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지원 중단 위기, 교회는 흔들리지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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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지원 중단 위기, 교회는 흔들리지 말아야”
  • 최창민 기자
  • 승인 2010.05.28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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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진단 - 천안함 이후 대북지원 어떻게 되나

남북관계가 벼랑 끝까지 내몰리고 있다. 천안함 침몰과 조사결과 발표 이후 남과 북이 강대 강 조치들을 쏟아내면서 대결 국면이 강화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민간 대북지원 단체들의 속이 타들어가고 있다. 이명박 정부 이후 지지부진했지만, 명맥을 유지했던 일부 대북지원마저도 중단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 지난 3월 25일 서해에서 침몰한 천안함의 사고 원인에 대한 조사결과 발표 이후 남북관계가 극심한 대립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 천안함 이후 남북 관계 벼랑 끝으로

지난 20일 민군합동조사단은 “천안함 침몰이 북한에 의한 어뢰 공격”이라는 내용을 담은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나흘 후인 지난 24일 이명박 대통령은 특별담화문을 통해 대북 재제조치 발표와 함께 국제 공조를 통한 대북 압박을 공언했다. 이후 남북관계가 급속도로 냉각되고 있다.

이 대통령은 “한반도 정세가 중대한 전환점을 맞고 있다”며 “북한은 자신의 행위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며 북한의 책임을 묻기 위한 강력한 대북 재제 조치를 취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와 함께 북한 선박의 해상통로 이용 금지, 남북 간 교역과 교류 중단, 국제사회와의 공조를 통한 대북 압박을 선언했다. 다만 인도적 차원에서 북한의 영유아에 대한 지원은 유지하고, 개성공단도 특수성을 감안해 검토하겠다고 밝혀, 이 부분에 대한 교류협력은 여지를 남겼다.

조사 발표 당일 북한은 천안함 침몰과 무관함을 주장하며 검열단 파견을 통보했다.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다음날 성명을 통해 현 사태를 전쟁국면으로 간주한다고 선언한데 이어 25일에는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 성명을 통해 “북한은 남측과 모든 관계를 단절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 남북관계 전면 폐쇄 △ 남북 불가침 합의 전면 파기 △ 남북협력사업 전면 중단 등의 조치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또 27일 북한의 조선인민군 총참모부는 “북남협력교류와 관련하여 우리 군대가 이행하게 돼있는 모든 군사적 보장조치들을 전면 철회하겠다”고 선언했다.

# 민간 대북지원 마저도 중단 위기

이처럼 남과 북의 강대 강 대결 국면이 고조되고 있지만 북한은 여전히 민간차원의 인도적 지원은 계속되길 원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지난 17일 개성에서 북한 조선그리스도교련맹(이하 조그련)과 만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관계자는 “대북 압박이 필요하더라도 인도적 지원의 길은 열어놓고 해야 한다”며 “북한은 인도적 지원을 계속 원하고 있고, 남한 교회가 보내는 물품에 대해 감사의 뜻을 전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밀가루 보내기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한국기독교장로회 평화공동체운동본부도 최근에 물자를 가지고 북한에 갔을 때 ‘잘 받고 있다. 고맙다’는 말을 들었다"며 인도적 지원에 대한 북한의 분위기를 전했다. 인도적 지원에 대한 북한의 긍정적인 태도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대북협력민간지원단체협의회(이하 북민협) 박현석 운영위원장도 “북한은 천안함 발표 이후에도 북한은 방북자 명단을 보내달라고 하는 등 인도적 지원에 대한 요구를 계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같은 분위기가 얼마나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 민간단체들의 대북지원 마저 중단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박 위원장은 “남과 북이 만날 수 없는 치킨게임을 하고 있다”며 “종교, 사상, 이념을 떠나 순수하게 지원했던 인도적 사업들이 완전히 끊길 위기에 처해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특히 “1995년 북한의 고난의행군 이후부터 시작된 대북지원사업 15년 역사상 이처럼 힘들고 경색된 적은 없었다”며 “정부나 우리도 간단하게 볼 상황이 아니라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위원장은 “순수한 대북지원은 한반도의 전쟁을 막고, 평화를 유지하도록 돕는 완충역할을 한다”며 “기독교에서도 대북 지원사업을 위해 이념과 사상에 얽매이지 말고 기도해 달라”고 호소했다.

매달 한차례씩 2천만 원 상당의 분유와 영유아 용품을 북한에 지원하고 있는 ‘함께나누는세상’은 28일 인천항을 떠나 지원 물품을 싣고 북한 남포항에 도착했다. 실무 담당자는 “북한이 당국자간의 채널을 끊겠다고 했지 민간교류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민간 교류의 여지는 남아 있다”고 밝히면서도 “그러나 정부가 민간 교류도 끊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있고 북한에서 계속 받을 지 불투명하다”고 우려했다.

# 천안함 사태, 성경적 해법 고민하자

교계 대북 전문가들은 천안함 사태에 대한 북한의 책임 추궁은 필요하다는 것에 대체로 공감했다. 한국복음주의협의회 회장 김명혁 목사는 “천안함 사태를 초래한 북한에 대한 정부의 의분, 사과 요구는 이해할 수 있다”고 밝혔다. 평화한국 허문영 대표는 “북한에게 책임자 처벌과 사과, 재발방지를 요구하는 것은 당연한 조치”라며 “개성공단은 유지하고 인도적 지원도 하겠다는 방침은 잘 한 것”이라고 말했다.

▲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이광선 목사가 시무하는 신일교회에 '더 강한 천안함 재건조하자. 선으로 악을 이기자!'는 구호의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
이와 함께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의 천안함 재건조 운동에 대한 비판도 거셌다. 김명혁 목사는 “공분을 낼 수는 있으나, 행동으로 표출해선 안된다”며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기독교통일학회 회장 주도홍 교수도 “무기를 만드는 일에 교회의 이름을 걸고 해야 할 이유가 어디에 있는가”라고 반문하며 “교회가 할 일은 국가의 역할과 구별돼야 한다”고 말했다.

교회의 역할을 화해와 포용정책에서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김명혁 목사는 “화해와 평화정책만이 남북이 함께 살 수 있는 길이다. 대결 정책은 공멸”이라며 “하나님의 뜻을 어긋나게 행동한다면 제2의 6.25와 같은 채찍이 주어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허문영 대표도 대북 포용정책 기조의 유지 필요성을 지적하며 “천안함 사태 때문에 단기적으로 흥분할 수는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원칙 있는 포용정책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기독교계에서는 남북의 강대강 대결국면 전환을 위한 종교계 역할 찾기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김명혁 목사는 “6월 초에 종교인들의 이름으로 평화를 위한 성명 발표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교회의 역할에 대해 김 목사는 “교회는 긍휼과 용서, 사랑을 베풀 수 있는 높은 차원의 십자가의 의를 나타낼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허문영 대표도 “교회는 이데올로기로 치우쳐 미워하거나 증오하지 않아야 한다”며 “북한을 사로잡은 악한 영이 떠나가도록, 한반도 전쟁과 평화가 회복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도홍 교수는 “교회는 이념이나 정치에 흔들리지 않고 계속해서 그리스도의 사랑에 입각한 일관된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서독교회가 동독을 도울 때는 성경에 입각한 신학이 있었기 때문이 바람이 불어도 흔들리지 않았다”고 밝히고 “그 결과로 동서독이 관계가 어려울 때 교회가 물꼬를 트는 역할을 할 수 있었다. 전혀 정치적이지 않았는데도 정치적 문제를 푸는 열쇠가 된 것”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한국 교회가 늘 흔들리는 것은 원칙과 철학이 없고 성경에 입각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교회는 흔들리지 않는 인도적 지원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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