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리교 “총회 개최” 정말 믿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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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리교 “총회 개최” 정말 믿어야 할까?
  • 공종은 기자
  • 승인 2010.02.19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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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까지 믿어야 할까. 무엇이 실현 가능한 일이고 허상일까? 1년여 이상을 안개 속에서 허우적대고 있는 기독교대한감리회 사태와 관련, 어느 누구의 말도, 결정도 믿지 못하겠다는 말들이 이제 노골적으로 흘러나오고 있다.

지난 18일 속개되기로 했던 ‘재선거관리위원회’가 갑작스레 연기됐다. 이규학 감독회장 직무대행은 전날인 17일, 긴급 공문을 통해 “그동안 재선거관리위원회 전체회의가 정당한 방법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준비해 왔으나, 현재의 상황은 폭력적 방해가 예상되어 종전과 유사한 사태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말하고, “보다 안정적인 준비를 위해 불가피하게 연기하게 됐다”며 그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18일, 일부 재선거관리위원들이 따로 모여 입장을 표명했다. 뜻을 같이 한 위원들은 11명. 이들은 오전 11시 30분 코리아나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불법 재선거 의도를 묵인하지 않을 것”이라며 재선거 실시의 즉각 중단을 촉구했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이 직무대행은 재선거 실시 계획을 중단할 것 ▲총회는 감독회장 재선거 절차와 방법을 속히 결정할 것을 촉구하고, “어떤 불법 재선거 의도에도 묵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총회 개최와 관련한 결정들도 중구난방이다. 지난 1월 28일 총회를 개최하겠다고 했던 21명의 전직 감독들의 발표도 무위로 돌아갔다. 이들은 1/3 이상의 발의로 총회를 개최하겠다고 했지만, 결국 총회는 열리지 않았다.

현직 감독들 또한 2월 4일 총회를 열기로 했지만 이마저도 유야무야, 25일로 연기된다는 소문이 스멀스멀 흘러나오더니 급기야 3월 11일로 확정했다는 이야기도 또 터져 나왔다.

연회 감독들은 지난 16일 유성에서 모였다. 이 날은 감리교 77학번 목회자들이 “이제 목원 출신의 감독회장이 나와야 한다”고 입장을 표명하던 날이었다. 감독들은 회의에서 총회 성격을 ‘행정 복원’으로 결정했다. 그리고 총회를 개최한 후 입법의회를 열고, 그 이후 재선거를 실시해 감독회장을 선출하는 것으로 일정을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감독들은 총회 개최를 위한 힘을 결집하기 위해 오는 23일 7개 연회 남선교회 회장과 9개 연회 장로회 회장, 감독협의회 등 그 동안 총회 개최를 주장해 오던 이들을 한자리에 모아 의견을 모은 후 ‘총회협약서’를 작성하기로 했다.

이규학 직무대행 또한 지난 1월 기자회견에서 ‘3월 초 재선거와 3월 말 총회 개최’를 선언했었다. 하지만 3월 초 재선거 실시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현재, 재선거 실시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총회 또한 개최를 장담하는 분위기도 희박하다.

이래저래 결정되는 것도 많고 말도 많다. 하지만 현실성 있는 결정과 말들은 찾아보기 힘들다. ‘홍수에 마실 물이 없다’는 말처럼 총회 개최도 전직 감독 따로, 현직 감독 따로, 직무대행 따로, 모두들 따로국밥, 동상이몽이다.

‘양치기 소년’. 현재의 감리교를 가장 잘 설명하는 말이다. 이 말이 더 난감하다. 이제 감리교 사태와 관련한 어떤 결정이 내려져도 교단 내부는커녕 교계도 믿으려 하지 않는다. 결정이 중요한 게 아니고 행동이 중요하지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현실이 절망스럽고 안타까울 뿐이다.

책임 있는 결정이 필요한 때다. 총회 결정을 해놓고도 개최하지 못하는 무능한 현실이 갑갑하지만, ‘안되면 말고’ 식의 결정은 안된다는 것이 교계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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