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세와 영생을 통전적으로 이해한 ‘생명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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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세와 영생을 통전적으로 이해한 ‘생명신학’
  • 표성중 기자
  • 승인 2010.03.09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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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성’과 ‘생명’에 대한 신학자들의 관점

 

▲ 기독교학술원(원장:김영한 박사)이 지난 2일 '월례발표회'를 갖고 신학자들의 영성과 생명에 대한 이해를 새롭게 조명했다. (사진제공:기독교학술원)

최근 한국 교회에서 강조되고 있는 ‘영성’과 ‘생명’의 개념에 대해 과거 신학자들은 어떻게 이해하고 있었을까?

기독교학술원(원장:김영한 박사)이 지난 2일 반도중앙교회(이영엽 목사, 학술원 이사장)에서 ‘영성과 생명의 이해’를 주제로 월례발표회를 갖고 웨슬리와 칼빈, 본 회퍼의 영성과 생명에 대한 관점을 새롭게 조명했다. 이날 발표회는 한영태 박사(서울신대 전 총장), 심창섭 박사(총신대 대학원장), 이상직 박사(호서대 신대원장)가 발제자로 참여했다.

# 생명의 원천이 되는 하나님
‘웨슬리의 생명 이해’에 대해 발표한 한영태 박사는 구원은 일반적으로 ‘죄로부터의 구원’과 ‘사망에서 생명으로의 구원’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한 박사는 이날 “웨슬리는 칭의와 중생의 도리를 보다 발전시켜 성화의 도리를 주창하고 확립했다”고 주장했다.

즉, 구원의 질에 대해 루터는 ‘죄로부터의 구원’인 칭의를 강조했고, 칼빈은 ‘사망에서 생명으로의 구원’인 중생을 보다 강조한 반면 웨슬리는 이 둘을 발전시켜 온전한 생명과 충만한 생명을 의미하는 ‘성화’의 개념을 완성시켰다는 것이다.

특히 웨슬리는 생명이 없는 세계인 물질계에도 하나님이 주권자임을 가르쳤다. 웨슬리는 하나님은 우주 안에서 활동하는 ‘모든 운동’의 참 창조자로서 우주만물을 움직였다고 강조했다. 하나님을 생명계의 원천으로 본 것이다. 그리고 이 생명은 그리스도를 통해 주어졌기 때문에 모든 생명은 다 같이 존귀하다는 것이다.

또한 웨슬리는 연합과 관계회복의 입장에서 생명을 강조했다. 한 박사는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하나님과 인간 사이에 놓인 장벽이 사라졌다는 것은 성령과 우리 영의 교제가 회복된 것”이라며 이러한 것이 중생이며, 곧 죄로 인해 잃어버린 생명을 다시 회복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웨슬리는 중생에 대해 하나님이 영혼을 생명으로 인도하실 때 영혼 안에서 일으키시는 큰 변화로 봤다. 하나님이 영혼을 죄의 죽음에서 의의 생명으로 일으키시고, 영혼은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새롭게 창조되고, 하나님의 형상을 따라 의와 참 성결로 새롭게 된다고 강조한 것이다.

사실 웨슬리신학은 구원론이 중심이다. 그리고 그 구원론의 핵심은 성화론(성결론)이다. 한 박사는 “웨슬리의 성화론은 사랑이 본질이라고 할 수 있다”며 “그는 완전이나 성결에 대한 오해와 비난을 피하기 위해 ‘완전한 사랑’이란 말을 더 자주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성결한 생명을 강조한 웨슬리는 참된 행복은 하나님과 올바른 관계에서만 이루어지며, 그 관계는 성결에서야 비로소 가능해진다고 주장했다.

# 종말론적 관점의 ‘생명신학’
그렇다면 칼빈은 생명에 대해 어떤 관점을 가지고 있었을까? 세베르투스의 처형과 관련 방조 내지 깊이 연계되어 있었던 칼빈에게 있어서 생명신학이란 논제가 가능할지에 대해 많은 의문을 가질 수 밖에 없다.

심창섭 박사는 “칼빈이 살던 시대에는 생명신학이란 용어 자체도 존재하지 않았었다”며 “한 인간의 생명을 사형에 처하도록 방조한 칼빈의 처사를 오늘날의 관점에서 본다면 생명존중의 개혁자라고 볼 수 없다”고 입을 열었다.

하지만 심 박사는 “세르베투스의 한 사건만 가지고 생명에 관한 그의 신학적 이해를 전체적으로 조명해 볼 수는 없다”며 “생명신학이란 용어가 그의 시대에 존재하지 않았지만 칼빈이 개혁하고 바로 세우려고 한 기독교 신앙자체가 생명의 종교이기 때문에 칼빈의 신학 속에서 생명에 대한 이해와 신학적 근거를 찾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기독교 강요’를 중심으로 칼빈의 생명신학에 대해 발표한 심 박사는 칼빈의 생명신학은 세 가지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첫째, 칼빈은 생명은 하나님 안에 있는 실체로서 그리스도를 통해 인간에게 임했다고 말했기 때문에 철저하게 기독론 중심의 생명신학을 말하고 있다는 것이다. 심 박사는 “칼빈의 생명신학은 예수의 인격과 사역을 나타내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둘째, 칼빈은 생명에 관해 말하면서 그리스도인들의 모범적인 삶을 강조하므로 성화론적인 관점에서 생명신학을 이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심 박사는 “인간은 생명을 선물로 부여받았으므로 하나님과 이웃을 위해 가치 있는 삶을 살아야 한다”며 “칼빈은 세상에서 당하는 고난과 시련 속에서도 자신의 소명에 따라 성화적인 삶을 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역설했다.

마지막으로 칼빈의 생명신학은 미래의 영원한 삶을 최종적인 목적지로 삼고 살아야 한다는 종말론적 관점에서 이해하고 있다.

즉, 종말론적 관점에서 생명을 이해할 때 칼빈의 생명신학은 현세의 삶은 영원한 미래의 삶에 비해 무가치하다고 말 할 정도로 종말론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심 박사는 “칼빈은 세상 것에 몰두하고 추구하다가 하늘의 삶을 무시하게 되는 어리석음과 세상 사람들의 물질관에 대해 경고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칼빈은 인간의 생명을 생태적 생명으로만 이해해 내세의 삶을 경시 여기는 인본주의적인 인간존중 사상을 배격함과 동시에 영생의 삶을 생명의 삶 전체인양 착각하며 영적인 삶만 강조하고 현실의 삶을 경지하는 영혼주의자들도 배격한다”고 강조했다. 즉, 칼빈의 생명신학은 현세의 삶과 영원한 삶을 통전적으로 이해하는데 머물고 있다는 것이다.

# 교회 공동체적 영성 소유해야
그리스도교 신앙을 개인적 영역으로 제한하거나 기복을 위한 수단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본 회퍼는 매우 위험한 인물이다.

이상직 박사는 “히틀러로 인해 수천만 명이 조직적으로 대량 살상이 자행되고 있는 현실에서 본 회퍼는 히틀러의 유대인 박멸정책에 동조 내지는 암묵적 지지를 하던 독일 교회와는 달리 ‘오늘 우리에게 예수 그리스도는 누구인가’란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면서 공동체의 삶을 살고, 제자의 길을 천명했다”고 강조했다.

본 회퍼는 교회 공동체를 떠나서 참 신앙은 불가능하다고 봤다. 신앙은 언제나 공동체적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본 회퍼가 발견한 중요한 성경적 영성은 교회 공동체적 영성이다.

이 박사는 “한국 교회 영성이 지나치게 개인 및 가족의 기복주의에 빠지고 있다면 그것은 19세기 자유주의로 인해 개인주의에 물든 결과 또는 지나친 가족주의의 결과일 것”이라며 “그러나 그리스도 안에서 가족은 확대되고 약자까지 포용한다. 그리스도 안에서 모든 사람들이 차별 없이 한 형제자매로 공동체를 이룰 때 참된 영성을 소유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박사는 본회퍼의 삶과 신학에 나타난 영성의 특성을 세 가지로 요약했다. 개인주의적 신앙관을 극복하고 교회 공동체로 존재하는 그리스도의 몸이 되는 것, 울타리를 높이 쌓는 자세에서 벗어나 세상의 한복판에서 그리스도를 증언하는 삶, 교회 공동체는 말씀과 기도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이 박사는 “그리스도인들이 지나치게 성공신화에 빠져 타인을 위해 섬기는 자세를 망각할 때 교회는 타락하고 지탄의 대상이 된다”며 “오직 하나님만이 영광을 받으시도록 세상의 한 복판에서 그리스도의 제자로서 순종하면서 살아가야 하는 과제를 본 회퍼는 던져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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