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균형과 소통을 바라는 민심 작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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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 균형과 소통을 바라는 민심 작용
  • 최창민 기자
  • 승인 2010.06.03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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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계 "정부의 국정운영 기조 변화 요구 컸다"

민심은 정부와 여당을 심판했다. 지난 2일 실시된 지방자치 선거에서 반영된 민심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다. 서울과 경기에서 간신히 승리했지만, 전통적인 여당 지지층인 인천과 강원, 경남에서 패배했다. 또 세종시 문제가 이슈였던 중부권인 충청지역에서도 야당에게 자리를 내줬다. 지방권력의 교체가 이뤄진 것이다.

천안함 침몰 사고와 대응,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주기 등 굵직한 이슈는 물론이고, 무상급식, 4대강 사업, 세종시 문제, 야권단일화, 민주주의 후퇴, 남북관계 악화 등 다양한 선거 변수들이 작용한 이번 선거는 그 어느 때보다 높은 투표율과 함께 박빙의 승부가 펼쳐졌다.

선거 결과에 대해 한국복음주의협의회 회장 김명혁 목사는 “우리 사회가 갈등과 대결, 분노로 치닫고 있는 것은 아주 불행한 일이고 가장 심각한 문제”라며 “균형과 소통을 바라는 민심이 작용됐다”고 평가했다.

특히 야당이 승리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것에 대해 김 목사는 “그동안 여당이 너무 자만했고 독주하려 했던 면이 있다. 겸손하게 다른 사람들의 장점도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야당도 자만하지 말고 여당을 비판만하지 말고 격려하는 자세도 취하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정부 여당의 국정운영 방식에 대한 반발 여론이 작용했다는 분석도 있다. 진보적 성향의 단체인 전국목회자정의평화협의회는 논평을 통해 “폭주기관차처럼 달려온 현 정부에게 국민의 뜻이 어떠한가를 분명히 보여주었다”고 평가하고 “이런 국민의 뜻을 받들어 국가를 분열로 몰고 가는 4대강 죽이기 사업과 전쟁 놀음을 중단하고 국민 통합을 위해 온 힘을 쏟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수 성향의 기독교사회책임 공동대표 서경석 목사는 “이명박 정권에 대한 탄핵이었다”고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이어 “이번 선거 결과를 선거 기술상의 전략, 정치 공학적인 잘못으로 해석하면 안된다”며 “왜 이런 결과를 가져왔는지를 현 정부와 대통령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 목사는 “현 정부가 큰 틀에서 바른길을 가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국정운영 방식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이 터져 나왔다. 그동안 시민사회에 대한 무시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시민사회의 소리는 안중에도 없고 일방적인 홍보로 국민을 이끌어왔다. 이 때문에 진정한 의미의 협력세력을 확보하지 못했다”며 “사람들을 설득하고 소통하고 공감하는 데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교계에서는 정부 정책 기조의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 권오성 목사는 “광역, 기초 단체장을 불문하고 반한나라당 성향의 의사를 국민들이 전국에서 투표로 표현했다”며 “이는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 세종시 수정, 남북 관계 구도의 변화, 일방적 국정 운영, 다른 의견에 대한 소통 부재 등에 대해서 국민들이 준엄하게 경고를 내린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현 정부는 선거 결과에서 나타난 국민들의 뜻을 감안해 4댁아 사업, 세종시 건설, 남북관계 등에 대해 정부 주도로 강행하지 말고, 국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하고 “다른 의견을 가진 종교, 시민 사회 단체, 국민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소통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밝혔다.

여당의 패배에도 불구하고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이광선 목사는 “이번 선거가 논란도 많았지만, 천안함 사태 등 국가 안보의 위기에 대응했던 정부의 좋은 결정은 지지했던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어 “당선된 사람들도 자만하지 말고 국민들의 뜻을 겸손하게 헤아리는 정치를 하길 바란다”며 “한국 교회가 예언자적 소리를 내서 바로 가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 교회는 기도로 계속 한국 사회를 위해 후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선거를 계기로 국민 통합과 화합의 정치를 보여줘야 한다는 조언도 있다. 김명혁 목사는 “천안함 사건 이후 한국 사회뿐만 아니라 기독교를 비롯한 종교계도 너무 대결적인 자세를 취해왔다. 진보와 보수로 갈려져 대결하는 우리 스스로를 자성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이번 선거를 남북 화해의 기회로 삼고 민심을 끌어안아 사회가 평화를 이루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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