자의 잘못에 한국 교회가 함정에 빠졌습니다. 주일예배 참석자수로 목회의 성공을 따지는 물량주의에 젖었기 때문에 목회자들의 설교를 듣기 좋은 것에만 머물렀습니다. 이는 하나님의 명령에 불순종해도 회개할 줄 모르는 간 큰 예배자를 양산하고 말았어요. 목회자가 한국 교회의 병폐를 유발했으니 목회자가 먼저 본질로 돌아가 사람을 세상에서 구원해 예수 그리스도를 닮는 제자를 만들어야 합니다.”

돌이켜 보면 그가 남긴 한 마디 한 마디는 한국 교회에 가시처럼 남아있다. 한 없이 흠이 많은 사람이라 이름이 ‘옥한흠’이라고 말했던 그는 한국 교회의 흠을 자신의 흠으로 안고 눈물로 회개하며 하나님 앞에 무릎을 꿇었던 진실한 목회자였다. 그래서 그의 죽음에 아직도 많은 이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는 것이다. 아무도 회개를 외치지 않은 시대에 그만이 “잘 못했다” 죄를 시인했기 때문이다.

옥한흠 목사는 떠났다. 남은 것은 제자훈련과 교회갱신. 그의 장남 옥성호씨는 “이제 하나님의 뜻을 알았다”며 “작은 예수가 되라는 아버지의 그 정신을 작게는 나에게, 크게는 한국 교회에 살리길 원하신 것 같다”며 하나님의 부르심을 해석했다.

눈물을 참으며 주일예배를 인도한 오정현 목사도 제자의 삶을 약속했다. “목사님의 고통은 우리의 기도가 되었고, 기도는 사랑의교회를 하나로 묶는 은혜의 삼겹줄이 되었습니다. 우리는 목사님을 위해 기도드렸지만, 목사님은 떠나시는 순간까지 기도의 제물이 되어 우리를 하나 되게 하는 거룩한 희생이 되었습니다. 언제나 저희들에게 예수님의 작은 제자가 되라고 말씀하셨던 목사님, 그 가르침을 가슴 깊이 받아 저희들은 예수님의 신실한 제자가 되겠습니다.”

한 알의 밀알은 썩어지겠지만 그가 뿌린 제자훈련의 씨앗은 한국 교회를 살리고, 한국 사회를 변화시키고, 세계를 일으키는 수백 수천의 열매로 맺어질 것을 의심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제자의 길’을 다짐한 벗과 후배 그리고 성도들이 그의 뒤를 따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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