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뚤어진 벽돌 두개
상태바
삐뚤어진 벽돌 두개
  • 운영자
  • 승인 2010.08.18 14: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경인 목사<예장 통합 기획국장>

옛날 어느 수도원에서 수도사 한분이 매우 공을 들여서 수도원의 한 벽을 쌓아올렸습니다. 약 1000개의 벽돌을 차근차근 쌓아올렸습니다.
그런데 벽을 다 쌓은 후 멀찍이 떨어져 살펴보니 그만 두 개의 벽돌이 약간 삐뚤어져 있는 것을 발견한 것입니다. 그 순간 이 수도사는 자신이 쌓은 벽을 아주 부끄러워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후 수도원이 완성되고 많은 신도들이 수도원을 둘러보게 되었을 때 이 수도사는 언제나 자신이 쌓은 벽을 빙 둘러 가곤 했습니다.

어느 날, 한 신도가 수도사가 배우 부끄럽게 여기는 그 벽 앞에서 “아 참, 멋진 벽을 쌓으셨네요!” 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이 수도사는 깜짝 놀라며 이렇게 되물었습니다.
“혹시 저기, 삐뚤게 쌓은 두 개의 벽돌이 보이지 않으시나요?” 그 사람은 대답합니다. “네, 보입니다. 그렇지만 그 두 개의 벽돌 외에는 나머지 모든 벽돌들이 꽤 아름답게 똑바르게 쌓여있는걸요. 이 벽은 참 아름답습니다.”

비뚤어진 두 개의 벽돌 때문에 나머지 아름답게 쌓여 있는 벽돌들이 만들어낸 벽 전체를 전혀 거들떠보지도 않는다거나 부셔버린다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지요. 삐뚤어진 벽돌 두 개마저도 포용하는 마음가짐과 눈이 우리에게는 필요한 일이 아닐까요.

지난 주일 저는 서울 광장에 나갔습니다. 한국교회 8.15 대성회에 참석하기 위해 갔습니다. 그 전날 밤에 천둥치며 오던 비가 말끔히 개었습니다.

그러나 날씨는 몹시 후텁지근했습니다. 지하철 시청역부터 무대 앞까지 걷는 동안 땀이 줄줄 흘러 내렸습니다. 나이 지긋하신 성도님들로부터 어린아이의 손을 잡은 젊은 부부들, 젊은이들이 광장을 꽉 채우고 광화문에서 남대문 쪽까지를 채워가고 있었습니다. 근래에 보기 드문 대형 집회의 모습이었습니다.
뙤약볕이 내려 쪼이는 차도 위에 돗자리를 깔고 자리 잡고 앉으시는 교인들의 모습에 이미 큰 은혜를 받는 순간이었습니다.

혹시 너무 햇볕이 뜨거워 한 시간쯤 후에는 서서히 인파가 빠져나가지 않을까 염려했던 저를 부끄럽게 만드는 끝까지 함께 기도하고 함께 찬양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연세 높으신 권사님들, 혹시 탈수되시지는 않을까 하는 염려도 믿음이 약한 소치였습니다.

세 시간에 걸친 예배와 프로그램들은 60여명의 순서자로 채워졌습니다. 다섯 번의 설교와 합심기도, 찬양이 이어졌습니다.

받은 은혜도 컸으나 꼭 이렇게 목사님들이 차례로 단 위에 나와 저렇게 순서를 많이 만들어 맡으셨어야 했을까 하는 반성도 있었습니다. 너무 보여주려는 행사가 아닌가 하는 회개도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앞에 내건 제목과 목적에는 한국 교회의 연합을 내세우면서도 결국은 우리 교회 목사님이 순서 맡으셨으니 자리를 지켜야 한다는 개교회 주의는 한층 선명하게 보였습니다.

삐뚤어진 두 개의 벽돌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모든 반성과 회개는 목사 된 자로 한국교회가 쌓은 벽에 흠이 없기를 바라는 완벽주의의 교만이었습니다.
교인들의 참여와 인내로 2010년 8월 15일 한국 교회는 또 한 번 아름다운 하나님의 집에 모퉁이 하나를 쌓아 올렸습니다.

설사 그 건축의 일부, 두 개의 삐뚤어진 벽돌이 섞여 있다고 할지라도 나머지 벽돌들이 만들어낸 기도와 찬양의 조화는 나무랄 데 없이 아름다운 결과로 우리들의 영혼에 깊이 자리했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