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적인 자살은 극단적인 저항이자 교만적인 행위이다."
한국정교회 선교 110주년을 맞아 지난달 29일 서울 마포구 성 니콜라스 대성당에서 열린 국제 심포지엄에서 종교학자 페리 하말리스 교수(노스센트럴대학)는 “자살은 하나님이 주신 삶을 거부하고 지키지 못한 행위이자 절망의 표현으로, 살인하지 말라는 여섯째 계명을 어기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나 페리 교수는 “그리스도 안에서 신앙으로 살아가는 자에게만 죽음은 진정한 친구가 된다”며 “죽음은 타락한 현세에서 인간이 겪는 고통을 끝내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리스도의 구원에 대한 약속과 부활에 이르는 길인 죽음은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내리시는 선물”이라며 “그리스도를 받아들이고 그를 따를 때 죽음은 실제로 긍정적인 것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에서 높은 자살률에 대해서 크게 우려했다. 페리 교수는 “한국인이 직장을 잃거나 빚을 지거나 혹은 대학입시에 실패했을 때 자살을 ‘최선의 선택’으로 생각하고 있었다”고 지적하고 “자살은 보통 생리적 현상에 근거한 우울증 때문에 발생하는데, 한국인들이 임상적 우울증이 아닌 다른 이유들로 자살을 선택한다는 것에서 매우 놀랐다”고 말했다.
그는 “부끄러움이나 곤경을 벗어나기 위해 의도적으로 자살을 선택하는 자는 육체뿐만 아니라 영혼까지도 죽음으로 내모는 것”이라며 “자발적으로 자살을 저지르는 사람은 죽음의 본질과 신성한 형상으로 창조된 인간의 본질을 너무나도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국 사회의 높은 자살률에 대한 교회의 행동도 촉구했다. 그는 “무섭게 증가하고 있는 자살률은 교회가 행동에 나서야 함을 의미한다”며 “누군가 직장을 잃거나 대학입시에 실패했다면 교회는 그들을 돕기 위해 나서야 한다. 삶에서 고통 받고 좌절하는 이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가진 것을 나눠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리스도의 몸으로서 우리는 현세에서 그리스도의 일을 이행해야 할 책임이 있다”며 “고립되고 부끄러워하고 상을 당한 사람들을 위해 사랑을 베푸는 든든한 존재가 되어야 한다. 이를 통해 우리는 부활에 함께하게 되고 하나님의 구원사역에 동참하게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